제가 라우터 고장난 김에 구형 컴을 라우터로 쓰기 시작한 게 작년 8월인데요, 그때 올린 글 참고:
VyOS - 리눅스 기반 라우터 OS 사용기 (텍스트 위주)
https://www.clien.net/service/board/use/19045413CLIEN
쓰다 보니 아무래도 이건 아닌갑다 싶어서 이번에 알파인 리눅스로 갈아탔습니다.
저는 VyOS를 처음 쓰던 시점에서는 범용 리눅스를 라우터로 만드는 게 간단하지 않은 일이라고 막연히 생각했고, 라우터 전용으로 개발된 OS를 쓰면 편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지금은 둘 다 틀린 생각이 아닌가 합니다.
사실은 알파인 리눅스를 라우터로 설정하는 게 VyOS 쓰는 것보다 훨씬 간단하고 편했습니다. 유지 관리 측면에서도 알파인 리눅스가 훨씬 편하지 않나 싶어요.
다만, 라우터 관리하는 게 일인 사람에게는 VyOS가 나은 점이 있을 듯도 합니다. OS 업데이트하는 게 일이 되면 그걸 하기 귀찮으니까요. VyOS는 새로운 릴리즈가 나오는 주기가 짧지 않고, 업데이트 잘 안 해줘도 기본적인 보안은 믿을 수 있을 듯합니다. (제가 보안 전문가가 아니라서, 그냥 제가 받은 인상이 그렇다는 겁니다.)
제가 VyOS로는 도저히 안 되겠다고 생각했던 이유는, 첫째로는 제가 이걸 라우터로만 쓰려고 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VyOS에서 podman을 쓸 수 있다는 게 이걸 선택한 결정적인 이유였거든요. VyOS 기본 상태로 안 되는 것들을 자꾸만 podman 컨테이너로 해결하려다 보니까, 이럴 거면 차라리 범용 리눅스 쓰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둘째 이유는 드라이버 문제로 와이파이 어댑터의 성능 최대치를 끌어 쓸 수 없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최대 성능을 내도록 설정했더니 어댑터 인식이 안 돼서; 인공지능한테 이것저것 물어본 끝에 드라이버의 한계로 안 된다는 결론을 내리고는, 리눅스 호환성 높기로 소문난 어댑터를 새로 샀거든요. 그런데 아뿔싸! VyOS 공식 릴리즈에서 그 드라이버를 지원하지 않는다네요; 방법이 아예 없는 건 아닌데, 해당 드라이버를 포함하는 OS를 직접 빌드해야 하는 식이고, 범용 리눅스에서 하듯이 드라이버 받아서 설치하는 식의 작업은 OS 차원에서 차단됩니다. 결국 속도 너프된 와이파이를 그냥 참고 쓰다가 이번에 큰 결심(?)을 하고는 OS를 갈아타 버린 것이죠.
셋째로, VyOS 업데이트하는 과정이 처음 생각했던 것보다 편하지 않았습니다. 라우터로만 쓰려고 하지 않고 이것 저것 꼼수를 쓰는 사용 패턴이 문제였는데요. 알파인 리눅스로는 그냥 커널 롤링 업데이트가 되니까 만사 속편하네요.
참고: 알파인 리눅스 기본 상태로는 커널 롤링 업데이트가 안 되는데 설정만 간단히 바꿔 주면 됩니다:
https://www.clien.net/service/board/cm_linux/17516027CLIEN
한 가지 더 말하자면, VyOS에서 쓰는 방화벽이 nftables인데, 백엔드만 그걸로 쓰고 설정은 OS 자체 인터페이스를 사용해야 합니다. 그게 영 불편해요. 범용 리눅스에서 텍스트 파일로 설정을 깔끔하게 작성한 다음, 맞게 했는지 인공지능한테 확인까지 받고, `nft -f nftables.conf` 이런 식으로 간편하게 적용하는 건 VyOS에서는 안 됩니다.
리눅스 배포판 중에서 인기 많은 것들이 아닌 알파인 리눅스를 선택한 것은, 라우터인 만큼 24시간 켜놓을 거라서 적은 전력 소모로 안정적으로 돌아가길 원했기 때문입니다. 메인컴에 쓰는 건 아치리눅스인데, 라우터에도 이걸 쓸까 하고 잠깐 고민했다가 말았습니다. 아치는 패키지 업데이트 주기가 너무 짧아서 라우터에는 좀 ㅎㅎㅎ
전에 VyOS 사용기 올렸을 때 이런 댓글이 달렸었는데요:
우푸님:
윈래 윈도우나 리눅스같은 OS들이
네트워크 관점으로 보면 L7까지 기능을 다 지원하죠
문제는 네트워크만이아닌 여러기능들리 다 있다보니
라우터용으로 쓰기에는 비요율적이고 덩치가크다는 문제점이 있을 뿐이었고
그나마 리눅스는 윈도우에 비해 가벼워 쓸만한겁니다
어쩌피 L4급이상 네트워크 장비들은 대부분 리눅스커널에 필요기능만 올려서 팔아 먹고 있을겁니다
이런거 경우에는 리눅스커널만 빼서 네트워크 전용으로 만든게 아닌 배포판 리눅스를 커스터마이징해서 만든거 같은데
요즘 하드웨어 성능이 넘쳐나니 이렇게 써도 괜찮은 시대가 온거라고 봅니다
이것 참 맞는 말씀인데, '그렇다면 그냥 범용 리눅스 쓰는 게 낫겠다'라고 생각하기까지 시간이 좀 걸렸습니다. 갈아타고 나니 이제 속이 다 시원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