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고 아이디어에서 올해 나온 성인 취향의 제품들입니다.
21333 별이 빛나는 밤
고흐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게, 출시 후 물량이 바닥나 구하기 힘든 것으로 악명이 높았지요. 만들어 놓고 나면 장식품으로 괜찮고, 원본 특유의 소용돌이 치는 모습이나 화려한 색감을 레고로 따라잡으려 애쓴 흔적이 보입니다. 마을 부분을 입체적으로 구현하거나 액자를 벽에 걸 수도 있게 설계한 것 등 그림의 단순한 재현을 넘어선 참신한 부분도 많습니다.
하지만, 조립의 재미(애초에 이게 핵심이 아닌 제품이긴 합니다만) 면에선 좋은 점수를 주긴 어렵습니다. 조립 난이도가 극악인데, 만드는 것 자체가 어려워서 그런 게 아니라 비슷한 색 블록들이 너무 많습니다. 원본의 특성이니 어쩔 수 없긴 합니다만, 특히 여러 다른 채도의 파란색 블록들이 뒤섞여 있어 구분해 끼우려면 상당한 주의가 필요합니다. 게다가, 잉크 인쇄의 한계로 매뉴얼에서 같은 색이 페이지마다 조금씩 다르게 나타나는 경우도 있습니다.
레고 본인들도 헷갈리는지, 레고 조립 중 처음으로 브릭이 누락된 경우를 경험했습니다. 두어 곳은 비슷한 색의 다른 블록이 있어 제가 어디서 잘못 끼웠겠거니 합니다만, 한 곳은 전체에 하나밖에 없는 모양의 블록이라 딴 데 잘못 썼을 수가 없는데 들어 있질 않더군요. 레고 홈페이지에서 요청하니 금방 보내주긴 했습니다.
조립 후 견고성은 썩 좋지 않지만 애초에 그런 건 의미 없는 제품이고 (툭 치면 부서질 것 같지만 그건 세돌이... 아니 고흐 원작도 마찬가지죠), 장식 효과는 좋긴 한데 당연하게도 원본 그림의 느낌과는 꽤 거리가 있습니다. 액자 틀이 굵어 그림 부분이 좀 작고 답답해 보이는 감도 있구요.
완성도는 훌륭하고 굉장히 독창적이기도 합니다만, 직접 손대보면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킷이니, 고흐의 명성에 혹해 구매하시기 전에 실물을 한번 보시는 게 좋겠습니다.
21334 재즈 사중주단
사실 만족도나 장식용 효과 모두 기대했던 별이 빛나는 밤보다 이쪽이 더 좋았습니다.
레고 블록으로 연주자들을 재현한 게 재미있는데, 정밀 묘사보다는 캐리커처처럼 그 특징과 역동성을 잡아내는 데 주력했고, 이게 아주 스타일리시한 게 멋집니다. 베이지색 무대 위에 갈색과 흑백 위주로 된 전체적으로 채도가 낮은 색감도 소재에 잘 어울리고 센스가 좋다는 느낌입니다.
조립의 재미 역시 훌륭했는데, 상대적으로 작은 스케일임에도 악기들의 재현도가 상당히 좋습니다. 더블 베이스는 21329 펜더 기타의 약식판 같은 느낌이고, 피아노도 은근히 이쁩니다만, 특히 드럼이 알차게 있을 건 다 있다는 느낌이었습니다.
특이하게 네 명의 연주자 별로 매뉴얼도 따로 되어 있어, 애들과 나누어 조립하거나 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여러 모로 강력 추천하는 킷입니다.
조립 디자인의 참신함이나 창작에 대한 확장성 같은걸 보면 꽤나 수준급.
별이 빛나는 밤은 숲과 마을 조립할 때 자잘한 브릭들 끼운다고 1차 고비,
배경 조립할 때 색상 구분이 쉽지 않아서 2차 고비,
구름 표현할 때 은근 불친절한 인스트럭션 때분에 3차 고비까지
힘든 3개의 언덕을 넘어야 하겠더라고요.
물론 힘들었던만큼 장식하고 관람할 때의 성취감이 있지만요.
말씀하신 조립시 어려움에 대해 유사한 후기가 많아 걱정인데
그럼 차라리 아이패드로 (PDF?) 설명서를 보면 좀 나으려나요?
앤디워홀 마를린 먼로는 진짜 만족하면서 조립 했었는데, 롤링스톤스로 급 선회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ㅎㅎ
참고로, 별이 빛나는 밤은 입체적이라 무게와 두께가 꽤 됩니다. 벽에 걸 수 있긴 한데 실제로 걸기는 좀 애매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