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는 자세한 여행기를 쓰는 편이나 세월과 함께 저의 게으름도 같이 자라나 벌써 다녀온지 두달이나 된 여행을 자세히 쓰기가 너무 귀찮아져서 기록을 남기는 수준으로 대신하기로 하고 간단히 적어보겠습니다. 아래는 경어체 없이 적은 저의 여행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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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캐나다를 타고 몬트리올을 거쳐 핼리 팩스로 이동. 핼리팩스까지의 직항은 암만 찾아도 없었다. 남가주에서는 볼 수 없는 단풍을 즐기며 Inverness의 숙소까지 거의 네시간을 달렸다. 물론 중간에 월마트와 리커샵을 들린 탓에 살짝 길어지긴 했지만, 4박 5일간 버틸 물과 6병의 와인을 득템. 리조트가 있는 Inverness는 Cape Breton 섬의 작은 시골 마을이다.
골프 여행을 많이 다녀봤지만 이런 식의 숙소는 처음이다. 일반 하우스 처럼 독채의 숙소가 주르륵 펼쳐져 있다. 4개의 욕실이 달린 방과 부엌/거실 일체형의 리빙룸. 블랙/화이트의 유행을 반영한 인테리어. 식기세척기, 전자레인지 브랜드가 WOLF이고 커피는 네스까페 머신과 커피총알들이 준비되어 있었다. 패티오는 나무 데크 위에 테이블과 의자는 물론 파이어 핏까지 설치되어 있다. 만족! 만족! 대만족!

패티오 밖으로 나가 Cliffs 8번 페어웨이와 그린을 걸어본다. ‘골든’으로 반짝 거리는 대서양이라니!!!! (정확히는 세인트 로렌스만, Gulf of St. Lawrence) 어제는 태평양을 면한 뉴포트 비치에서 인라인을 탔었다고!!!!



개인 정비를 하고 일행 모두 리셉션 파티장으로 모여서 사흘 간의 경기 규칙에 대해 설명을 들었다. 통기타 라이브를 들으며 만찬을 들고 다시 숙소로 돌아와 일행 남자 넷이 모여서 할 일이라고는 맛난 와인을 마시는 것 밖에 할 일이 더 있으랴. 그래도 첫날 여독이 있는지라 10시 경에는 파티를 마치고 모두들 잠자리에 들었다. 서부와 3시간 시차인거는 함정. 저녁 7시에 자는 것과 마찬가지. 와인 없었으면 힘들었겠다 싶다.
드디어 라운드 첫날. 오늘의 코스는 Cliffs. 아침식사는 Links 코스에 있는 식당에서 해결. 많은 골프장과 리조트를 가봤지만 아침식사는 탑 3 안에 드는 것 같다. 이 리조트의 크기가 꽤 큰 편이라 목적지 간을 이동할 때는 숙소에서 전화로 밴을 부르거나 프로샵 옆에서 기다리면 셔틀 밴이 픽업해서 목적지로 날라 주는 시스템이다. 다시 Cliffs로 이동. 프로샵에 들려서 기념품 구매의 시간을 가졌다. 와이프와 아이들 줄 메탈 백태그를 사고 이름 각인을 부탁했다. 라운드 끝나고 찾는 걸로 하고 연습장으로 이동. 10월 초인데 오늘은 완전히 여름날씨라 반팔 입고 라운드. 각자 몸을 풀고 1번 티박스로 이동. 캐디들이 참가자들의 성(Last Name)이 쓰여진 캐디 빕을 입고 우리를 기다린다. 기념 사진 찍고 드디어 티샷. 대서양을 오른쪽에 끼고 바다 바람 느끼면서 출발! 캐디에게 코스 레이아웃과 다음 샷의 방향과 거리에 대해 주로 도움을 얻고 퍼팅은 제가 본 대로 하려고 하는데… 캐디가 자꾸 조언을 한다. 대부분 내가 보는 것과 일치했는데, 한 홀에서 내가 본 것과 다르게 읽길래 내가 읽은 대로 쳤더니 바로 한마디를 던진다. “너 나 안믿지?” 뜨끔했다. 사실 처음 오는 코스에서는 전문 캐디의 도움에 전적으로 의지하는 것이 맞다. “아냐. 치는 순간에 조금 닫혔을 뿐이야. 너를 믿지” 그랬다. 운좋게도 네명의 캐디 중에 내 담당캐디가 그 코스의 고인물이였던 것이다. 전반은 바다보다 조금 높은 정도라면 후반은 완전히 높은 절벽을 가로지르는 코스들이다. 16번 시그너쳐 홀. 절벽과 절벽 사이, 바다를 가로지르는 멋진 홀. Cabot Cape 골프 홍보 영상은 바로 이 홀을 강조하여 찍힌 것이다. 하이브리드로 멋지게 올렸다. 안타깝게도 일행들은 모두 실패. 17번 홀도 페어웨이까지 절벽을 넘겨야 하는 레이 아웃. 세컨 샷이 120야드 정도 남았는데 내 캐디가 또 묻는다. “너 나 믿지?” “ㅇㅇ” “그럼 퍼터 잡아” “왓?????????” 20야드만 지나면 그린까지 이어지는 엄청난 내리막이였던 것. 나는 캐디를 믿고 퍼터를 잡았고 정확한 라인으로 굴리지 못해 그린에 이르지는 못했지만 다른 일행들 보다 좋은 위치에서 칩샷을 할 수 있었다. 18홀을 마치고 나니 뿌듯함이 밀려온다. 코스 레이 아웃도 좋고 페어웨이를 벗어나면 긴 페스큐 풀로 인해 샷이 불가능한게 아니라 아예 찾기가 힘든 난이도. 얼마전 끝난 캐나다 투어 때문인지 무척이나 빨랐던 그린도 좋았다(Links에서 열린 듯 한데 아무튼 Cliffs 그린도 빨랐음). 저녁은 The Annex라는 레스토랑으로 가서 해산물과 스테이크. 모두들 술은 절제하는 분위기. 내일을 기대하며 다시 숙소로.






라운드 둘째 날. 오늘은 Links 코스. 전장은 Cliffs와 비슷한데 총 파 70이다. 오늘의 날씨는 가을날씨. 반팔 위에 얇은 하프 집 자켓을 걸쳤다. 햇살은 따뜻한데 어제보다 바람이 좀 분다. Cliffs 코스보다 전체적인 고도가 낮고 분위기가 조금 아기자기 하다고 할까? 하지만 페스큐는 여전히 위협적이다. 똑바로 가지 못해도, 짧아도, 길어도 문제가 생긴다. 후반이 되니 바람이 엄청나게 분다. 바람 때문에 힘들었지만 오늘도 캐디의 조언이 빛났다. 2 Best Ball Gross & Net 으로 매일 팀 성적이 매겨지고, 개인들끼리는 홀별 Skins가 있기 때문에 핸디캡 홀이 되면 바짝 긴장해서 플레이들을 하신다. 어제보다 코스는 쉬운듯 한데, 좀 길게 느껴졌고, 바람 때문에 힘들게 느껴졌다. 일찍 라운드를 마친 이유 중 하나는 오후에 파3 코스 선택 라운드가 하나 더 잡혀 있기 때문이다. 이 게임은 캐디 없이 파 3짜리기 때문에 52, 56, 60도 웨지와 퍼터만 들고 티박스에 올랐다. 바람이 잦아드니 풍경이 들어온다. 주변의 나무와 연못, 멀리 대서양의 풍경이 어우러져 다가온다. 귀찮아서 쉴까 했는데 오히려 파3 코스에서 힐링을 느낀다. 오늘 저녁은 Coore’s Lobster Shack에서 랍스터와 스테이크. Cape Breton은 랍스터의 산지로 유명하다. 일단 랍스터의 크기가 크고 쫄깃함이 서부에서 먹던 맛과 비교할 바가 되지 않는다. 사진 처럼 쌓아 놓고 먹었더니 옆테이블에서 와서 같이 사진을 찍는다. ㅋ





라운드 마지막 날. 다시 Cliffs 코스. 모두들 긴장하고 있었다. 오늘은 비가 많이 올 것으로 예보됐기 때문이다. 이 여행 오기 전에 아마존에서 수중전에 대비한 방수 겉바지도 따로 사고 큰 애의 방수 자켓도 빌려 왔는데… 아침에 숙소 밖을 나가보니 생각보다 춥지도 않고 가랑비가 오락가락 하기에 이 정도 날씨는 캘리에서도 충분히 겪어본 바, 가을 복장(반팔, 자켓, 긴바지)만 입고 코스로 향했는데… 우왘! 코스에 도착하니 갑자기 비바람이 몰아치는데… 이 날씨에 과연 플레이를 꼭 해야만 하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혹시나 해서 레옹모자를 하나 챙겨왔는데, 놓고 오신 일행 한분은 프로 샵에서 하나 구매. 방수 자켓은 가방에 있었는데, 겉바지는 숙소에 있었다. 1번홀 티박스에 서자마자 비가 얼굴을 때리는데 이건 비가 아니다. 얼음은 아닌데 물알갱이가 내 볼에 싸다구를 날린다. 동시 다발로 얼굴에 침을 맞는 느낌이다. 살살 쳐서 공은 페어웨이에 갔는데 이미 바지는 엉덩이 부터 발목까지 축축 척척하다. ㅠㅠ 1번홀에서 대충 퍼팅을 미리하고 일행 한분과 함께 냅다 숙소로 달렸다. 숙소는 8번홀 페어웨이 옆에 있지만 1번 그린과 2번 티박스에서도 그리 멀지 않았기에 얼른 새 바지로 갈아입고 겉바지 입고 나서니 그제서야 살만 하다. 캐디들이 정말 고생하겠다 싶다. 이후 모든 홀들은 비와 바람과의 싸움. 파는 엄두도 못내고 보기만 하면 감지덕지. 비싸다구를 맞으며 어느덧 다시 16번. 이 바람에 절벽 넘기기가 가능할까? 그린에서 오른쪽으로 30도 정도 틀어서 바다를 조준하고 나의 최애, 3번 우드로 내리쳤다. 오오. 분명 바다로 향하던 볼이 바람을 타고 들어와 그린에 떨어졌다. 역시 혼자 온. 그러나 이걸 파를 놓친다. 일단 그린에 평온한 자세로 서기도 힘들고 그린을 구르는 공도 바람따라 흐르기 일쑤다. 힘겹게 18홀을 마무리하고 시상과 저녁이 기다리는 식당으로 향했다. 올해로 10번째 참석인데, 처음으로 우리 팀이 우승을 했다. 근접상도 하나, 스킨은 두분이 세홀을 가져갔다. 기쁨의 세레모니를 마치고… 내일 아침을 위해 조용히 숙소로…





올때는 퀘백을 거쳐 다시 캘리로. 사흘간의 라운드에 대한 소회라면 한 번은 꼭 와볼 만한 코스라는 것, (골프 다이제스트 100대 코스중, 11위, 35위) 하지만 핼리 팩스에서 숙소까지의 밴이 너무 불편해서였을까? 또 오고 싶은 생각은 없다는 것. 북미에서 최고 동쪽 경도까지 나가봤다는 거에 의미를 두기로 하고(그게 뭐 거창한 의미인지는 모르겠지만). 하필 읽고 있던 책에서 Cape Breton 섬에 대한 얘기가 나왔고 이 섬이 미대륙과 유럽 대륙의 해저캐이블의 연결 지점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 그리고 아틀랜틱 랍스터는 넘사벽으로 맛있었다는 것. 시그너쳐 홀은 정말 멋있었지만 광고에 나온 영상이 좀 더 멋있다는 것. https://cabotcapebreton.com/ 페스큐는 누구에게나 평등하는 것. 고인물 캐디 말은 무조건 들어야 한다는 것. 그리고 역시 골프는 썸이라는 것. 기타 등등의 생각을 하며 스윗 홈이 있는 캘리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