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참을 그렇게 끌려 갔다.
내 퍼팅은 짧았다. 짧았고 또 짧았다.
붐형은 어딘가 모르게 답답해 하는 것 같았다.
이상했다. 잘맞은 붐형의 공도 뻗어 나가질 않았다.
몇 홀 지나지 않았음에도 스코어는 5다운.
그리고 마지막홀, 개띠 형들의 승리를 축하 해 주었다.
내가 기억하는 기계는 단 두명이다.
아르헨티나 득점 기계 바티스투타 그리고 안양 기계 그리미스.
인간과 기계의 대결에서 승리할 생각은 없다. 처음부터 없었다.
처음 만나 뵙는 자리가 되어 그것 만으로도 영광이다.
또 한명의 상대는 an아담스캇. 동안에 기럭지에….
모음 앞에는 a가 아닌 an을 써야 한다는 것을 놓치지 않는 섬세하고 스마트한 형이다.
정관사를 쓰지 않은 것으로 미루어 볼 때 이 형은 겸손이 배어 있는 인격자이며
스크린과 필드의 스코어가 별 차이 나지 않는 무서운 사람이기도 하다.
우리 편 붐형.
핸디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 안정적인 플레이가 인상적이다.
그리고 붐형과의 라운딩은 항상 기대가 된다. 각종 진귀한 물건으로 동반자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코로나가 한참이라 샤워를 하지 못하던 시절
걸어 가면서 머리를 감을 수 있는 진귀한 샴푸를 소개 했을 때를 기억 한다.
전생에 붐형은 분명 포루투갈 상인 이었을 것이다.
한홀 한홀 복기 하고 반성 하는 분들이 골프당에 많이 있다.
매번 대단하다고 느껴진다. 사실 난 라운딩에 대한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방금 퍼팅을 하고도 왼쪽을 겨냥 했는지 오른쪽을 겨냥 했는지 헛갈리는 수준이다.
그래서 인지 내가 후기를 적을 때면 나와 동반자의 플레이에 대한 부분이 별로 없다.
이번 라운딩중 기억이 나는 것도, '어떠한 상황이 있었다' 정도 이다.
숙취와 더위로 인한 개띠 형들의 컨디션 난조,
“붐형이 좋은 공만 썼어도” 하는 아쉬움
끝까지 짧았던 내 퍼팅.
언제 찍을까? 라고 얘기만 하다가 17번 홀에서 급히 찍은 사진 한장.
하지만 찍고 보니 가장 좋은 스팟에서 찍었다는 뿌듯함.
무더위에 정신줄을 잡게 해준 그리형수님이 준비 해주신 시원한 매실차가 잊혀지지 않는다.
2다운 까지 형들을 잘 따라 갔지만 개띠형들에게 이길 수는 없었다.
눈앞이 캄캄해지는 수준의 숙취에도 개띠 형들은 승리를 놓치지 않았다.
이 정신력과 구력에서 오는 바이브는 아직 우리들에게는 벅차다.
개인적으론 시즌 베스트 79타로 마무리. 공프로를 제외하면 가장 좋은 성적이다.
짧은 퍼트로 잃었던 몇몇 홀이 못내 아쉽고 매번 잘 안맞는 드라이버는 큰 고민 이다.
후반, 드라이버를 대신 우드를 잡은건 좋은 선택이었다.
이 싸움판에 옥수수를 팔러 온다는 쥐띠 형들 소문에 꽤나 기대가 컸다.
라운딩이 끝난 뒤에도 주위를 두리번거렸으나 기대 했던 옥수수 냄새, 냉차의 흔적은 찾아 볼 수 없었다.
그렇다. 이것은 쥐띠 형들에 대한 나의 오해다.
양이건 개건 쥐건, 모두가 함께 조식 부페부터 하루를 즐겼던 또 한 팀의 동료 였던 것이다.
젯밥에만 마음을 두었던 나를 되돌아 보며 하염없이 부끄러워졌다.
클럽하우스의 벽돌색 추녀를 바라보며 소심하게나마 쥐띠형들에게 용서를 빌었다.
끝으로 어려운 일정에도 큰 도움과 기획을 하신 럭키형외 모든 개띠형들과 공프로님께도 감사의 말씀을 남기며,
안보이는 곳에서 출전자들을 응원해준 어린 양들 에게도 고마운 마음을 전한다.
#SheepLivesMat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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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블릿작성이라 뭐 잘 안올라 가네요.
사진등은 댓글로 올려 놓겠습니다!!
다들 사진좀 올려 주세요!!!
다음번 버디퍼팅은 꼭 지나가게 하세요 (왜 이리 짧아!! /feat. 박민지갤러리)
이런건가요?
개띠형들 술만 아니었다면 10다운으로 저희 패배입니다
양띠 화이팅
재미난 후기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멋진 후드티샷이 마치 공프로가 친거처럼 쭉쭉 뻗어 나갈때마다 제 맘속에는 부러움과 경외심이 하나둘 쌓여가더군요.
다음에도 한번더 뵐날을 기대하며 열심히 이갈고 닦고 살겠습니다.
양띠 화이팅!!
울부짓던 그분이 맞나? 싶은...필력과 실력이네요...
하요간 곰바우가 대충이야기하는 사람치고 안멋진 사람이 읎어....
단편소설을 보는듯합니다.
양띠 다들 고생하셨습니다
개양쥐 대전 참가하신 모든 분들에게 이 날이
잊지못할 추억으로 남게되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