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을 내서라도 간다는 가을골프
이 청명한 가을날에 토요일 11시에 라운딩이 잡혔습니다.
금요일 저녁, 내일은 새벽골프가 아니니 간만에 편한하게 금욜저녁 치맥이나 할까 해서 치킨을 주문하고
자전거를 타고 맥주를 사로 가다가 골목에서 튀어나오는 아이를 피하다가 그만 넘어지는 사고가 났습니다.
무지 아프고 부끄러운 가운데 아!!! 내일 라운딩..
다행이 손목도 움직이고 좀 부었지만 살살 치면 될거 같아서 일단 맥주를 사서 집에와서 까진곳은 반창고 붙이고 샤워도 하고 치맥 한잔하고 푹 잤습니다.
다음날 아침...
오른팔이 안 움직입니다. 무지 부어있고 숟가락을 잡을 수도 없는 상황....ㅠㅠㅠㅠ
라운딩은 4시간 남았는데.. 취소도 불가.. 일단 차를 타고 출발.
황당해 하시는 3분께 설명과 양해를 구하고 어쩔수 없이 3분 라운딩 하시고 저는 그냥 혼자 산책하는 기분으로 따라다니겠다고 하고 1, 2번홀은 보조 캐디 겸 겜돌이를 합니다.
비참하고 이게 뭐하는 건가 하는 생각과 동반자에 대한 미안함으로 어찌 해야 할지 아무 생각이 없습니다.
죄송한 마음에 캐디피라도 내 드리려는 생각에 내기 제안과 함께 게임 조건을 설명해드립니다.
1. 한팔로 스윙 하는걸 허락해 준다.
2. 세컨, 서드샷에서도 Long-Tee 사용 허가
3. 벙커등의 트러블샷은 무벌타 드롭으로
4. 멀리건 많이 주기(T샷만)
5. 내기는 똑같이 하지만 핸디캡으로 동타일경우 제가 승
이렇게 3번 홀 부터 시작을 합니다.
역시 공은 안맞고 그린에 가기도 전에 양파가 당연하구요. 그런데 요행수로 한두번씩 공이 맞아서 앞으로 갑니다. 그리고 예전에 프로가 시켰던 한팔 스윙이 생각이 나면서 가능할거 같다라는 생각이 자꾸 듭니다.
전반 9번호 드라이버가 150미터정도 나갑니다. 세컨도 120미터.. 오.. 4온을 하고 2퍼터로 마무리.. 드뎌 더블을 기록합니다.
후반은 전반에 익힌 타법으로 드라이버는 곧잘 갑니다. 막걸리 자신감도 생겼고 스윙도 많이 자연스러워 지고
파3 160미터, 드라이버가 오버해서 웨지로 2온 2퍼터... 아깝게 보기
파5 470미터, 4온에 2퍼터.. 보기..(다들 보기 하셔서 제가 승자로 돈도 받습니다. ㅎㅎ)
이렇게 후반을 무려 49개라는 놀라운 스코어로 마칩니다.
올해 제1 골프 인생에 참 황당하고 당황스러운 일이 많이 생기네요.
첫째. 제주도에서 비바람에 캐디가 라운딩 중간에 취소하고 중단.
둘째. 퍼터로 T-Shut 하기(왜 했는지 지금도 미스테리)
세째. 한팔로 라운딩하기
네째. 폭염주의보에 36홀 라운딩하고 다음날 병원가기..
아직 시즌도 남았고 해외 원정도 계획되어 있는데 앞으로 무슨일이 생길지 기대 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