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창을 엽니다. “고양이”를 검색하면 수많은 정보가 나옵니다. 아주 짧은 시간 동안 모니터에 수많은 정보가 뜨지만, 수많은 정보 중에 괜찮은 것을 고르는 데는 오히려 아주 긴 시간이 필요합니다. 게다가 정보의 성질이 매우 ‘단편적’이라는 인상을 지우기가 힘듭니다.
정보를 범주화하고, 내가 필요한 정보를 이해하기 위한 정보까지 획득하기 위해서 다른 형식의 정보획득 방법이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질문을 던집니다.
그래서 고양이와 관련된 책 몇 권을 소개해 볼까 합니다.
『고양이처럼 생각하기』 팸 존슨 베넷
일종의 고양이 양육 대백과 사전입니다. 고도로 추상화된 정보가 적절한 범주화를 통해 담겨 있습니다. 고양이를 키우면서 일어날 법한 거의 모든 상황에 대한 이유와 대처법이 적혀있습니다. 한 권쯤은 상비하시고 일독 혹은 다독하시면 반려동물로서의 고양이를 대하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캣센스』 존 브래드쇼
인간 동물 관계학 전문가인 존 브래드쇼의 책입니다. 고양이 관련 해외 다큐멘터리에 단골 등장인물이기도 합니다. 요즘은 애완동물이란 말보다 반려동물이란 말이 더 많이 쓰이지만, 그것이 수직적 관계에서 수평적 관계로의 전환, 나아가 인간적 관점이 아닌 고양이적 관점의 이해까지를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평소 여러 경로를 통해 개별적이고 구체적인 (고양이) 경험을 접하는데, 고양이의 관점에서 고양이를 이해하는 집사님들이 많은 만큼 여전히 인간의 관점에서 고양이를 이해하려는 집사님들도 많이 계신 것 같습니다. 고양이의 ‘신체적 필요’에는 능숙한 집사가 많지만, 여전히 ‘감정적 필요’에는 무딘 집사가 많다는 저자의 말이 기억에 남습니다.
평소 생각해 보지 못한 부분에 관해 많이 고민하게 만드는 책입니다. 저는 마지막 장인 11장 <미래의 고양이> 부분을 유독 많이 읽게 되었네요. 역시나 일독을, 가능하면 다독을 권하는 책입니다.
『거실의 사자』 애비게일 터커, 이다희 옮김
위 두 권의 책이 과학적인 접근 방식에 가까운 책이라면 이 책은 인문학적 접근 방식에 가깝게 고양이를 설명하는 책입니다.
책 내용도 내용이지만 (역시나 고양이 집사인) 옮긴이의 글이 저에게는 읽어볼 만한 책임을 알려줍니다. 일부 발췌를 하면
(…) 고양이는 말 못 하는 짐승이 아니다. 우리가 그 말을 못 알아듣는 짐승일 뿐이다. 이 작은 깨달음을 얻기 위해 누구나 이 책과 같은 고양잇과 진화의 역사와 오늘날의 처지를 아울러 정리한 책을 읽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나면 당신 곁을 어슬렁거리는 작은 사자가 보내는 신호를 전처럼 무시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나와 다른 짐승에 대한 이해를 넓힌다는 것은 좁게는 집 안에서 넓게는 이 우주 안에서 인간과 함께 사는 여러 살아 있는 것들과의 소통의 기회를 늘린다는 의미이다. 그로써 평화로운 공존의 가능성을 모색한다는 의미이다. 다른 생명체의 언어를 배우고 그들에 대한 이해를 넓힐 수 있는 선물 같은 능력을 갖춘 인간에게 그 가능성을 모색할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 (…)
『고양이 클리커 트레이닝』 마릴린 크리거
앞서 소개한 책에서 작은 챕터로 나온 클리커 트레이닝에 관한 심화학습 책입니다. 저는 클리커를 ’훈련’에 방점을 찍기보다는 고양이가 집사와 함께 살아가기 위한 예의범절을 배우는 목적으로 사용합니다. 실제로 양치나 발톱 깎기, 털 깎기 등에도 큰 효과를 보았습니다. 좋아하지는 않아도 반드시 해야하는 일에 큰 도움이 됩니다.
『그대 고양이는 다정할게요 - 고양이와 함께한 시간에 대하여』 저자 다수, 시집
고양이 집사이자 시인인 여러 작가가 고양이와 함께한 시간에 대하여 엮은 시집입니다. 앞서 소개한 책들이 이를테면 “고양이학”에 관련된 책이라면 이 시집은, 이를테면 저에게는 “호시학”, “탐탐학” 같은 개별 경험이 집약된 느낌입니다. 찬찬히 읽다 보면 예측하지 못한 지점에서 눈물이 알음알음 맺히기도 하고 소리내어 엉엉 울게 만드는 책입니다. 저에게는 틈날 때마다 꺼내보게 되는 보석 같은 시집입니다.
대부분 집사의 관점에서 쓰인 시가 많지만, 고양이의 관점에서 쓰인 - 그리고 제가 좋아하는 - 시 한 편 올립니다.
Take a look - 김건영
나 고양이는 집사에게 실망했다
나 고양이는 너보다 어리게 태어나서
영영 너보다 우아하게
영영 늙어갈 것이니
내 눈 속에 달이 차고 기우는데
깜빡이는 눈을 마주치지 않고
뒷동산에는 감자가 가득한데 캐지 않고
내 털이 지폐보다 귀한 줄도 모르고
투정이나 가끔 부리고
길에서 다른 고양이한테 가끔 사료나 챙겨나 주고
고양이가 다른 고양이로 잊히겠니
어느 날 내가 다녀간 후에
아무도 할퀴지 않는 밤이 여러 번 지나더라도
타인을 너무 많이는 미워 말고
장롱 밑에서 내 털을 보고 울지나 말거라
『LES CHATS』 윌리 호니스
프랑스 사진작가 윌리 호니스의 사진집입니다. 고양이와 함께하는 삶을 담은 아주 작은 흑백사진집이에요. 야옹이들 사진 찍는데 여러모로 영감을 주는 책입니다. 호시와 탐탐이의 삶을 기록하겠다는 결심을 들게 한 책이기도 합니다.
집사 생활을 하면서 고양이에 관한 정보획득, 혹은 공부를 하게 됩니다. 하나의 방향이 아니라 여러 방향에서 생각을 해보면서 보편적인 법칙성으로의 고양이와 구체적인 의미로의 야옹이 사이에서 끊임없이 줄다리기하는 집사를 발견합니다. 아무래도 저는 호시와 탐탐 두 개별적이고 구체적인 야옹이에 집중하는 터라 종으로서의 동물이자 포유동물의 꽃이라는 고양이란 존재를 지나칠 때가 많습니다. 그래서 정보의 바다를 부유하며 고양이 지식을 찾아보지만 대부분 과정이 생략돼 결과만을 소개한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조금 더 풍부하고 다양한 차원의 공부를 통해 어제보다 더 능숙한 집사가 되면 좋겠습니다. : )
P.S
여러 수의사님이 올려주시는 Youtube 영상도 좋습니다만
BBC - 고양이 다큐 3부작
⟪1부 - 고양이 관점에서 생각하기⟫
⟪2부 - 고양이의 야생 본능⟫
⟪3부 - 고양이의 속마음⟫
을 안 보셨다면 추천합니다. Youtube <KBS 동물의 왕국 채널>에서 볼 수 있습니다.
필수 작업들은 걍 쓰다듬어가며 하고 있어요.
추가로 <고양이 본능사전>도 재밌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