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의 한국 정치는 애써 과장하지 않더라도 극한의 위기 상황이다.
양대 정당 간의 극한 갈등이 가장 큰 문제였지만, 이걸 초월해버린 내란수괴 대통령이라는 기이한 현상까지 목도하고 있다.
우리는 이 지점에서 본질적인 질문을 던져야 한다.
"민주주의는 어쩌다 이 지경이 됐는가."
이에 대해 가장 적절한 대답을 내놓은 책이 있다.

『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 스티븐 레비츠키 , 대니얼 지블랫 저, 박세연 옮김, 2018, 어크로스
[머리말]
많은 이들이 민주주의가 쿠테타와 같은 외부의 문제로부터 위기를 경험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민주주의의 위기는 꼭 외부로부터만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1장. 민주주의자와 극단주의자의 치명적 동맹
이솝 우화 중 하나의 이야기가 있다. 말과 사슴이 싸웠는데, 말은 인간에게 도움을 청했다. 인간은 말에게 마구를 씌우고 고삐를 거는 대가로 말을 도와준다고 하였다. 말은 이를 수락했고 사슴을 물리쳤다. 그러나 싸움이 끝난 후 인간은 말에게 마구나 고삐를 풀어주지 않았다. 인간에게는 이대로가 좋았기 때문이다.
이는 인간의 정치로 대입하여도 유사한 모습을 찾을 수 있다. 다양한 사례에서 정당들은 외부의 유명 인사를 정당으로 초대했다. 기성 정치인들은 외부의 유명 인사를 통제할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었다. 이는 무솔리니는 로마로 불러들인 이탈리아 황제의 사례와 힌덴부르크가 히틀러를 영입한 사례에서도 확인이 가능한 모습이었다. 이는 과거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남미에서 가장 오래된 민주주의 전통을 가지고 있던 베네수엘라에서 원로 정치지도자이자 대통령인 칼데라는 쿠테타 세력인 차베스와 연합을 하게 되었고 아웃사이더였던 차베스는 이를 기반으로 정치 무대에 올라설 수 있게 되었다. 칼데라는 차베스의 쿠테타 혐의를 모두 면해주었다. 칼데라는 차베스의 인기가 일시적인 현상이며 이를 이용하려 했기 때문이었다. 그 결과 1998년 12월. 차베스는 선거를 통해 대통령에 당선되어 칼데라의 자리에 앉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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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민주주의 사회에서건 정치인들은 때로 중대한 도전을 맞이한다. 경제 위기와 여론 악화, 선거 패배는 노련한 정치인조차 판단의 시험대에 들게 만든다. 이러한 상황에서 카리스마 있는 아웃사이더가 기성 질서에 도전하면서 정치 무대로 올라설 때 그를 자신의 편으로 끌어들여 이용하겠다는 생각은 정치인에게 대단히 유혹적이다. 경쟁자가 그와 손잡기 전에 그를 서둘러 영입한다면 아웃사이더의 높은 인기를 활용하여 경쟁자를 물리칠 수 있다는 생각을 떨쳐버리기 힘들다. 그리고 나중에 자신의 계획에 따라 그를 충분히 조종할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
이에 대해 국민들이 민주주의를 원하지 않았다는 주장을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를 입증할 증거는 존재하지 않는다. 더 중요한 지점은 민주주의를 위협한 이들을 걸러낼 거름망으로서 정당이 역할을 제대로 하는지의 여부이다. 즉 정당이 민주주의의 문지기(gatekeeper)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민주주의를 위협할 잠재성이 있는 정치인은 어떤 특성을 갖는가. 이에 대해 정치학자 후안 린츠는 자신의 저서를 통해 4가지 잠재적 독재자의 특징을 제시했다.
첫째, 민주주의 규범에 대한 거부(혹은 규범 준수에 대한 의지 부족).
둘째, 정치 경쟁자에 대한 부정(왜곡, 힐난, 가짜뉴스 활용).
셋째, 폭력에 대한 조장이나 묵인.
넷째, 언론 및 정치 경쟁자의 기본권을 억압하려는 성향(집회 금지, 법적 대응과 같은 협박, 과거나 외부의 억압 행위 칭찬)
이러한 특성은 포퓰리즘 아웃사이더들에게서 발견된다. 이들은 부패한 음모를 꾸미는 엘리트 집단과 전쟁을 벌이겠다고 주장하며 기존정당 체계를 부정한다. 또한 기성 정치인들을 비민주적이고 비애국적인 자들로 매도하며 지금의 통치 시스템이 진정한 민주주의가 아닌 가짜 민주주의임을 유권자에게 강조한다. 정당들은 선거 승리에 매몰 되어 이들을 옹위하려는 시도를 해서는 안 된다. 이러한 정당의 민주주의 문지기 역할을 정당 내부뿐만 아니라 정당들 간의 협조를 통해서도 이루어질 수 있다.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이들을 정당들이 선제적으로 거부할 수 있는 것이다.

2장. 무력화된 정당
2016년 이전까지 미국에서 민주주의에 잠재적 위험인 인물이 대통령으로 당선되지 못했다. 그러한 인물들이 없었던 것이 아니다. 코글린 신부, 휴이 롱 주지사, 조지프 매카시 상원의원, 조지 월러스 주지사 등이 이에 해당하나 이들은 대선에서 승리할 수 없었다. 잠재적 독재자인 이들은 민주주의에 대한 국민의 확고한 의지가 아니라 민주주의의 문지기인 미국의 정당 체계 덕분에 대선에서 승리하지 못했다. 이는 어떻게 보면 反민주주의적 행태라고 보일 수 있다. 그러나 민주주의 근간을 위험에 빠뜨릴 후보를 견제한다는 차원에서 이러한 정당의 행위는 매우 중요하다. 전당대회 시스템에서 코커스 제도난 당 지도부의 결정사례들이 대표적인 사례로 볼 수 있다.
그러나 1968년부터 변화하기 시작했다. 린든 존슨 대통령 당시 베트남 전쟁은 구렁텅이로 빠지고 있었으며 그리고 당시 민주당 대통령 선거 경선 중 가장 큰 인기를 끌고 있던 로버트 케네디가 암살당했다. 당시 로버트 케네디는 진보적인 어젠다 제시로 큰 인기를 끌고 있었기에 민주당 대선 경선은 혼란에 빠지게 된다. 당시 2위 후보였던 유진 매카시 역시 매우 진보적인 인물이었기에 유진 매카시가 이를 승계할 것으로 지지자들은 기대했다.
그러나 민주당 지도부는 경선을 다시 하기 보다는 당시 부통령 허버트 험프리를 대선 후보로 지명하게 된다. 그리고 민주당 지지자들은 크게 저항했고, 결과적으로 대선은 패배하게 된다. 민주당은 내부적 저항과 대선 패배 이후의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대중들에게 후보 선출권을 개방하는 프라이머리 제도를 확대 실시하게 된다. 민주주의 문지기로서의 정당이 무력화 된 것이다. 물론 이후 몇 가지 개정이 이루어졌고 민주당은 정당이 임명하는 선출직 공직자(주지사, 대도시 시장, 상원&하원의원)들이 슈퍼대의원이 되어 프라이머리 결과에 균형을 잡는 방식으로 전환 되었다. 반면 공화당의 경우 1980년대 연승으로 인해 프라이머리 제도를 수정할 이유가 없었기에 큰 틀에서 해당 제도를 유지했다.

3장. 왜 정치인들은 잠재적 독재자를 방조하는가.
2015년 1월. 도널드 트럼프는 자신의 트럼프타워 로비에서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그러나 대다수의 언론과 정치인들은 이를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나 1968년 이후 꾸준히 아웃사이더들이 대선 경선에 출마했고 그 숫자 역시 증가세였다. 당시 공화당은 아버지와 형이 모두 대통령을 지낸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가 주요 후보로 뛰고 있었고 이외에도 테드 크루즈, 크리스 크리스티, 존 케이식, 마르코 루비오, 스콧 워커 같은 기성 정치인들이 경선에 참여한 상태였다.
트럼프의 경우 공화당 인사들에게 지지를 받지 못했지만 문제적 발언과 행동으로 대중매체에 자주 다루어지게 되었다. 트럼프는 이민자 및 이슬람에 대한 극단주의적 입장을 취했고 시민사회의 규범을 경멸했다. 그리고 푸틴을 비롯한 여러 독재자에 대해 칭찬을 늘어놓기도 했으며 선거의 정당성이나 합법적 운영을 의심하는 행동을 취했다. 전술한 잠재적 독재자의 조건에 맞는 인물이었다. 그리고 트럼프는 합법적으로 정당하게 공화당의 정식 후보가 되었다.
왜 트럼프와 같은 잠재적 독재자에게 순순히 권력을 넘기게 되는가. 이는 우선 잠재적 독재자를 통제하거나 길들일 수 있다는 착각이 존재하며, 기성정치인과 잠재적 독재자의 이해관계가 일치하기 때문이다. 트럼프의 사례를 보자면 공화당은 대선 승리가 필요했고 트럼프를 관리 및 통제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물론 몇몇 공와당 인사들은 트럼프가 대통령으로 적절하지 않다는 이유로 힐러리를 지지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들은 소수의 정치인들이었고 폴 라이언, 마르코 루비오, 테드 크루즈 같은 전국적 인지도를 가지고 있는 공화당 인사들은 트럼프를 지지했다. 그리고 그 결과는 도널드 트럼프의 승리였다.
출처 : https://blog.naver.com/revolutionized/22266879766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