척박한 남미 그래블에서 생존성을 높이기 위한 고민에 고민 끝에 대륙의 Chasing Wind(CWind) GT30를 기추했습니다.
일단 로고가 없으니 강도 당할 가능성이 1%라도 낮아진 것 같
분명 알리에서 샀는데 배송은 포가차의 나라 슬로베니아에서 온 기이한 녀석이죠.
전에 올린 글에서도 지오메트리 고민이 많았는데,
일단은 장거리를 염두에 둔 어드벤처 그래블은 CANYON Grizl을,
초장거리를 달리는 울트라 그래블은 SALSA Cutthroat를 레퍼런스로 봤습니다.
GT30은 이 둘을 적절히 짬뽕한 녀석이죠.
로드나 레이싱 그래블, 컷스로트의 넉넉한 포크 오프셋으로 직진 안정성을 챙기고
(그리즐은 트레일을 염두에 뒀는지 포크 오프셋을 줄였더라구요)
헤드튜브 각도는 일반적인 그래블처럼 로드보다 살짝만 기울여주고
타이어 클리어런스는 그리즐처럼 요새 트랜드를 따라 50c까지 들어가구요,
그런데 체인스테이는 레이싱그래블처럼 짧아서 다루기도 좋은..
정말 많이 찾아봤지만 이런 묘한 짬뽕 지오메트리는 이 녀석 밖에 없더군요.
레이싱 그래블은 로드로 수렴하는 모습을 보이지만,
어드벤처/울트라 그래블은 프레임마다 개성이 더 강조되는거 같아요.
강성과 내구성을 컨셉으로 직접 빌딩한 중량 휠입니다.
림 높이 30mm, 내경 30mm의 훅리스 휠이구요, 32스포크 3크로스로 짰습니다.
75kg의 라이더가 자전거+짐=30kg 정도로 라이딩 중 스포크가 하나 정도 터진다 해도 로프 스포크로 응급조치하고 거점 도착해서 스포크 교체가 가능하죠.
2크로스면 거친 비포장에서 바로 변형이 오고 재수 없으면 휠이 파손될 수도 있으니,
오지 라이딩에선 생사를 가를 수도 있는 선택입니다.
비대칭림을 써서 앞뒤 모든 스포크를 282mm와 280mm 두 종류로 통일했습니다.
실제로 야전에서는 280mm 한 종류의 스페어 스포크만 가지고 다녀도 충분한거죠.
카본림은 경량버전을 피했고
정비성 좋은 유사 DT 허브에
측풍 영향을 줄이고자 라운드 스포크를 썼구요,
중량화를 감수하고 16mm 황동 니플 + 니플 워셔 조합으로 갔습니다.
왠만해선 휠 터질 일은 없을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실측은 3그램 더 나왔는데 락앤롤 니플크림 무게가 아닐까 싶습니다 🤣
플레어 핸들 실제로 몰아보니 정말 편하더군요.
팔이 안쪽으로 돌아가게 되는데 덕분에 상체가 더 이완되는 느낌입니다.
거친 비포장의 진동을 완화해보고자 REDSHIFT ShockStop 서스펜션 스템을 달아줬습니다.
레버와 브레이크 캘리퍼는 SRAM FORCE AXS이고, 업힐 중에 변속 편하게 하고 싶어서 탑에 SRAM RED BLIP 세트를 달아줬습니다.
사실 이 블립을 쓰고 싶어서 스램 전동으로 결정했네요.
블립이든 GP Lama도 달아버린 Multiclic이든 저는 로드에도 달아주려구요.
사실 떠오르는 대륙의 전동구동계를 써보고 싶은 마음이 있었으나...
걔들은 아직 블립이 안나와서 포기했습니다.
역시 생존성을 높이기 위해 먹오프에서 나온 스텔스 튜브리스 펑크세트를 플러그로 박아줬습니다.
싯포도 샥스탑입니다. 엉덩이는 소중하니까요.
실은 드로퍼를 달아주려고 레버까지 사놨는데... 정말 고민되는 선택이었습니다.
아직도 뭐가 옳은 결정인지 확신이 안 갈 정도로 말이죰 😥
탑튜브백 볼트 체결부입니다.
탑튜브백에 맞추려고 스티어러도 낭낭하게 남겨 두었네요.
일단은 경량화를 위해 안쓰는 케이지 구멍에는 나일론 나사를 체결해뒀습니다.
다목적 케이지를 달면 포크 한쪽에 2리터 생수통까지 달 수 있습니다 = 생존성 향상
구동계는 카세트만 빼고 스램입니다.
무선이라 로드/그래블/산악 부품을 자유롭게 조합할 수 있어 넘나 편했네요.
스램 어드벤처 그래블 권장조합 그대로 FORCE 1X WIDE 40T크랭크 / GX EAGLE AXS 뒷드 / GX 체인이구요,
카세트만 SUNSHINE 9-46t XD를 달아줬는데 변속 잘 되네요.
114불에 경량 CNC 카세트라니.. 이건 못참겠더라구요.
큼직한 카세트에 가려져 안나왔지만, 브레이크 로터는 앞/뒤 160mm 스램 Centerline X구요.
경량 로터 그런거 없습니다. 이 자전거는 생존성이 컨셉이기 때문에..
유압 브레이크 설치는 처음 해봤는데, 오랫동안 미뤄둔 숙제를 마친 것 같은 후련함을 느꼈어요.
이 영광을 제조사 매뉴얼과 유튜브 파크툴 채널에 돌립니다.
일단 가볍게 다닐 때의 세팅이긴 한데,
짐이 많아지는 라이딩에선 GX이글 뒷드 캐파인 10-52t까지 꾹꾹 눌러담아 쓰려구요.
1x 구동계는 체인링 이빨이 체인의 넓은 간격과 좁은 간격에 딱 들어 맞도록 되어 있더군요.
스램에선 X-sync라고 부르는 기술인데, 앞드 없이 체인 이탈 방지를 위해 세대를 거듭하며 계속 개량하고 있다 하네요.
체인은 SILCA Secret Chain Blend로 핫왁싱을 해줬습니다.
그 어떤 루브를 써도 비포장 흙먼지 앞에서는 장사가 없더라구요.
핫왁싱 함 해보니까 생각보다 쉬웠구요.
물통 케이지는 습샬의 Zee Cage II입니다.
비포장 진동에도 절대 물통이 발사되지 않음 + 옆으로 뺄 수 있어 프레임백 공간을 최대한 확보 가능하죠.
타이어는 아메리칸 클래식 우덴 50c입니다.
공산품은 구하기도 힘들고 가격도 비싼 남미라.. 아마존 무료배송이 되는 타이어라 선택했네요.
좀 무겁긴 한데 저렴한 주제에 120tpi 케이싱에 측면까지 가드 둘러쳐져 있기도 하구요 = 생존성 향상
실란트는 당연 신뢰의 딸기향 먹오프
그간 아씨오마 우노를 산악용으로 개조해 사용해보고 나름 확신을 얻어 듀오도 개조해줬습니다.
대륙산 오픈몰드 프레임에 차대번호 따위는 없습니다.
대신 내돈내산한 프레임 보호 고무가 묵묵히 자리를 지킬 뿐..
어차피 남미에선 당하면 그냥 당하는겁니다 🤣
그래도 내구 테스트 보고서랑 동영상 다 받아보고 샀네요.
대륙인과의 커뮤니케이션은 언제나 경이롭지만 말이죠
이번에 오픈몰드 생태계를 조금 더 알게 되었는데요,
몰드 소유자는 유럽 업체이고 이를 중국의 여러 공장으로 보내 OEM 생산을 하는 구조라 합니다.
ISO 인증은 몰드를 소유한 업체가 유럽에서 하구요.
중국 공장은 납품 전에 같은 기준으로 공장 시험성적서를 제출하구요.
프레임이 슬로베니아에서 배송된 이유가 해당 유럽 업체의 물류센터에서 내보낸거죠.
유럽 구매자들은 관세 없이 받는다는데서 짐작하건데
도색은 슬로베니아나 인근에서 이뤄지는 것 같습니다.
가민 마운트, 물통 케이지, 페달, 튜블리스 수리 키트 다 합쳐서 9.65kg 나오네요.
샥스탑 스템 + 싯포에 페달과 50c 타이어 무게까지 감안하면 캐년 그리즐 CF SLX 부럽지 않게 나왔네요.
사실 그리즐 세일할때 결제화면까지 갔었
막짤로 자전거 조립 구경하길 좋아하는 신기한 고양이 사진 투척합니다.
이로써 저도 로드, 산악에 이어 그래블까지 다 가진 자가 되었습니다.
브롬톤이 없네?
와이프가 산악자전거 보고 "저건 이제 팔거야?"라고 물어보는데,
단호하게 "아니! 저건 이제 순수 펀바이크가 될거야"라고 대답했네요 ㅋㅋ
(추가)
깜빡하고 언급을 안했는데, 이 프레임은 T47 바텀브라켓을 씁니다!
아아... 나사산 비비의 재림, 그거슨 홈미케닉에게는 축복!
이건 법으로 강제해야 합니다. 🙏
오픈몰드 정보도 감사합니다.
저도 커스텀 빌드할까 싶다가도 구동계가격이 너무 비싸서 참고 있습니다. GRX12단이 조금 가격이 떨어지면 어드벤쳐 프레임에 기계식으로 1x12로 조립하고 드롭퍼 포스트 정도 달아보고 싶은데 아쉽네요.
시마노 기계식 1x12를 생각하신다면 GRX 뒷드에 XT 케이지 조합하는 해킹도 추천합니다 ㅎㅎ
고트링크 없이 순정 시마노 부품 조합만으로 11-51t 카세트까지 쓸 수 있습니다 👍
프레임 색깔 너무 이쁜거 아닙니까!!
완차구성 축하드립니다용+_+
안데스 풍경 기대합니다~!^^
두꺼운 깍두기 타이어까지... 승차감이 럭셔리 그랜드투어링카일 것 같습니다.😮
종류별로 다 갖고 계셔서 부럽습니다.
브롬톤도 사시면 되구요.ㅋㅋㅋ
자전거 생활을 미니벨로로 시작해서 그런지 브롬이는 항상 마음 속에 있는데 여건이 안되네요. 귀국하면 꼭 커플로 장만하고 싶어욤 🙏
자전거 이뻐요 ㅎㅎ
저도 최근에 저렴한 생활형 그래블을 새로 들인터라, 그래블 자전거의 특성이나 부품조합에 대해서 조금이나마 알게 되었습니다
작성하신 글을 정독해보니 디테일이 엄청난 멋진 자전거네요
완성차 중에서 이것보다 좋은건 찾기 힘들것 같아요.
게다가 직접 숙고하셔서 조립하셨으니... 정말 최고의 자전거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