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이사를 했는데 이사 오기 전 다니던 소아과가 있었습니다. 그냥 네이버 검색해서 집에서 제일 가까운 곳이어서 선택한 곳이었습니다. 여기서 영유아 검진도 하고 감기 걸렸을 때도 다니고, 아기 엉덩이 보조개 딤플이 의심돼 여기서 서류 받아서 대학병원에서 검사하기도 했고 백신도 여기서 다 맞췄습니다.
그러던 중 저희 집에 와서 아기를 봐주시던 장모님께서 다니시기 너무 힘들어하셔서 -차로 30분 정도 걸립니다- 장모님댁 근처로 한 달쯤 전에 이사를 왔습니다.
원래 서울 동쪽에 살았는데 더 동쪽으로 와서 서울 변두리 지역으로 이사를 왔어요. 이사 온 집에서 걸어서 10분 거리에 미니 신도시가 있습니다. 이곳에 소아과가 한 곳이 있는데 현재 여기에 다니고 있습니다. 여기도 집이랑 제일 가까워서 선택한 곳.
그런데 새로 이사한 곳의 소아과는 이전에 다니던 곳과는 분위기가 매우 다르더군요. 경쟁률이 장난이 아닙니다. 우선 똑딱으로만 예약을 받고, 오픈런이란 것을 아기 돌이 지나서 처음 경험해봤어요.
이전에 다니던 곳을 좀 얘기하자면 좀 젊은? 할아버지가 계신 곳인데 간호사는 두 명있습니다. 아무때나 가도 대기인수 5명을 넘기지를 않습니다. 11시 넘으면 환자가 아무도 없어요. 제가 아이 태어나고 처음 가 본 소아과였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이 소아과 오픈런 오픈런 얘기할 때 이해를 못했고, 사람들이 유명한 소아과 가려고 호들갑 떠는 일인 줄만 알았어요.
그렇다고 여기가 의사가 별로인 곳은 아니거든요. 요즘 젋은 의사들처럼 사근사근 친절한 것은 아니지만(불친절하다는 뜻이 절대 아닙니다) 털털한 느낌의 할아버지가 진료를 잘 봐주십니다. 선생님 앞에 앉으면 의사가 애 옷 입은 거 보고 한마디씩 하면서 아기랑 대화를 시도합니다. 물론 애가 어려서 대화는 불가능하지만 ㅎㅎ
야 너 공룡옷입었네 라던가
니가 힙합퍼냐?
강아지 옷에 꼬리도 달고 왔네 등등 별 의미도 없는 말을 툭툭 던지면서 그 사이 후다닥 청진기도 대고 코 내시경도 보고 하십니다.
궁금한 게 있어서 이것저것 물어보면 대답도 잘 해주시고요.
초보 부모가 아무것도 몰라 이것저것 물어보는데 물어보는 질문의 대답은 대부분 괜찮아 입니다 ㅎ
그래도 뭔가 애의 몸에 이상이 있을 것 같거나 안전에 관련된 거면 눈빛과 말투가 확 바뀌면서 진지하게 볼 건 다 봐주시고요.
아무튼 엄청 친절한 건 아니지만 다니기에 아무런 무리 없는 소아과입니다. 이런 곳이 환자가 없는 게 신기할 정도에요.
반면 새로온 동네의 소아과는 젋은(30대 중반쯤 되어보이는) 여의사가 하는 곳인데 대단지 아파트들 사이에 이 소아과 한 곳 밖에 없어서 그런지 경쟁이 장난이 아닙니다. 저희집에서 도보로 10분 거리인데 똑딱으로 예약하려면 후다닥 예약을 눌러도 2, 3시간 정도 뒤로 진료시간이 잡히네요.
여기는 간호사가 3명인데 이전에 다니던 곳과는 다르게 간호사들이 매우 적극적이라 영유아검진 때 잘못 쓴 항목도 체크 해주시고, 애가 못한다고 체크해 놓은 것도 간호사들이 직접 시켜보면서 '아기 잘 하는데요?' 하면서 많이 도와주셨습니다.
그런데 의사가 저는 조금 맘에 안 들더라고요. 친절하긴 한데 진료볼 때 애를 좀 막 다루는 느낌이 좀 들더라고요. 목 안을 본다고 혀 누르는 도구를 쓰는데 여기 2번 갔는데 2번 다 토했습니다. 이전에는 한 번도 이런 적이 없었거든요. 그래서인지 이 소아과에 가면 애가 선생님 얼굴만 보면 무슨 악마라도 만난듯 난리를 칩니다.
집도 가깝고, 예약이 힘들긴 하지만 일단 당일 진료는 가능하고, 간호사도 친절하고 하지만 앞으로 애가 아플 일이 있으면 차로 30분 정도 걸리는 이전 동네 소아과에 갈 것 같네요. 대기 스트레스도 없고, 애가 의사를 별로 안 무서워 하는 것 같아서요.
별 얘기도 아닌데 주저리 쓰다보니 글이 길어졌네요.
암튼 글의 요지는 소아과 오픈런 겪어보니 왜 사람들이 오픈런오픈런 하는지 알겠다 입니다 ㅎ
그 병원은 다시 안간다고 다짐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급성 폐렴 때문에 숨쉬는게 힘들어서 병원 찾다가 갈 곳이 그 곳 밖에 없어서 갔는데 천사 같은 선생님을 만나서 지금은 아이도 진료를 잘 받고 있습니다. 아이들이 겁 안먹게 차근차근 설명하면서 잘 해주시더라고요. 그 때 그 할머니 의사는 이제 진료진에 안 보이네요. 아이 병원 때문에 정말 많이 찾아 다녔는데 이제 정착한 듯 합니다. 예약도 온라인으로 가능해서 오픈런할 필요가 없어요. 매일매일 예약 오픈하면 경쟁이 그렇게 심하지 않더라고요. 예약하고 가면 정말 대기 없이 진료 받고 옵니다.
아이가 아플 때 맘 편하게 갈 수 있는 병원이 있다는게 복받은게 되는 현실인 것 같습니다.
홧팅입니다
많이 안아주시고 귀요미 감상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