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임신 준비 과정에서 눈팅으로 도움 많이 받았는데, 육아당에 글은 처음이네요.
오늘로 태어난지 40일이 되었습니다.
40주 5일만에 4kg 으로 나온 남자아이가 오늘로 6.5kg이 되었네요.
그 사이 아내는 임신전 몸무게로 돌아와 있고 저도 한 2kg 정도 빠졌습니다.
늦은 나이에 정말 정말 어렵게 찾아 온 아이라 존재 만으로 행복하고 잠깐 웃어주면 세상이 다 내것 같은 기분입니다.
그런데 이번 주말은 조금 힘겹네요.
영아산통인건지 원더윅스인건지 쉽게 잠들지 못하고 울음을 그치지 않는데요.
사실 아이가 우는 것은 당연하고, 아이 울음을 듣는게 감정소모가 많은 일이긴 하지만 나름 견딜만 했습니다. 남자고 아빠니까요.
근데 이번주는 그냥 우는게 아니고 엄마를 찾아 웁니다.
모유랑 분유를 같이 먹이는 중이라 새벽에는 가능하면 모유 한타임 건너 뛰어서 애기 엄마가 4~5시간은 잠을 잘 수 있게 해주려 하는데 이번주에는 그게 안되네요.
둘 다 잠못들어 힘든 것도 힘든 건데, 뭐랄까 아빠로서는 어찌할 수 없는 거대한 육아의 벽을 느껴 힘든 거 같습니다.
엄마가 아니라 아빠라서 내가 아무리 노력해도 해줄 수 없는 것 이 있구나.
이런 무력감은 참 오랜만이라 나이 들고서도 소화하기가 쉽지 않네요.
새벽에 생각이 많아지니 평등육아니 부부간 공평한 육아분담이니 하는 말들이 헛소리 아닌가?라는 생각까지 미치더군요.
기본적으로 육아의 주체는 엄마인거 같아요.
열달을 품었고 나았고, 젖을 물려 먹이고.
엄마와 아이의 유착과 유대를 무엇이 대신할 수 있을까요?
육아의 주체는 엄마고 아빠는 성실한 지원자, 보조자가 맞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욕심을 내려 놓고 엄마가 아이를 잘 돌 볼 있도록 최선을 다하자.
그거면 충분하다. 내 아이가 건강하게 무럭무럭 자랄 수만 있다면 내가 주인공일 필요는 없다. 뭐 그런 생각을 하면서 아이에게 서운한 마음을 다독였습니다.
제 품에서 그렇게 악을 쓰며 울던 아기가 엄마 품에서 금방 안정을 찾고 새근새근 잠에 드는 걸 보며 허탈하긴 했지만, 아이를 따뜻하게 품어주는 아내에게 감사함을 느끼며 그 존재가 다행이라 생각했습니다.
나이 들어 갓난쟁이한테 서운해 하고 미운 감정이 드는 못난 아빠가 하소연하는 글이었습니다.
다들 자기 건강 챙기면서 육아 하시길 바랍니다.
남자가 아이를 대신 낳을 수 없듯이, 육아에서도 엄마의 역할이 있고 아빠의 역할이 있습니다.
평등육아는 기준을 어디에 두냐에 달렸지만, 아빠 엄마가 동일하게 한다라는 조건에서는 불가능합니다.
아이는 안정감을 원할때는 엄마를 찾고, 놀때는 아빠를 찾는 경우가 많습니다. 노는건 아빠가 더 재미있는게 일반적이죠.
이유를 생각해본다면 상대적으로 아빠는 위험하지만 재미있는 것들을 더 허용해주는 편이기 때문입니다. (던지고 돌리고...)
벌써부터 아이에게 너무 서운해하지마세요. 앞으로 서운할일들이 넘쳐납니다.
우리 부모의 역할은 아이가 스스로 자립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둥지를 떠나게 해주는 거잖아요. 일희일비 하지말고 육아의 전체적인 방향성과 그림을 그리면서 그 안에서 아내와 나의 역할을 잘 나누며 키우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이 참 어려운 시기인데, 또 금방금방 지나갑니다. 힘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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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22
따뜻한 댓글 감사합니다.
댓글을 읽다 보니 위로가 되었습니다. ^^
말씀 감사합니다. 위로가 되셨다니 제게도 힘이 되네요.
아내분과 아이를 사랑하시는게 많이 느껴집니다. 하지만 섬세하신만큼 스트레스가 많을 것 같이 느껴졌습니다.
아이를 키우는 것은 참 어려운일이지만, 부모만이 느낄 수 있는 행복이 있습니다.
아이를 보며 배우는 것도 있고, 인내심과 마인트 컨트롤 능력이 나날이 높아지는 효과도 있습니다.
육아에서 아내밖에 할 수없는 일이 있고, 아빠만이 할 수 있는 일이 있습니다.
그리고 아이 또한 스스로 감내해야하는 일들이 있습니다.
아내의 일은 아내가 하도록 해주세요. 아이도 스스로 감내해야하는 일은 감내하도록 허용해주세요.
부부의 생활을 지키는 방향성 안에서 포기할 것은 포기하고 지킬건 지키며 균형을 찾아나가시길 추천드립니다.
아이의 불편을 모두 다 받아주지 마시고, 아이도 부모에게 맞춰야할 것이 있기에 그런 것들을 배워나갈 수 있도록 해주세요. 물론 40일 된 지금은 아이에게 맞추는게 맞지만, 아이가 커갈 수록 가정의 중심은 아이가 아닌 부부에게 있어야 합니다. 어느 아이가 부모가 불행한 가정에서 행복할 수 있을까요? 그렇게 해도 정상적인 부모라면 아이에게 여전히 많은 것들을 맞추고 있을 겁니다.
어려운 시기 잘 이겨내시고 아이의 웃음과 애교에 행복을 느끼면서 행복한 가정꾸려나가시길 바래요!
적어주신 말씀 하나하나가 마음에 와 닿습니다.
아빠로서 아빠만이 할 수 있는 일들에 집중해 보려 합니다.
정성어린 조언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6개월이시면 아이구야 ㅎㅎ 언제 6개월이 올까요.
남들이 보기엔 고만고만하겠지만 제게는 엄청 육아선배십니다. ㅎㅎ
통장 자는 날을 기다리며~ 통잠 주무시길 기원합니다. ^^
엄마와 아이의 유착과 유대를 무엇이 대신할 수 있을까요?... “
이런 말을 제가 몇번 했어요 저는 육아하며 싫은 내색, 불편한 내색, 힘든 내색을 거의 하지 않는 편이였어요
간혹 제 아가가 아이돌봄 샘이나 다른 누군가와 같이 놀다가도 엄마를 더 찾고 엄마를 좋아하는 것이 티가 나면,
서운해 하는 경우들이 있는데... 보통은 그러려니 하고 넘기지만... 사실... 위에 언급하신 부분이 맞아요
남편이... 아무리 육아를 적극적으로 해줘도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지만, 그럼에도 같이 하니 너무 고맙죠
하물며... 저 미음을 먼저 알아주니..... 이건 정말정말 눈물나게 고마운 부분일거에요
저는 원래 감정이 느리고 천천히 보는 편이라, 품고 나을 때까지도 저는 제 감정을 모르다가...점점 곱씹어 되돌아보게 되더라고요
제가 임신부터 출산, 직후 바로 일하며 육아하며...그 세월 단 한번도 짝궁에게 짜증안내고 화 안내고... 했던 이유는, 내 아이... 내가 품은 내 아이에게 모든 것이 전해지니까요 동시에 느낄테니까요
내가 내 짝이자 아이 아빠에게 서운하거나 화나는 감정을 갖게되면 내 아이도 느낄테니 그것도 싫었어요
신생아 육아중에도 엄마의 음성, 심장소리... 표정... 다 아이는 느낄테니 힘들고 싫은 감정은 많이 안느끼려고 노력했어요
그런데 잘 모르더라고요 힘들다 안하니... 많이 모르더라고요
말 안해도 알아주는, 글쓴 분의 그 마음을 아내분에게 전해주면 펑펑 눈물날 지도요
고마워할거에요
그리고 마음처럼 아내분 많이 도와주고 먼저 해주세요
물어봐서 잘 기억하고 해주세요
평생 너무너무 고마워할거에요
제 남편에게 고마운 점은, 그렇게 잠 많은 사람이 아기 나오고부터 새벽에도 언제든 아기가 조금만 뒤척여도... 칭얼거려도... 바로 일어나서 아이를 살펴본다는 것이였어요
그리고 늘 들으려고 해줘서 그 또한 정말 고마운 부분이고요
그러다보니 둘다 힘들어도 서로 주거니받거니... 고비를 넘기게 되더라고요
지금이 제 인생에서 가장 빛나고 소중한 순간들입니다
적어주신 댓글이 너무나 생생하고 먼저 경험한 것들을 진솔하게 풀어주셔서 제가 겪은 일인냥 마음에 닿았습니다. 따뜻한 조언대로 많이 물어보고 잘 기억해 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아침에 눈뜨면 케어하는것도 저고
기저귀 갈기, 목욕, 다 저만 했습니다.
요즘은 등원 하원도 저 혼자 합니다. 하원하고 놀아주는 것도 저 혼자 합니다.
롯데월드로 아빠랑은 20번가면 1번정도는 엄마도 같이 갑니다.
밤에는 둥이 들이 주기적으로 깨서 울어 제끼는데 저혼자 케어 하고 있습니다.
밤에 꺠면 "아빠~" 하면서 웁니다.
애기들이 엄마 얼굴 보는시간이 하루에 1시간이 안됩니다.
그래도 엄마를 찾습니다.
엄마가 안아줘야 되고 아빠가 안아주려고 하면 웁니다.
재울때 혼자 재우기 시작한지도 10개월 가까이 됐는데
엄마가 재워줘야 한다고 난리난리 하면 서럽게 10~20분 울어 제끼는데 감당이 안됩니다.
다행히 2~3주 하다가 말기도 하고 둥이 둘이 동시에 그 시기가 오지는 않았습니다.
아이들한테 엄마는 누구도 대체 할 수 없는 특별한 존재일거라고 믿고있습니다.
엄마대신 혹은 엄마몫까지 아빠가 해 줄 수는 없다고 생각하시면 좀 덜 서운하실겁니다.
나중에도 또 서운할 일 많이 생기실겁니다...
개의치 마시고 많이 돌봐주세요.
같은 조건의 어떤 아빠들보다 육아를 열심히 많이 했다고 생각하지만
그 시간이나 노력이 아까운적은 없었습니다. 둥이라서 혼자 둘을 신경 쓰느라 아쉬웠던것만 생각납니다.
적어 주신 댓글은 똥글이 아니네요 ^^
먼저 경험하신 것들을 담담하게 적어주셨는데 그 담담함이 먹먹하게 다가왔습니다.
감사합니다.
제 따님은 돌 즈음부터 두살정도 까지는 아빠 품에서만 담을 들었습니다. 졸리면 무조건 나를 안아라 라고 하셨죠. 그때 허리가 너무 아파 힘들었는데 다섯살 된 지금 그때 얘기 해 주면서 한번씩 안아서 자장가 불러주곤 합니다.
힘들다가도 잠깐씩 웃어주면 그 기쁨이 정말 크더라구요.
육아당 선배님들 보고 배우며 잘 키워 보겠습니다. ^^
돌전엔 아기엄마 보조 맞춰주시면서 쉴 시간도 주시고 하면 큰 도움이 될 거에요.
저도 남편분처럼 아이와 잘 놀아주는 아빠가 되고 싶네요.
따뜻한 댓글 감사합니다.
지나가보니 시간이 약이더라고요
댓글 달아주신 분들이 워낙 좋은 말씀 많이 해주셔서 응원만 남기고 갑니다.
화이팅!
그 과정에서 제가 느낀 건 엄마만 해줄 수 있다거나 아빠만 해줄 수 있는 건 없다는 거였고, 아이에게 엄마 아빠를 고를 수 있다는 신호를 주기 시작하면 모든 일에서 엄마가 해달라 아빠가 해달라 실랑이 하게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의도적으로 엄마가 있을 때도 제가 한다든지, 신생아라 못 알아들을때도 이건 아빠랑 하는거야 항상 말해주고 뭔가를 했습니다 제가 좀 힘들기는 했네요.
/Vollag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