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이초 사건과 주호민 사건을 보면서 약간의 정리를 해야 할 필요를 느껴서 여기다 정리를 해둡니다.
서이초나 제가 겪은 사건이 상황은 다르지만 학교 현실을 보여준다고 생각하고, 주호민 건은 제가 겪은 건이랑 비슷하기도 합니다.
정확한 사실 관계나 용어 등은 기억에 의존하므로 약간 오류가 있을 수 있습니다. 대체로 객관적으로 정리하려고 애를 썼습니다.
발단 - 꼬맹이가 학교 가기 싫다며 울며 호소함
올해 초등학교 입학한 저희 꼬맹이가 학교 가는 게 너무 싫다고 합니다. 처음에는 환경이 바뀌어서 그런 거니 하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습니다.
그러다 2주쯤 지나서는 대성 통곡을 하면서 학교가 너무 싫답니다. 사실 저희 애가 말썽 거의 안 부리고, 참을성 있는 애라 이건 좀 이상합니다.
차분히 대화를 해보니 담임 선생님이 쉬는 시간에도 책상에만 앉아 있고 못 움직이게 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학교가 감옥 같고 너무 힘들답니다.
몇 번 교차 확인을 해봐도 쉬는 시간 내내 아예 못 움직이게 한 답니다.
아침 등교해서 화장실만 갈 수 있고, 하교할 때까지 책상 앞에 앉아 있으면 저 같아도 학교가 싫을 겁니다. 그냥 감옥입니다.
사실 확인 - 애 말이 맞고, 교사는 퇴직을 호소
이건 좀 문제가 있는 거 같아서 담임 선생님에게 학부모 면담을 신청했습니다. 담임 선생님이 전화와서 하는 말이 애 말이 맞다 죄송하답니다.
그래서 뭔 일이냐고 했더니 같은 반에 지적 장애 학생 둘이 있는데, 통제가 안 되어 다른 학생들을 신경 못 쓴 거 같다. 죄송하다 이럽니다.
좀더 자세히 여쭤봤더니 장애인과 일반인 학생이 같이 하는 통합 교육이라는 게 있는데, 남매가 둘이 같이 일반 학생과 교육을 받는답니다.
그 중 남자애(앞으로 A 학생)가 폭력적이고, 물건 집어던지는 건 예사고, 여학생들한테 폭력을 행사하고 등등으로 통제가 안 된답니다.
A를 통제하느라 어쩔 수 없이 그렇게 했다고 하네요.
통합 교육을 위한 보조 교사도 1명이고, 그나마도 5교시 중 2시간만 있어서 자기 혼자서는 어떻게 할 수 가 없답니다.
그리고는 하소연을 하시네요. 자기가 20년 경력이고 나름 사명이 있어서 지적 장애 학생 2명을 자신이 받아서 담임을 한 건데.
요즘은 자기 교사 생활 처음으로 퇴직을 생각하신답니다.
학부모 회장도 같은 반의 학생 부모고, 교감/교장도 있는데 나쁜 소리 듣기 싫어서 아무 것도 안 한답니다.
죄송하다고 애가 그렇게 힘들어하는지 몰랐다 애들은 쉬는 시간에 풀어 두겠답니다.
뭐라 말하기도 힘들고 해서 고생하신다 하고, 쉬는 시간에만 잘 풀어달라 하고 마무리했습니다.
어쨌든 뭔 말도 안 되는 이상한 이야기라고 생각되지만, 내가 모르는 뭔가 있겠지 라고 생각하고. 그 다음주 학부모 참관 교육이 있어서 지켜 보기로 했습니다.
사실 추가 확인 - 이건 아니다 싶어서, 교장 면담 신청
다음 주 학부모 참관 교육은 아수라장입니다. A는 손에 잡힌 거 다 집어 던지고, 소리 지르고 난리입니다.
애들 어머니가 있어도 제어가 전혀 안 됩니다. 다들 얼굴이 굳어가고 담임 선생님은 초탈해지면서 A가 비명을 지르던 말던 무시하고 수업 진행합니다.
결국 보다 못한 어머니가 A를 데리고 나갑니다.
저희 애와 좀 더 이야기해보니 여자애들은 공포 수준이고, 남자애들도 필통 같은 거 날아와서 맞는 거 예사여서 싫어한답니다.
담임 선생님과 더 이야기해보니 해당 학부모가 의사나 기타 상담 한 번 안 해본 상태에서 무조건 일반애들과 통합 교육을 고집했답니다.
담임 선생님과는 대화를 거부하는 상태고, A가 가지도 않는 특수반 교사랑만 이야기한다고 하더군요.
교장/교감 면담해도 되냐고 했더니, 제발 좀 해달라고 합니다. 조치가 안 되면 진짜 심각하게 퇴직 생각 중이시랍니다 T.T
학교에 장애아가 A 남매 말고도 학년에 3명이 더 있는데 모두 A보다 정도가 훨씬 약하답니다.
그런데도 나머지 학생들은 모두 입학 전에 의사 상담 받고 약물 처방을 받고, 3시간만 통합 교육 받고 4교시부터 특수반으로 간답니다.
더 정도가 심한 A 남매는 의사 상담도 없었고, 당연히 약물 처방도 없이 그냥 보내고, 그나마도 전일로 통합 교육이랍니다.
그 와중에 황당했던 건. 학부모가 학교 스탭 중 이야기하는 유일한 특수반교사 왈 특수반에 오면 애가 바보가 되니 절대 보내지 말라고 했답니다.
특수반은 가지도 않는데 특수반 교사의 말만 듣습니다. 아.. 정말 …
교감 면담 - 책임 회피의 극단
교장 면담을 신청 후, 몇 일후 학교에 갔더니 교감이 나오더군요. 어쨌든, 지리 지리한 이야기를 들으며 결론은..
- 장애아 + 일반아 통합 교육에 대해 적절성을 판단하는 기준은 없다. 그냥 장애아 부모가 원하면 그냥이다.
얼마나 장애가 심하냐 이런 건 없다. 하라고만 되어 있고, 구체적인 절차, 방법, 판단 기준 이런 건 없다. - 장애아 부모가 원하는 대로 해주는 수 밖에 없다.
학부모에 관해서는 말이 통하지 않아서 학교에서 할 수 있는게 없다라는 말도 하더군요.
교육청에 민원을 내시면 교감한테 다시 오기 때문에 어차피 필요 없다라는 얼척 없는 말도 추가로 들었습니다.
보통 전업 주부인 어머니가 상담을 오니, 교감이라는 인간이 거기에 맞춰 최적화되어 있더군요. 아주 건성 건성입니다.
교감이 뭐라 하던 무시하고, 프로세스 + 법만 꼬치 꼬치 캐물어서 지리 지리하게 2시간을 이야기했습니다.
담임이 저렇게 힘들다는데 당신은 머하냐? 할 수 있는게 뭐냐 했더니 결론은 2가지로 났습니다.
- 예산을 받아오겠다.
- 5교시중 2시간만 보조 교사가 붙었는데, 폭력성이 있으므로 상시로 보조 교사를 2명 할당하겠다
조치 후 - 살만하다는 담임 선생님
이런 과정을 거쳐서 상시적으로 보조 교사가 붙을 수 있게 교육청에서 예산을 받아왔습니다. 추가로 월 5백만원씩인가 들었다더군요.
네.. 전일 통합 교육을 고집하시는 학부모를 위해서 월 5백만원씩입니다. 이거 보면서 참 대한민국도 약자를 위한 시스템이 어느 정도는 되는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담임 선생님은 교감 면담 과정을 거쳐서 교육청 결정이 떨어진 후, 정말 고맙다고 감사 인사를 하시더군요.
그러면서 하시는 말씀이, 자기 교사 생활 20년 동안 학기초가 개시된 이후 추가 예산 편성된 건 이번이 처음이라더군요.
이런 일은 정말 처음이라, 자기 뿐 아니라 전체 교사들이 정말 고마워한다고도 이야기하고요.
저희 꼬맹이는 자기도 모르는 새 나름 유명인사가 되고, 담임 선생님도 저희가 연락하지 않아도 간간히 애 소식을 전해주시더군요.
어쨌든, 담임선생님이 이제 퇴직 생각은 안 난다고 하셔서, 저희도 여기까지 하기로 했습니다.
개선이 안 된다면, 학교마다 장애아 통합 교육 협의회인가가 있던데. 거기 출석해서 다른 조치를 취할 생각이었습니다.
통합 교육 관련된 소회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이 계통에 계시는 분들에게 좀 의견을 구했더니. 이런 식으로 자기 애의 장애를 인정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하더군요.
이런 분들은 남자 애의 경우 군대 가는 나이가 되야 장애를 인정하신다고 하네요. 군대 가면 죽을 수도 있으니 그때서야 인정하신다고.
희망 고문이라고 해야 하나.. 나의 애는 다를 거야 라는 그 희망을 버리지 못 하시는 거겠죠.
문제는 학부모는 개인이므로 당연히 이럴 수 있는데. 시스템은 이걸 필터링을 해줄 수 있는 장치가 있어야 합니다.
근데 그냥 학부모가 응석 부리듯 무조건 들어주게 되어 있습니다.
통합 교육의 목적도 장애가 있더라도 틀린 게 아니라 그냥 약간 다른 애들이고 나랑 똑같은 사람이라고 인식되어야 하는데, 이 정도면 없던 혐오도 애들한테 만들어지더군요.
꼬맹이 하는 말이 여자 애들은 여전히 무서워하고, 남자 애들은 이상한 애로 인식합니다. 이건 통합 교육의 목적을 반대로 달성하는 겁니다.
폭력 정도가 심합니다. 수업 중에 필통 날아오는 건 예사고, 손 찍힘, 방과 후 교육 중 컴퓨터 모니터 던지기로 수업 중단.. 뭐.. 등등..
전담 교사가 생긴 이후로 빈도가 줄긴 했는데, 이후로도 꼬맹이가 A가 오늘은 뭘 던졌다, 이상하다라고 이야기를 가끔씩 전합니다.
이게 통합 교육의 목적을 달성할까요? 아니면 장애아는 어울리지 말아야 할 존재로 생각하게 되는 건가요?
유사한 문제를 겪으실 분에 대한 조언
참고로 유사 문제를 겪으시는 분은 절대 장애학생 또는 부모와 대결 구도로 가서는 안 됩니다. 어차피 그런 식으로 전개되면 해결이 안 됩니다.
일반 학생과 장애 학생의 구도에서는 약자인 장애 학생의 보호가 기본이므로 해결 안 됩니다. 또 그게 맞는 거구요.
그보다는 그 학생 말고 우리 애의 문제 해결 방법에 대해서만 논의를 해야 합니다.
저는 교감 면담에서 절차상, 법적인 문제와. 만약 안 되면 학교에서 당한 아동 학대(?? 뭐 어쨌든 감옥 같은 학교도 아동학대로 볼 수 있긴 합니다)로만 문제를 진행하겠다라고 이야기했습니다.
그리고 이런 피해를 입고 있는데 여기에 대해서 학교 측의 절차만 이야기한 거죠.
장애학생과는 전혀 관계 없고. 그것만 이야기했죠. 만약 장애 학생과 결부시켰다면 절대 해결 안 됐을 문제입니다.
그 다음으로 해결이 안 되면 2차 절차도 생각중이었습니다만, 담임 선생님이 만족해서 일단 접었습니다.
학교 교육 현장의 문제점
서이초, 주호민 사건을 보고, 제가 겪은 사건을 보면서 학교 현장의 문제를 생각하게 되더군요.
학생 인권 조례, 또는 장애인 통합 교육이 잘못 됐다는 식으로 이상한 이야기를 하던데요. 제가 겪은 건 전혀 다릅니다.
그냥 이건 시스템적으로 학교 교육 현장이 무너져 있는 겁니다.
첫째로 통합 교육을 한다고 교육부, 교육청에서 지침이 내려왔습니다. 그러면 사실 거기에 대응하는 모든 매뉴얼이 작성되어 있어야 합니다. 아니면 최소한 문제가 발생했을 때 이슈 처리 절차는 있어야죠.
그래야 실무진이 일을 하죠. 통합 교육을 하면 이 정도의 장애면 이 수준이 가능하고, 저 정도의 장애면 저 수준이 가능하고.
장애아 학부모는 당연히 학교 입학 전에 의사 상담을 받아와야 하고, 이런 건 기본 아닌가요?
근데 그런 거 전혀 없습니다. 그냥 달랑 통합 교육 실시하는 겁니다. 그 후 모든 책임은 일선 교사가 지고, 늘어난 업무량도 알아서 하는 겁니다.
둘째로, 교장/교감 XX 같은 관리직들이 일을 전혀 안 하는 겁니다. 관리직이 하는 일은 실무가 아니죠, 실무진이 하는 장애를 뚫어줘야 하는 겁니다.
근데 20년 교사 생활 동안 추가 예산 할당을 본적이 없다? 교육 현장은 전지/전능한 분만 있는 게 아니면 관리가 전혀 동작을 안 하고 있는 거죠.
저런 사건이 있었는데, 교감은 내가 할 일은 없다하고 등짐지고 있었습니다. 같은 학부모인 제가 민원 제기하기 전까지는요.
이 두 가지의 콤보가 활성화되면..
교육부는 좋아 보이는 아무 정책이나 던지고, 문제가 발생하면 현장에서 해결해야 하는데.
현장 문제를 해결해 줄 관리직인 교장/교감은 난 몰라 하고 있는 거죠.
그러면 교사는.. 지원 체계도 없고, 보급도 없고, 지휘도 없는 전쟁통에 홀로 던져 지는 거죠.
주호민 건도 뭐 끝나봐야 알겠습니다만. 주호민의 학교가 해줄 수 있는 건 아무 것도 없고 법적으로 가야 한다는 말이 이해가 됩니다.
절차/시스템도 없고, 교장/교감의 관리직은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주호민 측이 뭘할 수 있을까요? 가장 빠른 건 법으로 가는 겁니다.
제가 겪은 경험은 앞으로 학교 폭력을 겪던, 무슨 문제를 겪던 이 상태로라면 학교에 기대하지 않을 거고.
되도록 학교 시스템이 아닌 외부 시스템을 활용할 겁니다.
네. 감사합니다
저는 다행히도 잘 해결되었는데. 다른 분도 그럴까는 참 의문되는 문화였습니다.
이러한 내용이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져야 합니다. 심각성을 인지해야 하고요.
흔히 말하는 이슈 처리 절차가 없는 조직이라 갑갑하더라고요. 그게 문제인지도 모르는 거 같구요
시스템도 없고. 관리직이 아무 것도 하지 않는 조직이면 그게 답이겠죠. 자신을 보호할 유일한 길일테니까요.
학부모의 호의나. 대신 싸워줄 학부모라는 것도 찾기 힘들거구요.
보통 진상 부모는 휴식권 침해로 담임교사를 아동학대로 신고하는데... 잘 참아주셔서 감사합니다 ㅠㅠ
휴... 교장/교감은... 그냥 쉬려고 올라간 분들이니 그러려니 합니다. 저 정도면 매우 훌륭한(?) 편에 속하는 분들이에요.
지 몸 보신하자고 교사를 먼저 아동학대로 신고하는 인간들이 널렸습니다. 미친세상이에요.
재작년에도 부산 자살한 교사도 교장이 아동학대로 신고했습니다
담임 선생님의 악의가 있다면 몰겠지만 그건 아니니까요.
제일 이해 안 되는 게 교장. 교감입니다. 사실 사기업에서 엄청 힘든 게 임원인 데 놀고 먹는 임원이라 생각도 못 하는 데 학교에서는 그게 당연하다라. 실무진 에게 일하지 말라는 거죠.
그리고 저 교감도 별로 다르지 않습니다. 제가 담임은 모르겠고 당신은 꼭 진창으로 끌고 들어가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보여줬거든요. 그래서 일한 겁니다. 갑갑하더군요.
여튼 제가 사기업만 다녀서 그런지 이해가 안 되는 조직 문화였습니다.
참 갑갑한 현실이긴 한데.. 그래도 알아야 대처하겠죠... -.-....
좋은 경험 공유 감사합니다.
경험하고 들은 것만 많아서.. 아직도 그걸 업무에 적용은 못 하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해결이라고 보기에는 미묘하지만.. 어려움을 겪으시는 분이 괜찮다고 하니 해결이라고 해야하려나요.
한국 사회가 관계를 중요시하는 사회인데, 시스템, 매뉴얼보다는 관리 층의 대응으로 유지되어 온 사회죠.
근데 관리층이 붕괴된 학교는 정말 시스템, 매뉴얼이 중요하겠죠.
해결이 안 되면 2차 절차가 뭐였을지 여쭤보아도 될까요? ^^;
사실 시스템이 없다는 건 저도 거기에 편승할 수 있다는 거죠.
통합 교육 위원회에 출석해서 액션을 취할 생각이었습니다.
지금까지는 장애 학부모만 출석해서 목소리를 냈으나, 일반 학생 학부모도 출석해서 목소리를 내는 거죠.
말 그대로 시스템이 없다는 건, 목소리 큰 사람이 맘대로 활용할 수 있다는 거죠.
시스템의 헛점을 활용하는 것이므로 저도 뭐.. 공개적으로 이야기하긴 그렇습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