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글주의)
요즘 제게 감동을 주어 눈물짓게 하는 저희 아이들과의 대화가 내내 기억에 남아
기록겸 자랑겸 육아당에 남겨 봅니다..
1. 첫째와의 대화 - 엄마 그동안 저는 억지로 동전을 뒤집어 왔어요
몇번 댓글에 남기기도 했는데 저희 첫째딸은 현재 10세로 7세부터 불안&우울이 심해 줄곳 치료 중에 있어요
만3년이 경과되어 이번에 풀배터리도 다시 받고 약물도 변경 + 놀이 치료 추가 등등 아이도 저도 열심히 노력 중이죠
여전히 지능이 정말 높고 인지적 자원이 넘쳐나서 불안도 끊임없이 만들어내는 여러모로 놀라운(?!) 아이입니다.
아이가 집에서 크게 슬픈 일이 있어서
등교 한 날에 담임 선생님께 편지로 슬프고 괴로운 자신의 마음에 대해 썼다고 합니다.
선생님께서 바로 답장을 써주셨대요.
ㅇㅇ아
행복과 불행은 동전 던지기의 앞면과 뒷면 같은거야
어쩔 땐 행복이 나오기도 하고 어쩔 땐 불행이 나오기도 해
그러니 불행이 나왔다고 너무 괴로워하지 않길 바랄게
조금만 참으며 기다리면 다시 행복이 나와
다음에 다시 불행이 나와서 슬픔이 찾아오면 지금처럼 나한테 편지를 쓰렴
저랑 게임&유투브에 관한 대화를 나누다가 곰곰이 생각을 하더니 저 편지 내용 이야기를 저에게 하더라고요
(아이가 우울함을 떨치려고 미디어에 과몰입 중이거든요.. 그래서 학교 수업도 불가능한 상황이라 담임선생님 염려도 큰 상황입니다. 제 예전글 중에도 아이가 책에 과하게 빠져드는 모습이 상식적 수준이 아니라는 생각에 이해하기 어렵다 했었는데 그 행위도 사실상 현실도피의 일종이었더군요)
그러더니 아이가 글 제목에 있는 말을 꺼냈어요
엄마 그동안 저는 억지로 동전을 뒤집어 왔어요
예를 들어
친구랑 동전 던지기 게임을 하기로 하고 앞면이 나오면 이기는 거고 뒷면이 나오면 지는거다 하고
번갈아가며 동전 던지기 게임을 했어요
그런데 저는 뒷면이 나오면 억지부리며 앞면으로 뒤집는 걸 계속 한거에요
선생님의 편지와 엄마와의 대화로 이걸 깨달을 수 있었어요
엄마 저는 이제 뒷면이 나와도 억지로 뒤집던 행동을 멈추고
슬픔을 받아들일 거에요. 아 이번엔 뒷면이 나왔구나 내가 지금 슬프구나 하고 인정을 하려고 해요
그리고 나에겐 엄마가 있기 때문에 엄마에게 슬픔을 털어놓거나 또 선생님께 편지를 쓰기도 하며
내 마음을 덮지 않고 마주보기로 했어요
불안에 떠는 모습없이 확신 가득한 눈빛으로 제 눈을 똑바로 쳐다보고 저런 이야기를 하는데
감격스럽기가 이루 말할 수 없었어요
제가 대화를 통해 유도하거나 이끌어낸 내용도 아니고
선생님의 편지와 애정 그리고 저와의 여러 대화들을 통해 아이 스스로 통찰한 결과 나온 이야기여서 굉장히 감동 스러웠답니다.
2. 둘째와의 대화 - 엄마 저는 우리 가족 모두의 아이에요
첫째 약의 변화로 인해 손톱 주변을 계속해서 뜯는 부작용이 생겼어요
다음번 방문 때 아마도 약을 조절해야 할 것 같은데 일단은 당장 뜯을 거리를 만들지 않으려고 자주 손질도 해주고
거스러미를 손톱깎기로 잘라주면서 아프겠다며 제가 속상해 하고 있는 상황이었어요
👧 (한숨) 내가 아침부터 그렇게 뜯지 말라고 말을 해도 언니가 말을 안들어요!!
- 에고 그랬어? ㅁㅁ이가 언니를 걱정했구나? 그런데 왜 언니가 말을 들었으면 좋겠어?
👧 언니가 자꾸 손톱을 뜯어서 피나고 아프면... 내 마음도 속상하거든요. 언니가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 우와 ㅁㅁ이 언니가 부럽다. 이렇게 언니 생각해주는 동생이 있어서 말이야
👧 엄마!?! 저는 우리 가족 모두의 아이에요!
- 아 맞다 맞다 그렇지? ㅁㅁ아 네가 우리 가족이라서 정말 좋아
👧 아휴 엄마! 잊었어요? 엄마가 나를 낳았잖아요. 그러니까 엄마가 대단한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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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별은 같지만 성별을 제외하고 외모부터 발달 기질 성향 취향에 이르기까지 모조리 N극과 S극인것 마냥 모든 결이 서로 다른 두 아이를 키우며 어려움이 참 많았어요
둘째인데도 모든것이 달라서 처음부터 다시 겪는 느낌이었습니다 ㅋㅋㅋ
첫째는 어려서는 그렇게 몸이 아프더니 어느정도 성장해 이제는 응급실도 입원실도 자주 안찾는구나 싶었더니만 정신적인 문제로 다시 긴긴 터널을 함께 걷는 중이죠 ㅎㅎ
누구라도 육아뿐만 아니라 인생에 늘상 기쁨만 있겠냐 싶어요
저희 첫째아이 선생님의 말씀처럼 어느날엔 행복이 어느날엔 불행이 오기도 하는게 우리 모두의 인생 아닌가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내 현재의 마음, 그리고 나와 끈끈하게 연결된 가족 혹은 친구들과 그런 마음들을 서로 나누고 힘들땐 위로하며 살다보면
이런 행복을 발견하기도 하고 또 이렇게 행복감을 나누는 기회도 얻게 되는거 같네요
육아당 오시는 분들과 자녀들 모두 동전 던지기에서 행운면이 더 자주 나오는 매일이 되길 바라며
이만 아이자랑을 마칩니다.
그 어떤 어른들보다 마음이 깊고 넓고 강한 아이같아요
둘째도 참 착하게 잘 크고 있구요.
아이가 저만큼 크기까지 부모 두분이 그동안 참 고생 많으셨고, 대단하시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인생이라는게 동전의 앞면과 뒷면이 있는건데
뒷면도 인생인걸 인정해야 마음이 편하죠.
영특한 애들이니 잘 될거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