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 학대 하면 떠 올려지는 장면은 구타나 고문에 가까운 폭력을 연상하게 된다.
그러나, 학대를 연구해보면 학대는 적극적 공격과 소극적 공격으로 나눈다.
여기서 말하는 소극적 공격(an negative attack)이란 아이를 때리거나 공격하는 경향이 아니다.
그냥 방치하는 것이다. 내가 애착이론을 공부하다 볼비가 한 이 말 한 마디에 깜짝 놀란 적이 있었다.
"아이가 바라는 건 애착(사랑)인데 아이에게 그런 사랑을 주지 않는 것이 이미 학대이다"
..그렇다. 사람이 바라는 걸 주어야 하는데 바라는 걸 하나도 못 받고 자랐다면 그건 내면에 상실의 상처를 주는 것이고 그로 인해 인격은 결핍감(Deficiency)을 가져다 준다.
그런 사람이 성장하면 언제나 무감각, 무반응, 무기력과 같은 3무(無)의 모습을 보인다.
그런 사람의 특징 중 하나는 어느 시점에서 인간으로서 드러나야 할 감정이 드러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즉..섬세한 감정을 느끼고 느낀 것을 반응해야 할 적에 그러지를 못한다는 것이다.
그 순간 인지적 혼란이 오기 때문이다.
아주 오래 전의 이야기다. 부끄러운 고백이기도 하고..
내 아이가 5살-6살 때로 기억한다. 서울의 반지하방에서 살 적에..아이와 숨박꼭질 놀이를 하게 되었다
그런데 아이가 "숨는다"하고 뛰다가..전기줄을 못 보고 그 줄에 걸려 앞으로 고꾸라지고 말았다.
당연히 아이는 비명을 지르듯 울었는데 그 순간 아내는 "예린아 왜 그래!" 하고 달려왔다.
그런데 난 그 순간 아주 이상한 행동을 한 것이다.
멍 하니 있었다. 뿐만 아니라 마음에서 아이 걱정대신 "어이구 멍청한 것 어떻게 저 전기줄을 못 봐!"
하는 마음이 올라온 것이다. 지금생각해도 이해되지 않는 비정상적 이상심리가 아닐 수 없다..
지금..돌이켜보면 내 모습이 그렇게 분석이 된다.
나는 어릴 적에 다쳐도 모든 걸 나 혼자 처리했다. 즉..스스로 일은 스스로 알아서! 이게..내가 늘 갖고 살던 좌우명이었다. 그런 생각을..내가 갖고 태어났겠는가..학습이다..배운 것이다.
내 앞가림은 내 스스로가 해야만 한다는 그게 사람됨의 도리(?)라는 신념을 배운 것이다..
아이가 내 앞에서 엎어지는 것을 보았으면 당연히..달려가서 즉시 일으켜 세우고 아이를 진정시키고
다쳤으면 얼른 조치를 취하는 것이 아빠의 도리요 사람다운 도리 아니겠는가.
그런데 나는 그러지를 못했다..아니 순간 그럴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는 게 더 맞는 말 같다.
아이가 그럴 가치가 없어서? 전혀 아니다. 아이는 누구보다 소중히 키웠다.
답은..내가..그런 걸 체험하지 못하고 자랐기 때문이다.
나는..툭하면 모든 원인을 배우지 못하고 깨닫지 못한 부모의 탓으로 돌리는 원인론을 싫어한다.
하지만..분명한 건 있다. 사람은 누구나..받은 걸 주게 되어 있다는 것이다.
나는 애착이론에서 말하는 안정애착아(B TYPE) 유형이 아니었다. 나는 아무리 봐도..A TYPE이었다.
(이런 구분에 대해 더 알고 싶은 분들은 제가 쓴 자아상의 치유 를 살펴보시길 바랍니다..)
모든 것을 혼자해야만 한다라는..생각, 인생이란 결국 혼자라는 단자적이며 고립된 세계관과 인생관을 가진 그런 유형으로 자랐다는 말이다.
그런데 어느 날..투사하듯 미워하는 마음을 다 내려놓고..그저 내 어머니와 아버지를 있는 그대로 보게 되었다. 그 분들도 늘 아버지요 어머니만은 아니셨을 것이다. 어린시절이 있으셨을 것인데..
아무리 외조부 외조모, 조부 조모를 봐도..우리 부모님이 그 분들에게 있는 그대로 사랑을 받고 수용을 받고 감동과 용기를 받고....................그런 적이...있으셨을까 싶었다..
다시 오래 된 이야기다..내가 고등학교 다니던 시절..이니까.
그 때 가을이었다. 집에서 과수원을 운영하는 친구 녀석이 금요일에 친구 몇 명에게 내일 배와 사과 복숭아가 풍년이라 어머님이 원하는 만큼 과일을 따 가져 가라고 했단다..
그래서 비닐포대를 원하는만큼..가져오라고 해서 난 네 개 정도를 가져간 것 같다. 사실 하나 가득 채우면 그걸 드는 것도 힘든데..네 개씩이나..욕심이 과했다.
아무튼..그걸 들고 그 녀석 집으로 들어가는 순간..허어........
저 쪽에서 친구 어머니가..머리에 수건을 쓰시고 꾀재재한..치마를 입고 달려오시면서 "우리 아들~~"이라고 웃으며 달려오는 것이다..
그 순간 내 친구놈이.."엄마~~" 하더니 분명히 아침에 본 아들이고 어머니일텐데 둘이 끌어안고 반갑게 인사를 하는 것이다.
난 그 장면을 보고 나도 모르게..이렇게 중얼거렸다.
"저런..미친놈..어떻게 엄마랑 포옹을 해?"..
.
그 순간..나는 극명히 비교되는 무언가를 보았다. 엄마와 자연스럽게 즐겁게 아무렇지도 않고..포옹을 하는 공부도 못하는 그 친구녀석의 모습과..
나름 공부한다고 잘난 체 했던 그러나..그런 포옹을 단 한번도..기억해 내지 못하는 너무나 초라한 나를..보면서 그 때 내 어깨가 풀리면서..내가 거지같다..라고 생각한 순간이 있었다.
출처 : 변상규 교수의 열린 연구실
https://m.blog.naver.com/jesusbyun/220813629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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