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프런을 아시나요?
인프런은 온라인 강의를 올릴 수 있는 플랫폼인데, 이곳에 VR 개발 강의를 제작하여 오픈하기까지의 과정을 공유합니다.
강의를 만들고 공유하는 여러 방식이 있겠지만, 제가 강의를 제작하고 오픈하기까지의 대략적인 과정은 아래와 같았습니다.
강의 기획 → 커리큘럼 작성 → 강의에 필요한 콘텐츠 제작 → 대본 제작 → 촬영 → 편집 → 자막 추가 → 강의 소개글/영상 제작 → 인프런에 업로드/제출 → (인프런에서) 에디팅 → 계약 → 오픈
처음 겪는 과정이라 시행착오가 많아서 전체 과정에 약 두세달 정도 소요되었네요.
한 단계씩 간단하게 적어보겠습니다.
강의 기획
저는 유니티를 주로 다루는 프리랜서 개발자로, PC, 모바일 게임 개발과 VR, AR, MR 개발 방법에 대해 온/오프라인으로 강의하거나, 콘텐츠를 개발하던 사람인데, 제가 알고 있는 지식 중에 공유할만한 게 뭐가 있을까? 하다가, 그중에 선택한 게 VR 개발 방법이었습니다. 인프런에서 VR 개발 강의가 마땅치가 않은 걸 보고 선택했었던 기억이 있네요.
유니티로 VR 콘텐츠를 개발하려면 VR 플러그인을 쓰는 게 편한 데, SteamVR Plugin부터, Oculus Integration, Vive Input Utility 등 각 VR 장비에 특화된 플러그인도 있고, 유니티 사에서 제작한 XR Interaction Toolkit도 있습니다.
이 중에 공식 플러그인인 XR Interaction Toolkit이 가장 쉽다고 생각되어 이 녀석으로 선택하고, 콘텐츠를 제작하기로 했습니다.
기획 단계에서는 VR 콘텐츠 개발에 필요한 기본기인 C#과 유니티 기초까지 다루려고 했는데, 만들다 보니까 너무 양이 방대해져서 이 부분은 어느 정도 아는 사람으로 타겟을 조금 좁히고, XR Interaction Toolkit의 기초부터 실습까지만 다루기로 결정했습니다.
[XR Interaction Toolkit]
커리큘럼 작성
어떤 걸 강의해야 할 지 결정했으니, 세부 내용을 채울 순서였습니다.
저는 노션으로 문서를 작성하는 게 편해서 노션을 켜고 새 페이지를 만들었습니다.
(지금 이 글도 노션으로 작성하고 있네요)
먼저 목차부터 만들고, 그 아래에 어떤 내용을 채울지 쭉 나열해보고, 순서도 조절하고, 합치고, 나누고 해보니,
결국 [개요 → 설정 → 기본 → 상세 → 실습] 순으로 커리큘럼이 작성되었습니다.
사실 나중에 대본을 작성하다가 커리큘럼이 조금 변경되기도 했었네요.
저는 이 내용에 대해 이미 오프라인으로 강의를 해 본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커리큘럼을 정리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되었지만, 경험이 없다면 대본을 작성하거나 리허설을 해볼 때 차차 수정하는 식으로 커리큘럼을 작성해도 될 것 같네요.
[커리큘럼, 대본 등을 작성했던 노션 디렉토리 페이지]
강의에 필요한 콘텐츠 제작
강의를 해보신 많은 분이 그렇겠지만, 실제 강의를 하기 전에 당연히 강사가 먼저 해봐야겠죠?
온라인 영상으로 제작하는 강의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이 강의 같은 경우는 VR 콘텐츠를 제작하는 실습도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학습용 VR 콘텐츠를 미리 제작해야 했습니다.
너무 복잡해서도 안 되고, 너무 단순해서도 안 되고, 최대한 다양한 기술을 사용해 배울 여지가 많은 콘텐츠를 준비해야 했는데,
이때 시간이 제일 많이 소모된 건 사운드/그래픽 리소스를 찾거나 제작하는 부분이었습니다.
저는 프로그래머이기 때문에 배경음악이나 효과음 같은 사운드를 만들 수 없어서, 모션 엘리멘탈 사이트나 무료로 공개된 SFX 등을 찾아 헤맸던 기억이 있네요. 이 시기에 귀에 이상한 소리가 들릴 정도로 이어폰을 끼고 살았던 기억이 납니다.
사실 에셋 스토어라고, 유니티에서 쓸 수 있는 사운드/그래픽/플러그인 등을 팔고 있는, 유니티 자체 스토어에서 구매하면 편하긴 한데, 당연히 수강생에게 배포할 수가 없으니,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습니다.
그래픽 리소스는 열심히 찾다가 마땅한 게 없어서 MagicaVoxel 프로그램으로 총/맵/몹 등 복셀을 직접 찍어 만들었습니다.
다행히 3D 애니메이션이 필요하거나, 2D 그래픽 리소스가 필요한 콘텐츠는 아니어서, 복셀로 다 해결할 수 있었죠.
최종적으로 강의에서 사용한 콘텐츠에는 각 리소스를 어떻게 만들었는지 언급하고, 어디서 가져왔는지 출처를 따로 적어놓기도 했습니다.
[Magica Voxel로 만든 몹 모델]
대본 제작
강의를 제작할 재료가 준비되었으니, 대본을 쓸 차례였습니다.
오프라인 강의를 할 때는 모든 멘트를 대본으로 준비하지는 않지만, 영상으로 할 때는 대본을 작성하면서 좀 체계적으로 정리하는 게 훨씬 도움이 되더군요.
대본을 제작하는 데 시간이 꽤 걸렸는데, 최종적으로 6시간 분량의 영상을 만들어내는 데 약 2~30만자 분량의 대본이 필요했습니다.
모든 영상에 공백이 거의 없이 계속 떠들어야 하니 당연한 일인 것 같습니다.
아 참 당연히 대본도 노션으로 제작했습니다. 초반에는 한 페이지에서 하다가 감당이 안 돼서 파트별로 페이지를 따로 팠었습니다.
대본이 어느 정도 완성되면 실제로 촬영하기에 앞서, 실제로 강의하듯이 대본을 쭉 읽어보며 리허설을 해 보기도 했습니다. 당연히 이 과정에서 대본이 수정되는 건 물론이고, 커리큘럼도 살짝 변하기도 했었습니다.
6시간 분량이기 때문에 리허설만 수십시간을 했었던 기억이 납니다.
[작성한 대본의 일부]
촬영
강의는 VR 콘텐츠 개발 방법을 배우면 되기 때문에, PC 화면과 목소리만 나오는 형태로 제작했습니다.
따라서 필요한 장비는 어느 정도 사양이 되는 PC와 마이크 정도만 있으면 되죠.
저 같은 경우에는 3060이 달린 중간 사양의 게이밍 노트북과 RODE 콘덴서 마이크로 녹화했습니다.
촬영은 소음과의 싸움이었습니다.
방음실을 구해서 녹화를 한 게 아닌 데다가, RODE 마이크가 성능이 좋은 건지 주변 소리가 참 많이도 들어가더군요.
오피스텔에서 녹화했는데, 복도를 걸어가는 사람들 말소리, 비행기 지나가는 소리는 물론이고, 에어컨/환풍기 소리와 노트북 팬 소리도 들어가서 최대한 끄고 녹화를 해야 했습니다.
어느 정도는 녹음이 되어도 나중에 편집할 때 지울 수 있지만, 애초에 깔끔하게 적당한 볼륨으로 녹음하는 게 제일 나았습니다.
다음에는 마이크 가까이 있는 소리만 들어가는 장비를 찾아봐야 할 것 같기도 합니다.
물론 녹음된 음질은 썩 마음에 들어서 고민입니다.
특히 초반에 녹화할 때는 OBS Studio를 이용해서 했었는데, 녹화 시작하자마자 멘트를 치고, 멘트가 끝나자마자 녹화를 종료하는 식으로 5~10초 단위로 나누어서 촬영했었습니다.
그런데 편집할 때 보니, 첫 부분과 끝 부분의 멘트와 영상이 씹혀있는 경우가 많이 있어서 결국 다 폐기를 했었던 기억이 납니다.
이후에는 재촬영하면서 녹화 시작 후 1초 정도 후에 멘트를 시작하고, 멘트가 끝나고 1초 정도 기다렸다가 녹화를 종료하는 식으로 촬영했었습니다.
실습 부분에서는 게임 소리와 마이크 소리가 같이 녹음되어서 너무 시끄러워서 날리고 재촬영한 경우도 있었네요.
나중에는 두개의 오디오 채널을 분리해서 녹음하면 편하다는 걸 알게 되기도 했고요.
[촬영한 영상 파일의 일부]
편집
전문적으로 영상을 편집하는 방법을 배우거나 공부한 게 아니기 때문에, 편집에도 꽤 많은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영상 편집은 다빈치 리졸브를 사용했습니다.
이 프로그램은 영상을 잘라서 붙이거나, 음질을 보정하고, 잡음을 지우고, 자막이나 각종 효과를 추가하는 등, 영상 편집에 필요한 기본적인 기능은 다 있는 것 같습니다. 특히 무료 버전으로도 충분하게 사용했습니다.
어느 정도 익숙해지니 단축키도 써 가면서 꽤 편하게 사용할 수 있는 수준이 되었네요. 물론 아직 걸음마 수준이긴 한 것 같습니다.
영상을 편집하는 데 컴퓨터의 스펙이 중요하다고들 하는데, 왜 그런지도 체감할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영상을 자르거나 플레이하거나, 마지막에 렌더링하거나 할 때 꽤 버벅대는 걸 느껴서 좋은 컴퓨터를 사고 싶은 생각이 종종 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마침 맥북 프로가 할인하기도 했었죠..)
뒷부분 영상을 편집할 때쯤에는 이미 익숙해져서 같은 루틴으로 편집하고 있었습니다.
다빈치 리졸브에 프로젝트를 만들고, 필요한 클립들을 임포트하고, 타임라인을 만들어 순서대로 배치하고, 음성 노이즈를 줄이고, 음성 톤을 보정하고, 클립들을 적절히 잘라주고, 프레임이 끊긴 영상은 다시 촬영해 가져오고, 렌더링해 주는 식으로 편집했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잡음이 너무 심해 아예 녹화 장소를 바꿔서 다시 처음부터 촬영하기도 했었죠.
[다빈치 리졸브 편집 화면]
자막 추가
촬영과 편집이 완료되어 각 파트의 영상이 MP4 파일로 만들어진 다음에는 자막을 추가했습니다.
사실 자막을 추가할까 말까 많은 고민이 있었는데, ‘얼마 안 걸리는 데 있으면 좋지’라는 생각에 자막을 추가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이게 큰 오산이었습니다. 영상을 편집하는 시간보다 자막을 추가하는 시간이 더 걸리더군요.
특히 이런 강의의 경우 대사량이 어마어마하기 때문에 아주 난리가 났었습니다.
다빈치 리졸브에서 직접 자막을 추가하다가, 이건 아닌 것 같아서 이리저리 방법을 알아보던 중 Vrew라는 서비스를 찾았습니다.
Vrew는 영상을 읽어 자동으로 타이밍을 맞춰 자막을 달아주는 프로그램입니다.
Vrew로 타이밍을 맞춰 자막을 자동으로 추가했는데, 제 딕션이 썩 좋지는 않은지 오타가 많았고, 특히 전문 용어는 대부분 인식을 못 해서 아예 비어있거나 엉뚱한 단어가 입혀지기도 했죠.
물론 그런 단어들을 편집하기 쉽게 기능을 제공해주기는 합니다만, 초기에는 익숙하지 않아서 시간이 더 걸리기도 했네요.
후반에는 자막 다는 장인이 된 느낌으로 어마어마한 속도로 작업했었습니다.
자막을 다 달면, 다시 한번 자막이 추가된 영상으로 렌더링을 해야 합니다.
여기까지 하면 영상이 총 3종류가 나오네요.
최초에 촬영한 영상과 편집된 영상, 그리고 자막이 추가된 영상.
[Vrew에서 자막을 추가하는 화면]
강의 소개 글/영상 제작
여기까지 오면 강의 영상은 준비가 되었다는 생각이 들어 드디어 인프런 사이트에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인프런에 지식공유자를 신청하고 강의 제작 페이지에 들어가 보니, 영상만 필요한 게 아니더군요.
특히 강의 소개 글과 영상이 있어야 하고, 소개 글에 필요한 이미지나 GIF 등도 필요했습니다.
당연히 소개 영상과 GIF도 다빈치 리졸브로 만들었지만, 아쉽게도 다빈치 리졸브에서는 GIF로 렌더링할 수 없어서, 편집 후, MP4로 뽑아서 온라인 변환기를 이용했습니다.
구글에 mp4 to gif 라고 검색해보면 여러 사이트가 나오는데, 이 중에 화질 열화가 심하지 않고 결과물에 썩 괜찮은 곳을 찾아 이용했습니다.
다만 원본 해상도와 프레임을 그대로 GIF로 바꾸면 용량이 수백MB가 되어버려서, 270~480P 정도에 10프레임 정도로 많이 줄였던 기억이 납니다.
[강의 소개 영상 편집 화면]
인프런에 업로드/제출
이렇게 제작한 소개 영상과 GIF, 인프런 강의 제작 페이지에서 소개 영상을 업로드하고, 소개 글을 작성하고, 커리큘럼을 작성해 각 파트의 제목을 설정하고, 거기에 맞게 영상 파일도 올려주고, 각 파트에 필요한 강의 자료도 올려주고, 강의 가격도 설정해주고….
하는 등, 인프런 강의 제작 페이지의 기능을 이용해 강의를 만들었습니다.
소개 글 작성이나 커리큘럼 목록 같은 건 이미 다 완료된 채라, 그대로 집어넣기만 하는 작업이라 얼마 걸리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제출했죠.
[인프런 강의 제작 페이지]
(인프런에서) 에디팅
이전에 제출된 강의가 많았는지, 강의 제출 후 1주일 조금 더 기다렸습니다.
그 사이에 인프런 측에서 소개 글을 조금 더 깔끔하게 에디팅해 주셨고, 강의 썸네일도 만들어 주셨죠.
소개 글이 쭉 같은 상태이길래 슬쩍 물어보니, 별도로 복사본을 만들어서 소개 글을 편집하시고 마지막에 합치시는 것 같더라고요.
아마 제가 편집할 때, 같이 편집하면 꼬이니까 그러시는 것 같았습니다.
개인적으로 직접 작성했던 소개 글에서 크게 바뀌지는 않았지만, 이미지를 추가하고 테이블로 정리하는 등, 훨씬 다듬어 주셔서 만족하고 있습니다.
계약
강의 소개글 등이 에디팅 되고 나서 곧 계약서가 이메일로 왔습니다.
모두 싸인이라는 서비스를 이용하는데, 메일로 온 링크를 타고 들어가서 계약서를 쭉 보고, 키보드로 탭탭 해 가면서 이름과 주민등록번호 같은 걸 쓰고, 서명이나 도장 이미지를 업로드 하는 등으로 온라인으로 모든 계약이 진행됩니다.
저는 굳이 그러지는 않았지만, 계약 전에 인프런 측과 온/오프라인 미팅을 진행해보실 수도 있는 것 같고요.
아무튼 이렇게 서명까지 하고 나면 인프런 측에서 최종 확인 후 강의를 오픈하게 됩니다.
[계약서 서명 이메일. feat 모두싸인]
오픈
강의를 오픈할 때 독점으로 할지, 비독점으로 할지를 선택할 수 있는데, 인프런에만 강의 콘텐츠를 올리는 독점으로 계약하게 되면 첫 달 수익 배분을 9:1로 받게 됩니다. 그렇지 않을 경우 7:3이구요. 물론 제가 9 또는 7을 받게 되는데, 개인적으로 알아보니 이 분야 플랫폼에서 꽤 높은 배분율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독점으로 하게 될 경우 인프런의 강의 목록에서 앞에 노출될 확률이 올라가거나, 조금 더 신경 써서 프로모션을 해준다고 합니다.
저는 딱히 다른 플랫폼에 올리고 관리하기 힘들 것 같아, 독점으로 계약했습니다.
[지식공유자 안내서 (상편)의 일부]
그 후
오픈 이후에는 질문이 달리거나 하면 메일로 알림이 오는 등 기본적인 기능도 제공해주고, 인프런 사이트에서 대시보드로 들어가면 몇 명이 샀는지, 언제 구매했는지, 수강률 등을 그래프로 보여주는 기능도 제공해줍니다.
물론 엄청 상세하고 편한 기능은 아니지만 그래도 궁금해서 종종 들어가 보게 되는 맛이 있네요.
[강의 관리 대시보드, 데모 버전 (이렇게 팔리는 날이 올까요?)]
강의를 오픈 한 뒤에는
종종 올라오는 질문들이나 수강평 등을 확인하고 답변도 달아주고..
대시보드도 종종 들어가 보고..
크게 문제가 있지 않은 한 딱히 시간을 투자하지 않아도 알아서 잘 굴러가고 있습니다.
저 개인적으로도 VR 강의에 대한 수요가 있을지 궁금해서 제작한 강의인데, 아직 오픈한지 한 달도 채 안 되어서 추이를 지켜보고 있습니다. 나중에 뭔가 유의미한 데이터가 쌓이면 그걸로 다시 사용기를 적어봐도 좋을 것 같네요.
여기까지 인프런에 강의를 오픈하기까지의 과정을 나열해본 글이었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이거 시간낭비 몸낭비 노하우 대방출에 머하러 이러고있나 현타가 오더군요
차라리 유로 클래스등에 진출하는게 차라리 나을까 싶기도하고 하루에 열번도 더 갈등중이네요 ㅎㅎ
보시는 분들은 만드는 사람의 고충을 잘모르죠 … 파이팅하세요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