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고개를 드니 어제가 감량 시작한지 1년째 되는 날이었네요. 기념삼아 점심시간을 써서 포스팅 하나 남겨 봅니다.
제 표준 체중은 74kg~76kg 정도입니다. 성장이 끝난 20세 이후 인생의 절반 이상을 이 체중으로 살았습니다. 가끔 생활이 망가져서 체중이 불어나면 3~4개월 먹는 걸 조정하고, 그러면 쉽게 다시 이 체중(74~76)으로 돌아옵니다. 그런데 아무리 노력해도 그 아래로는 내려가지 않더군요. 그래서 그 밑으로 내려가려는 노력은 지금껏 하지 않았습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는데요, 코로나 핑계로 등산도 다니지 않게 되고, 몇번 나가지도 않았지만 그나마 다니던 동네 헬스장도 폐쇄되고, 마스크 불편하다고 양재천 걷기도 줄이다 보니 작년(20년) 한 해 체중이 엄청 불었습니다. 어느 날 용기를 내서 체중계에 올라가 보고 식겁하여 감량을 시작했는데, 이번 감량이 평생 해본 5~6회의 감량 중 가장 쉽고 성공적이었어서 기록 삼아 남겨 봅니다. (미래에 또 감량을 시작할 저를 위해서 남기는 것이기도... )
결론부터 얘기하면, 1년 간 12kg을 감량하는데 성공했습니다. 제 표준 체중을 5kg 정도 하회하는 체중을 유지중입니다.
오늘은 간식으로 회사에 가져온 사과
아침 - 국물을 끊다
가장 효과를 본 것은 이 항목이 아닐까 합니다. 저는 흔한 국밥충 아저씨입니다. 특히 아침에 뜨거운 국물을 먹지 않으면 밥을 먹은 것 같지가 않습니다. 국이든 찌개든 밥 한수저를 말아서 꾹꾹 눌러 먹고 출근을 하곤 했는데, 국물로 시작하는 아침 식사를 끊었습니다.
국밥 대신 아침으로 먹은 것들은 대개 사과, 바나나 같은 과일류였습니다. 간혹 그 전날 저녁을 너무 과하게 먹었다 싶은 날은 아침을 건너 뛰었습니다. 아침을 건너 뛴 날은 350ml 생수 한 통을 마셨습니다.
거의 매일 점심으로 먹었던 저탄수 비빔밥
점심 - 저탄수 식사
저탄고지까지는 하지 못했지만, 가능한 선에서 탄수화물을 줄였습니다. 일단 주식을 밥에서 두부로 바꾸었습니다. 제가 워낙 두부를 좋아하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 같기는 합니다.
위 사진에 보이는 저탄수 비빔밥을 1년동안 최소 300끼 정도는 먹은 것 같습니다. 도시락으로 싸갖고 다니기도 했는데요(오늘도 싸와서, 방금 먹었습니다) 구성은 다음과 같습니다.
[저탄수 비빔밥]
상추/로메인 7-8장, 두부 5-6조각, 고기 볶음류 한 웅큼, 나물류 2~3종 각 한 웅큼, 멸치, 계란 부침 1개, 참기름, 고추장 약간, 캡사이신 두 방울
보시면 아시겠지만 탄수화물이 거의 들어가지 않습니다. 생각보다 양이 꽤 많아서 포만감이 오래 갑니다. 사진에 나온 그릇은 밥그릇이 아니라 비빔밥 그릇입니다. (매운 걸 좋아해서 캡사이신을 일부러 첨가해 먹었습니다)
이전까지의 감량과 가장 다른 점은, 샐러드를 전혀 먹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이번 감량 기간 중 샐러드로 식사를 한 것은 화이트 와인과 매치업을 하기 위해서 일부러 샐러드를 골랐던 때 말곤 없었습니다.
간식
간식으로는 크래미를 제일 많이 먹은 것 같습니다. 크래미가 생각보다 저칼로리입니다. 위에 보이는 크래미 10조각을 다 먹어도 180kcal 밖에 되지 않습니다. 저는 보통 간식으로 크래미 2-3조각과 우유 반컵을 먹었습니다.
그 외에 먹은 간식들은 호두, 아몬드 같은 견과류에 크랜베리, 블루베리를 곁들여 먹거나, 아침에 과일을 먹지 않은 날은 사과나 바나나를 먹었습니다. 회사에 갈 때도 간식을 꼭 싸갔습니다.
간식도 먹는 시간을 정해 두었습니다. 보통 3시 30분 정도에 먹었습니다.
저녁 - 무제한
저녁 식사는 제한을 두지 않고, 먹고 싶은 만큼 양껏 먹었습니다. 단, 탄수화물은 이틀 연속으로는 먹지 않았습니다. 오늘 햄버거나 백반을 먹었다면 내일은 삼겹살을 구워 먹는 식으로요. 술도 줄이지 않았습니다. 감량을 하는 이유가 술을 마시기 위해서인데요, 감량을 위해 술을 줄이는 건 언어도단입니다.
술을 마실 때 자주 먹었던 안주 중 하나가 훠궈입니다. 훠궈를 집에서 먹는다고?! 싶지만 생각보다 만들기 어렵지 않습니다. 훠궈 소스를 인터넷에서 팔거든요. 물과 사골국물을 사다가 붓고 끓이면 끝입니다.
그리고 잘 생각해보면, 라면 사리를 넣고 싶은 유혹만 뿌리칠 수 있다면 훠궈는 아주 훌륭한 저탄수식입니다. 위 사진을 보시면 알겠지만 훠궈에 들어가는 탄수화물이라곤 만두 피와 소시지에 함유된 밀가루 정도 뿐입니다.
운동
저는 운동하는 걸 즐기는 편은 아닙니다. 살기 위해서 하는 거지, 안할 수만 있다면 안하고 살고 싶네요. 하지만 그럴 수는 없기 때문에... 다음 두개 중 하나를 매일 매일 했습니다. 1년 동안 빼먹은 날을 한 손에 꼽을 것 같네요.
[주중 프로그램]
1. 빠른 속도로 3.6km 걷기 (혹은)
2. 20km 실내 자전거
[주말 프로그램]
1. 느린 속도로 5~8km 걷기 (혹은)
2. 20~30km 실내 자전거
주중 프로그램은 점심 시간을 이용했습니다. 매일 걷는 코스가 같기 때문에 정확히 3.6km 라는 것을 알수 있었고, 점심시간은 1시간 이기 때문에 15분 식사를 하고 40분을 걸었습니다. 매일 갈아 입을 상의를 가지고 출근했습니다. 실내 자전거는 재택근무를 하는 날 점심 시간, 혹은 주말에 탔습니다.
하프 푸쉬업도 하고, 링피트 어드벤쳐도 하고 그랬으나, 이하 생략하겠습니다.
결과
나이가 40대 후반이라, 급격하게 감량을 하면 안됩니다. (나이 먹고 감량 갑자기 하면 면역계 질환이 올 가능성이 높아지고, 면역계 질환이 우리 나이엔 가장 무서운 병입니다) 1개월 0.5kg~1kg 정도 페이스로 감량을 했고, 너무 급하게 빠진다 싶으면 일부러 식사량을 늘리거나 탄수화물을 먹었습니다. 10kg 감량을 한 이후엔 페이스를 더 늦추었습니다. (먹는 양을 늘렸습니다)
감량 시작일 81.3kg 이었고, 오늘 69.3kg 이니까 수치상으로는 12kg을 감량했네요.
감량에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
이 부분은 미래에 이 글을 다시 읽을(또 감량을 시작할) 저를 위해 남깁니다.
1. 매일 같은 시간에 체중계에 올라가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저는 아이폰에 연동되는 체중계를 새로 구입했습니다.
2. 감량을 시작하면 샐러드를 먹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버려도 됩니다. 자기에게 맞는 식사를 개발하면 됩니다. (제 경우는 두부 비빔밥)
3. 1년을 목표로, 천천히, 무리하지 말고.
저도 다이어트 6개월차 - 7키로 유지중인데
6개월동안 3키로 정도만 천천히 더 빼보려구요.
몸무게 유지와 건강한 몸 응원합니다~!
저는 다이어트는 식사조절과 활동량 증가 이 두개의 기둥을 얼마만큼 튼실하게 기초공사 하느냐에 따라 갈린다고 생각하고, 본문의 결론부분을 공감하고 있습니다.
술을 끊지 못하면 아무 소용이 없더군요.
그냥 거울을 보면 좀 빠져보이긴 해서 그냥 꾸준히 운동 할 예정이에요.
개인마다 다이어트 방법은 다 다릅니다
저도 꼭 사용기에 다이어트 후기 올릴 수 있는 날이 오면 좋겠어요~ ㅠ.ㅠ
저한테는 쉽지 않은. 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