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스피커 자작을 취미로 갖고 있지만 기성품을 배척하진 않습니다. 자작에 발들이기 전에 20년 이상 기성품을 사용해 왔고, 특히 좋아하는 브랜드는 하만스페셜 그룹의 Revel 스피커입니다. 2000년 초반부터 Revel의 중급기인 Perfoma 시리즈 (M20/C30/S20/B15)로 5.1채널을 구성해서 만족스럽게 사용했습니다만 여러가지 사정으로 프론트 스피커와 서브우퍼는 중고처분하고 지금은 센터스피커인 C30과 서라운드 S30만 갖고 있습니다.
지금은 시리즈가 계속 발전하여 베릴륨 트위터를 적용한 세번째 버전이 나왔지만 초창기 모델도 상당한 가성비를 보여주며 스테레오파일에도 자주 이름을 올렸죠. Revel 이란 브랜드 자체는 국내에서 입지가 좁고 AV용으로 폄하되는 분위기지만 해외의 평가는 꽤 좋은 편입니다. 국내에서도 소수의 골수팬들이 계시긴 하죠. 억대 제품이 난무하는 요즘 럭셔리 계열은 아닐지 몰라도 충분히 하이엔드 그레이드에 들어간다고 봅니다.
암튼, 개인적으로 몹시 애정하는 브랜드였지만 10여년 전 우측 청각상실로 멀티채널에 대한 비중을 줄이고 2채널에 집중하게 되면서 프런트 채널이 변경되었습니다. 5.1채널에서 프런트와 센터의 음색 매칭은 꽤 중요한 사항인데 멀티채널 비중이 줄자 그다지 신경 쓰지 않고 들었죠.
그러다가 몇년 전 센터 스피커의 트위터가 고장난 것을 알았습니다. 수리하자니 번거로워서 다른 트위터로 대체해서 듣곤 했는데 최근엔 미드레인지도 문제가 좀 있더군요. 결국 고민 끝에 아예 새로 리빌드를 해보자는 생각으로 해체하게 되었습니다. 미드우퍼 유닛은 프런트와 같은 스카닝 유닛으로 맞추고, 트위터 역시 프런트와 같은 베릴륨을 고려했지만 가격적인 문제로 집에서 놀고 있는 스캔 9900을 사용한 2웨이 3유닛 시스템으로 새로 작업했습니다. 물론 그 과정에서 네트워크는 완전히 새롭게 설계됐고요,
제가 가진 제품은 다소 드문 색상인 사이카모어인데, 해체 전에 찍은 사진이 없어서 AV타임에 올라온 사진을 참고삼아 올려봅니다.
(출처는 AV타임 장터입니다)
3웨이 4유닛 구성인데, 발매당시엔 1,800불 정도 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국내가는 200만원 좀 넘었던 거 같습니다. 20년 가까이 함께 한 녀석을 해체하자니 마음 한구석이 짠 합니다만 새로운 모습으로 리뉴얼하는 것도 괜찮겠죠. 그리고 자작한 스피커가 꽤 많지만 기성품을 해체해서 분석한 경우는 없어서 이번 기회에 한번 해보기로 했습니다.
그동안 대충 붙여서 쓰던 스캔 6000 가품부터 분리하고,
뒷면의 바인딩 포스트도 분리합니다. 메인인 M20과는 달리 밀폐형으로 제작되었습니다.
Revel 스피커의 대부분은 고음/저음을 조절할 수 있는 Attenuator 가 달려 있습니다. 상단의 로터리 스위치가 Attenuator 스위치입니다.
사용된 바인딩 포스트는 나사 조임식인데 납땜을 했군요. 수리를 고려하면 아무래도 조임식이 더 편한데, 음질적으로 낫다고 판단한 모양입니다.
사용한 케이블의 메이커는 어디인지 알 수 없는데, 아마 납품받은 것이겠지만 일일이 Revel 브랜딩을 했습니다. 사소한 거지만 전 이런 꼼꼼함을 좋아합니다. ^^;
내부에 사용된 흡음재는 우퍼부에 캐시미어 솜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천연 양모를 쓰는 편인데 유리섬유같이 인체에 해로운 것이 아니라면 계란판 스폰지 같은 것도 큰 차이는 없지 싶습니다.
미드 부에는 조금 다른 재질의 뻣뻣한 펠트 같은 것이 사용되었습니다. 보통 3웨이에서 미드 유닛에는 우퍼의 영향을 받지 않도록 별도의 챔버를 구성하지만 흡음재를 다른 걸 넣는 경우는 드문데, Revel 처럼 엔지니어링에 집착하는 업체가 굳이 종류가 다른 흡음재를 쓴 건 나름 이유가 있겠죠.
내부를 살펴보면 미드레인지 부분에 챔버가 분리된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격벽 뒷쪽엔 또다른 격벽이 있어서 미드 유닛을 밀폐하고 있는 구조입니다.
위 사진은 미드우퍼 챔버 내부인데, 판재 접합 부위를 모두 꼼꼼히 메꿔서 밀폐성을 높였습니다. 실리콘도 아니고 글루도 아니고 재질이 뭔지는 정확히 알 수가 없네요. 자동차 흡음재에 사용되는 부틸고무인것 같습니다. 케이블이 통과하는 부분은 특히 신경써서 밀폐되어 있습니다.
전면 배플을 제외한 나머지 외벽 두께는 대략 1인치 정도이고 내부 격벽은 0.5인치 정도로 그다지 두껍지 않은 것처럼 보이지만 일반 MDF와는 밀도가 다릅니다. 상당한 고밀도여서 무게도 무겁고 쳐보면 소리도 다릅니다. 실제로 전면 배플을 톱으로 분리하는데 일반 MDF보다 엄청나게 고생했습니다.
사용되는 유닛 구성이 완전히 다르므로 전면 배플 보강면을 분리해야 하는데 위처럼 톱질로 분리하는데 굉장히 고생했습니다. 실제로는 멀티 커터 등 전동공구도 함께 사용했고요.
고생 끝에 분리해 낸 전면 보조 배플과 인클로져. 트위터/미드 자리는 이미 제가 일부 가공한 것입니다.
적출해 낸 유닛을 보면.. 먼저 트위터.
1인치 알루미늄 합금 돔타입입니다. 요즘 베릴륨이나 세라믹, 다이아몬드 같은 최첨단 소재에 비하면 감흥이 덜합니다만, 영화 대사를 깨끗하게 들려주는데는 충분히 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자성유체가 사용된 유닛입니다. 아쉽게도 제 C30에서 가장 먼저 고장난 유닛...
4옴 임피던스의 네오디뮴 마그넷을 가진 4인치 미드레인지입니다. 구동계는 울티마 살롱 1과 같은 것을 쓰죠. 커버하는 대역이 280Hz~2.5kHz에 달해 영화 대사에서 중요한 음역대 대부분을 재생합니다. 재질은 마그네슘-알루미늄 합금이고요.
우퍼는 약 7인치(180mm) 바스켓의 방자형 처리가 된 유닛입니다. 임피던스는 8옴, 재질은 미드레인지와 마찬가지로 마그네슘/알루미늄 합금이고요. 유닛 자체의 재생 대역은 꽤 아래까지 내려오지만 5.1채널 셋업을 위해 크로스오버는 80Hz 이상 대역에 더 중점을 두고 만들어져 있습니다. 인클로져 타입도 저역 확장을 위한 포트형보다는 보다 탄력있는 대사를 들려주기 위해 밀폐형을 선택했죠.
이번엔 네트워크를 살펴봅니다.
3웨이 스피커는 트위터의 HPF, 미드레인지의 BPF, 우퍼의 LPF가 들어가다 보니 단일 기판으로 구성하면 너무 커져서 보통은 분리를 합니다. C30 역시 내부 공간과 격벽등을 고려해서 3개의 보드로 구분되어 있습니다.
트위터용 HPF 입니다. Revel은 고차 네트워크를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회로적으로 3차 네트워크입니다. (음향적으로는 유닛 자체의 감쇄와 맞물려서 거의 4차에 가까운 슬롭을 보입니다). 그리고 고음역을 0.5dB 간격으로 5단계로 조절할 수 있는데, 중앙에 보이는 저항이 그 역할을 합니다. 부품들을 보면 제품 외양만으로는 사용된 브랜드를 알기 어렵지만 오차가 적고 일정 수준 이상의 제품이 사용되었습니다. 트위터의 음질에 민감하게 관여하는 직렬 퍼캐시터는 필름 커패시터가 사용되었고요. 원래 Revel은 부품발로 승부하는 브랜드는 아니고 엔지니어링에 의한 최적화에 집중하는 곳입니다.
미드 레인지의 BPF 입니다. 음압 조절을 위한 직렬 저항이 있고 HPF, LPF 모두 코일 3개, 커패시터 3개니 당연히 3차 필터가 적용되었고 저항 하나는 zobel 필터 역할을 하는 것이라 생각했으나.. 실제로 회로도를 그려보니 2차필터에 notch 필터가 들어간 것으로 보이는군요. 어테뉴에이터와 관련된 회로도 고려해야 하므로 혹시 제가 회로를 잘못 파악했을 수도 있습니다. 이건 좀 더 확인해 봐야겠네요. 트위터와는 달리 직렬 커패시터도 필름이 아니라 저렴한 Elytone의 전해 커패시터가 사용되었습니다. Elytone은 대만회사로 알고 있는데 JBL 제품의 크로스오버에 많이 쓰입니다. 필름 커패시터가 아니라서 아쉽다고 할지 모르겠으나 용량을 보면 32, 36.2, 107uF에 달하니 필름 적용은 부피나 단가 문제로 적용이 쉽지 않았겠죠.
우퍼측 LPF입니다. 8옴짜리 유닛 2개가 병렬(합성임피던스 4옴)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4옴짜리 유닛을 직렬로 연결하는 경우(합성 임피던스 8옴)도 있는데 C30은 병렬이군요. 3차로 구성되어 있고 음압 조절을 위한 직렬 저항 2개와 임피던스 평탄화를 위한 병렬저항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특이한 건 보통 우퍼 쪽엔 직렬 저항이 득보다 실이 크기 때문에 안넣는게 일반적인데, C30은 멀티채널에서의 음압/음색 매칭을 중요시했기 때문에 이를 조절하기 위한 직렬 저항이 들어가 있습니다. 우퍼 쪽이므로 무려 20W에 해당하는 용량의 저항이 들어갔네요. 보통 트위터 쪽은 5W로도 충분하고, 프리앰프같이 소신호를 다루는 회로에서는 1/8W나 1/4W 저항이 많이 쓰인다는 걸 생각하면 얼마나 허용 전력이 큰 저항인지 알 수 있죠.
미드와 우퍼의 크로스오버 포인트는 280Hz인데 코일 용량은 L1이 3mH, L2가 1.33mH로 용량이 그리 큰 편은 아닙니다. 병렬 커패시터의 용량이 153uF이 사용되었는데 우퍼의 LPF는 이론적인 계산치와 매우 유사하군요.
암튼 국내 출시가 200만원을 넘었던 스피커를 이렇게 완전히 아작(!)내서 분석하기가 쉽지 않은데, 기성품을 분석하면서 많이 공부도 된 것 같습니다. ^^;
현재는 아래와 같은 모습으로 새롭게 탈바꿈하고 있는 중입니다. 맨 처음에 밝혔듯이 스카닝 6.5인치 더블우퍼와 스캔스픽 9900으로 조합된 가상동축형 센터 스피커입니다. 개조는 아니고 새로운 센터스피커를 만드는데 Revel 스피커의 인클로져를 일부 활용한 것으로 봐야겠습니다.
전면 배플은 원래보다 더 두터워진 26mm가 적용되었고 회절을 최소화하기 위해 라운드 가공되어 있습니다. 현재는 크로스오버 네트워크 설계 중이고요.
아직은 미세 튜닝 중이지만 확실히 음색 매칭 면에서는 같은 스카닝 유닛을 사용해서인지 더 유리합니다. 트위터까지 베릴륨으로 맞췄으면 더 좋았을 듯 한데.. 이건 또 나중 숙제로 놔둬야죠. ^_^
번외 얘기입니다만, Revel은 엔지니어링을 중시하는 브랜드로 유명합니다. 그래서 측정치도 매뉴얼에 상당히 친절하게 명시하죠. 그냥 음압 몇dB, 허용입력 몇 W 하는 식이 아니라 아래처럼 표기합니다. 제가 Revel을 좋아하는 이유죠.
Sensitivity: 90.5 dB SPL, with 2.83 Vrms @ 1 m (4 pi anechoic)
Sensitivity provides an indication of how much amplifier power is required for the loudspeaker to play at satisfactory volume levels. This conservatively rated specification indicates moderate sensitivity and denotes that the REVEL PERFORMA C30 loudspeaker does not require huge amplifiers to achieve realistic levels in all but the largest rooms.
Impedance: 6 ohms (nominal), 3 ohms (minimum) @ 115 Hz
Impedance indicates whether the speaker system presents a “hard” or “easy” load on the amplifier. A minimum impedance value of 3 ohms, together with moderate phase angles, signifies that any competently designed amplifier can easily drive the REVEL PERFORMA C30 loudspeaker.
Filters (Crossover): 3-way, high-order at 280Hz and 2.5 kHz
The steep filter slopes ensure good acoustical behavior in the crossover regions, with a minimum of acoustical interference, along with low distortion and wide dynamic range. The filters feature specially selected components. Woofer and tweeter filter boards are physically independent
.
Frequency Responses: In-Room Response; ±1.0 dB from 80 Hz to 16 kHz
In-room response is a breakthrough measurement that, in a single curve, closely correlates to sound quality and has been a goal of loudspeaker engineers for years. Research, and simple observation, reveals that ubiquitous “on-axis” response curves often cannot distinguish between two loudspeakers with radically different sound quality. This REVEL PERFORMA C30 loudspeaker specification is even more powerful when it is taken in context with the other measurements presented here.
In-Room Response Relative to Target Response; ±0.75 dB from 90 Hz to 18 kHz
A target response is the ideal response goal and is not flat at the frequency extremes and is used when the ideal reference is not a “flat” line. A target response must be tailored to the loudspeaker’s intended application and takes into account the acoustic impact of the loudspeaker’s location, such as freestanding, or placement near a wall.
First-Reflections Response; ±1.0 dB from 75 Hz to 15 kHz
First reflection response is a measure of the response a listener hears that is contributed by the first reflections from the walls, floor, and ceiling. This superb specification indicates that REVEL PERFORMA C30 loudspeaker will remain accurate, even in the presence of strong reflections.
Listening Window Response; (continued) ±1.5 dB from 85 Hz to 15 kHz
This improved “on-axis” measurement reduces the visual confusion of inaudible local interference, yet still retains full accuracy without using “spectral smoothing” which results in significant data loss.
Low Frequency Extension; -3 dB @ 62 Hz (-6 dB @ 50 Hz,-10 dB @ 38 Hz)
Studies have shown that the -10 dB low frequency extension specification is the one that best correlates to controlled listening tests. At low frequencies, most loudspeaker/room combinations will exhibit significant “room gain”, which is an increasing rise in level as frequencies decrease. In addition, the -10 dB specification reflects the steepness (i.e., order) of the low-frequency roll-off, which is not significantly indicated in -3 dB specifications.
기성품 스피커도 별거 아니다, 거품이다 주장하는 분들도 많고 실제 감성 튜닝 운운하며 별다른 근거도 없이 거품 낀 브랜드도 많습니다만 그렇지 않은 곳도 있습니다. 실제로 제가 Revel 이라는 브랜드를 좋아하는 이유죠. 물론 그 이전에 더 중요한 것은 소리가 마음에 들기 때문이고요.
* 클량 사용기에는 그동안 제가 자작한 스피커에 대한 글이 여럿 올라와 있습니다. 혹시 본문에 흥미가 있으신 분들은 작성자 검색으로 보시면 읽을만한 글들이 꽤 있을 것 같습니다.
있는 것도 겨우겨우 쓰는 날라리 오디오파일인 저와는 급이 다르시네요 ㅎㅎ
멋집니다!
이번 포스팅도 정성이 넘치네요
멋집니다.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