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직 두사람>엔 일곱개의 소설이 들어있다. 일곱개의 소설의 조합이 괜찮다. 조합 빨만으로도 이책은 추천할만 하다. 첫번째 소설 오직 두사람, 아이를 찾습니다, 옥수수와 나 모두 좋다.
내게 젤 흥미로웠던 소설은 맨 마지막에 위치한 <신의 장난>이다.
신입사원 네명이 오리엔테이션을 갔다가 방에 갇힌다. 남자 둘, 여자 둘. 태준, 강재, 수진, 그리고 정은.
태준은 힌트만 찾는다면 방에서 나갈 수 있다고 믿는다. 쉽게 말해 머리를 굴리는 이성적 타입. 반면 강재는 우공이산을 부르짖으며 몸통 박치기로 문을 부스려 한다. 전형적인 마초스타일이다. 머리보다는 육체를 신뢰한다.
오 할렐루야 속죄하겠나이다. 저의 원죄를 속죄하겠나이다. 수진은 무턱 대고 비는 스타일. 태준과는 반대되며 이성이 아닌 감성에 치우쳐져 있다. 그리고 정은. 기실 인물에 대해 설명하는 것은 정은 때문이다. 정은은 불안하다. 그리고 의심한다. 저 남자 둘이 방밖으로 나가는 것을 포기하는 날에는 짐승 둘로 돌변할 거라고. 특히 강재는 만일 이 세상에 여자 둘만 남으면 누구를 택할거냐고 우스갯소리를 태준에게 던진 적이 있었기에 그 의심은 마냥 근거 없는 것이 아니었다.
넷은 알수없는 졸음이 와 일제히 잠이 든다. 잠에서 깼을 때 강재는 거세 당한 뒤였다. 거세한게 신의 뜻이라면 신은 더이상 번식을 원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하기에 정은은 안도한다. 어쨌든 한명은 짐승으로 변할일이 없으니까. 태준은 속으로 강재의 강제 거세가 그럴만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정은과 수진 둘중에 누구를 택하느니 어쩐다니 한 녀석이니까. 여자를 인간이 아닌 성적 대상으로 보는 녀석은 그럴만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태준도 거세 당한다. 정은은 또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태준은 억울하다. 자신은 여자들에게 어떤 흑심도 품지 않았는데 강재와 같은 꼴을 당했으니까. 딱 여기쯤 읽으니 김영하는 페미니즘을 좋아하지는 않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김영하는 우리나라의 남녀 갈등의 한 축이 거세에 있다고 보는 듯하다. 지금 여기, 세상이 원하는 건 남성의 거세가 아니냐는 조금은 거친 얘기를 해보는 것이다. 사실 세상에는 강재도 있지만 태준도 있다. 강재는 그렇다 치고, 우리나라의 꽤 많은 태준은 억울하다. <신의 장난>을 읽다보면 넷중 한명에게 이입될 가능성이 크다. 나는 태준 쪽이었다.
네명은 결국 방에서 빠져 나가지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