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허준이 박사의 필즈메달 수상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제가 허준이 박사를 소개한 기사를 처음 본 때가 2017년인가? 그랬는데, 그 때 이미 기사에서 필즈상을 기대해 볼만하다는 언급을 하고 있었습니다. 1983년생으로 나이에 여유가 있기 때문인지 2018년 수상에서는 밀렸지만, 2022년에는 거의 기정사실화 된 유력후보였던 듯 합니다. 허준이 박사의 수상 업적에 대해서 저 같은 일반인은 감히 이해하기 어렵지만, 그래도 관련 기사를 보면 꽤 흥미롭다는 느낌적인 느낌은 받습니다.
▶ He Dropped Out to Become a Poet. Now He’s Won a Fields Medal.
https://www.quantamagazine.org/june-huh-high-school-dropout-wins-the-fields-medal-20220705
번역기의 힘을 빌어서라도 한 번 봐두면 나쁘지 않겠네요.
그것은 그렇고, 이 소식을 전달하는 게시물을 보다가 '(다른 사이트면 몰라도) 클리앙이라면 그런 반응은 없지 않을까?'라고 생각하던 그런 전형적인 반응이 나오는 것을 보고, 과연 어떨까 싶었습니다.
"미국인 아니냐, 한국 수학자 최초 수상이 맞느냐?"
이쯤 되면 클리셰죠.
까놓고 말해서, 한국인들 심성이 꼬여서 이런 거 따지고 신경쓴다고 생각합니다 ... 만, 수학이라는 학문의 특성을 고려하자면 조금 부연 설명이 필요할 듯합니다.
과학에는 여러 분야가 있습니다. 보통은 기초과학이나 자연과학이라고 하면 수학, 물리학, 화학, 생명과학, 지구과학, 천문학 등을 이야기하고 그 뒤로 이런 저런 다양한 응용과학 분야들이 펼쳐집니다. 근데 각 분야의 연구상황이나 국가별 발전 정도를 보면 수학이나 물리학 처럼 추상성과 순수 이론적 성격이 강한 학문일 수록 극소수 선진국 학계에 연구, 성취, 실력있는 학자들이 집중된다는 인상을 받습니다.
그 정도로 따지면 응용과학보다 기초과학이 더 그렇고, 그 중에서도 화학이나 생명과학보다 물리학이 더 그렇고, 물리학보다는 수학이 더욱더 그렇습니다.
수학이 왜? 인터넷 시대에 지구 어디에서든 논문 투고 가능하고, 학문적 토론 가능하고, 수학을 연구하는데 현실적 굴레는 별 상관이 없어 보입니다. 수학적 통찰을 하는데 입자가속기나, 정부의 어마어마한 지원이 필요하지 않죠. 그럼에도 필즈상을 수상하는 정도의 수학자들의 활동 지역이나, 그런 레벨의 성취는 다른 분야보다 더 심하게 소수의 국가, 소수의 연구기관으로 집중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국가로서는 미국과 프랑스이고 연구기관으로 따지면 프린스턴이라든가 소르본(? - 몇 년 전에 소르본 대학교 다시 생겼습니다)이라든가 ...
미국은 그렇다 치고 프랑스는 의외라는 느낌도 있습니다. 수학분야에서 프랑스는 좀 독특한 포지션을 가지고 있습니다. 다른 나라에서 (기초)과학이 수학에서 천문학까지 아우르는 개념이라면, 프랑스에서는 '수학 그리고 과학' 같은 개념으로 접근하는 면이 있습니다. 프랑스 혁명 이후 200년간 과학의 여왕은 수학이었고, 과학교육이나 국가의 과학 지원 또한 수학을 중심으로 이뤄졌습니다. 필즈상 배출 숫자로 보면 미국과 프랑스가 양대 산맥이죠. 노벨 과학상에서 프랑스의 포지션이 이에 미치지 못하는 것과 비교하면 상당히 대조적입니다. 그래서 프랑스의 일반(?) 과학자들은 가끔 자국의 수학 중심주의에 불만을 토로하기도 합니다.
각설하고, 요약하자면 재능있는 수학자들은 미국에 가든가(프린스턴에 가든가), 유럽을 가든가(프랑스로 가면 더 좋고) 합니다. 그들의 민족이나 국적, 혹은 모국의 지원 정도는 크게 고려사항이 아닙니다.
21세기 이후로 미국과 유럽 외의 다양한 국가에서 필즈상 수상자를 배출했습니다.
Ngô Bảo Châu (2010) 베트남 출신이고 현재 프랑스 국적입니다. 주요 연구 활동은 프랑스에서 했습니다.
Elon Lindenstrauss (2010) 이스라엘 출신이지만 미국에서 연구활동을 했고, 현재 프린스턴에 있습니다.
Artur Avila (2014) 브라질 출신이고 현재 프랑스 국적입니다.주요 연구 활동은 프랑스에서 했습니다.
Maryam Mirzakhani (2014) 이란 출신입니다. 이란 국적을 유지했지만, 연구활동은 미국에서 했습니다. (2017년 작고)
Akshay Venkatesh (2018) 인도 출신입니다. 호주국적이지만 연구활동은 미국에서 했습니다.
Caucher Birkar(2018) 이란 출신, 쿠르드 족입니다. 영국에 이주하여 계속 영국에서 연구활동을 했습니다.
21세기 최고의 수학자로 불리고, 현대 수학자 중 일반인들에게 가장 유명한 인물일 테렌스 타오도 중국계이고, 호주 국적이지만, 프린스턴에서 박사 따고, 실제 연구 활동은 미국에서 했습니다. (세계구급 수학자들 경력을 보면 프린스턴은 정말 단골입니다.)
자 그럼 문제는 이거죠. 허준이 박사의 (까다롭게 따지지 않고) 필즈상 수상 소식을 전하면서 한국 수학자라고 부르는 데서 국가주의나 역국가주의(?)적 관점을 표출할 필요가 있을까?
Ngô Bảo Châu가 필즈상을 수상했을 때 베트남 사람들은 축하했고, Artur Avila가 필즈상을 수상했을 때 브라질 사람이 축하했고, 허준이 박사가 필즈상을 수상했을 때 한국사람들이 축하하죠. ... 음 ... 사실은 (클리앙 게시판 분위기를 보더라도) 별로 축하하지 않는 것 같기도 합니다. 한국인들은 이런 데 까다롭거든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어떻게든 한국 걸치기. 한국에서 태어나고 어린 시절을 보냈음에도 미국에서 필즈상을 수상했다는 것은 우리나라의 연구 여건이 그만큼 안좋다는 반증일텐데, 그런 사실은 애써 숨기며 한국인 이었던 사실만 어필하기 바쁘네요."
정도의 반응까지 나온다니 참 놀랍기만 합니다. 필즈상 수상자를 배출했지만, 태어난 국가만 거기였던 나라의 사람들이 축하의 말을 보내면서 이런 반응을 하리라고는 상상이 안가는데 말이죠.
허준이 박사는 서울대학교 수학과 석사까지 받은 후 미국으로 유학을 떠났습니다. 그가 세계적인 수학자로 성장한 발판이 된 히로나카 헤이스케와의 만남도 한국에서 (서울대학교가 제공한 기회를 통해) 이뤄졌기 때문에, 그의 수학자로서 활약에 한국이 기여한 바도 상당합니다. 참고로 허준이 박사의 경우에는 수학 연구 때문에 미국 국적을 획득한 것은 아닙니다. 한국인 부모가 미국 유학을 갔을 때 현지에서 태어났기 때문에 속지주의 원칙으로 미국 국적 획득, 부모가 한국인이어서 속인주의 원칙으로 한국 국적 획득입니다.
위에 언급한 몇 몇 수학자들은 귀화하기도 하고, 이중 국적이기도 합니다만, 한국의 경우 이중국적을 허용하지 않으므로 허준이 박사가 성인이 돼서 미국 국적을 선택했을 때 한국 국적은 자동 상실됩니다. 그러므로 위키페이지에도 국적이 미국으로만 표시되겠지요. 아마 한국이 이중 국적에 관대한 국가였거나, 병역 관련 문제가 없었더라면, 허준이 박사의 국적은 지금도 한국&미국이었을 겁니다.
근데 그런 식으로 이중 국적이 유지된 때와 지금처럼 미국 국적만 있을 때 사이에 어떤 본질적 차이가 있을까요? 한국인들이 한국 수학자의 필즈상 수상을 축하하는데 '그래봐야 현재 국적은 미국이잖아' 라고 말할 이유가 있을까요?
엄격하게 따지자면 어차피 본격적인 수학 연구활동은 미국이나 유럽에서 했으니 국적이 브라질이든 이란이든 베트남이든 한국이든 의미가 없는 거죠. 국적만 한국인 것 정도로는 축하할 이유도 없고 말입니다.
제 생각엔,
그냥 평범하게 한국 출신 수학자가 필즈상을 수상한 것을 축하하면 됩니다.
자국이 언급됐다고 해서 굳이 분노하는 사람은 한국인들 밖에 없습니다.
p.s. 참고로 허준이 박사를 인도했던 히로나카 헤이스케(현 서울대학교 석좌 교수)도 필즈상 수상자이면서 일본이 자랑하는 수학자이지만, 교토대 수학과 나온 후 미국으로 유학가서 필즈상 수상 업적을 포함한 주요 연구 활동은 미국에서 했습니다. 연구 이력 면에서 허준이와 다를 바 없습니다.
자연과학 불모지라고 불리는 한국이니까요. ㅠㅠ
수포자였다는데 서울대 간 건 뭔가 싶고(수학포기하고 서울대 자연계를?) 결국 일본인 교수에 의해 영감을 받고 계기가 되었다는 사실이 아쉽더라구요.
가 논점 인거죠?
아 글쓴분의 논점은 말씀하신게 맞고
사람들이 왈가왈부 하는건 제 댓글이 맞는가 해서요
뭐 국적은 자신의 입장에 따라 바꿀수도 있다봅니다만 그걸 굳이 한국인이란 타이틀로 가져오는건 무리수라고 봅니다.
게다가 이젠 동남아 계열한국인들도 증가 추세인데, 이런 민족주의 적 발언도 좋을게 없구요.
대학교 4학년때 본격적으로 수학에 입문한 허준이는 굉장히 예외적입니다. 다른 수상자들을 통틀어 보더라도 유사 사례가 거의 없을 겁니다.
어린나이에 재능이 발현되는거랑 군대 다녀오면 치명적인거랑 무슨 연관인가요?
군대 가면 머리 굳는다 그런 맥락인가요?
금메달 땄다고 환호하던 제모습에서 저를 본거죠. 오잉? 내가 왜 환호한거지? 의문이 들어서 생각을 많이 해봤거든요. 이 환호는 내 생각인가 주입된 생각인가.. 뭐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결론은.... 상 받은 사람이 좋은거네 라는 것이고요.
그들의 업적이 대단한건 알겠어요.
폄훼의 의도는 없습니다.
삶의 대부분을 놀면서 살았습니다. 벌긴 벌었는데 딱 살아갈만큼 벌고
나머지는 항상 놀았거든요. 낼 죽어도 전 여한이 없음다.
ㆍ그래도 앞으로 더 재미난 일이 있을꺼란 믿음으로, 아직은 죽지 않았으면 하고요.
큭 어쨌든 의견 주셔서 감사합니다!
ps 인터넷으로 해본 자존감 테스트에서 전세계 평균이 25인가? 나온 그 테스트인데 전 55인가 나왔습니다.
(다른 여러 테스트를 방금 해봤는데 뭐, 대부분 자존감 높다는 평입니다.. )
심리테스트에선
질투심 0
정신력 최상
믿거나 말거나 입니다. (사실 이 수치를 받아보고, 전 제가 이해가 됨. 어릴적이야 부러워 한 적이 있긴 한데,
나이가 들수록 부러워하지 않음.. 나 처럼 세상 대충 살고 일도 안하고 이정도로 살면 정말 행운으로
살아온 삶 같아서요... 참고로 와이프도 이 부분은 저랑 생각이 똑같아요. ㅋㅋ 제가 살아온 길을 보면서...
자신은 왜 그렇게 힘들고 아둥바둥 열심히 살았는지.... 모르겠다고.. 할 정도니까요.. )
친구가 한번은 트라우마에 대한 얘길 하던데... 사람은 누구나 다 트라우마가 있다고...
그래서 저도 있을꺼라더군요? 그래서 곰곰히 진짜 곰곰히 오래 생각한 후에...
(20대 초반에 있었던 일...입니다.)
없는 것 같은데? 했더니.. 놀라더군요.. 없을 수가 없다고.. 근데 진짜 없는 것 같다고...
있다면 인정욕구가 있긴 했는데 딱히 찾으라고 해서 찾아낸 정도...
하지만 이미 오래전에 다 내려놔서...지금은 아무 인정 욕구가 없어요...
굳이 내가 왜? 남에게 인정을 받아야 하지? 이런 생각이니까요 ㅋㅋㅋㅋ
그냥 나는 내가 만족스러운데.. ㅋㅋ 못하는 것도 나고 잘하는 것도 나고..
나의 목적은 그저 즐겁고 재미나게 사는 것이고.. 만약 돈이 없으면...
없는대로 즐겁고 재미나게 사는 방법을 찾아야지 하면서 삽니다...
(이제 슬슬 돈없이 재미난 방법을 찾아야 할 시기가 오고 있긴 합니다. ㅋ )
믿거나 말거나입니다.. 세상은 다양한 인간들로 가득 차 있잖아요!?~
아무 감흥이 없다는 얘기는 그 만큼 자신을 세상과 단절된 구석에 몰아넣고 있다는 얘기고, 인류의 경사를 같이 축하할 심적인 여유조차 없다는 얘기에요.
ㆍ정신건강이 안좋은 사람이 앞으로도 무지하게 많이 늘어날 것은 뻔하며 이상하고 상상을 초월하는 사건 사고가 더 많아질 것이 뻔하다는 생각을 몇년전부터 해서... 이제는 당연하게 받아드리고 살긴 합니다.
ㆍ정신건강에 관심이 아주 많습니다.
그리고 안쓰럽다는 표현은 속으로 생각하는 것이지 대화하려는 남에게 쓰는 표현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그냥 자신의 의견을 쓰면 되는 것입니다. 감정이 아니고요.
우리는 성인 입니다.
ㆍ 근데 성인 되는게 참 어렵긴 합니다. 되려고 노력하고 있긴 하지만...
추가ㆍ사회에서 고립되어 사는게 뭐가 문제가 있는거죠? 본인이 스스로 고립되어 살아도 좋다면요? 별 문제가 없을 것 같은데... 80 억 인구가 있는 만큼 다양한 삶이 존재하는게 당연한 것 같아서요. 다양함은 받아드리는 것이지 이해하거나 합리적 이유를 찾는게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기레기들이 국뽕 콘텐츠 뽑아 먹을거 같아서 반발심이 있었으리라 생각합니다.
이익만 뽑아 먹고 떠난 사람도 아니라 딱히 반감이 있을거 같지 않아요.
결국은 한국에서 중고등과 대학시절을 보낸 그에게
입시 위주의 한국 학교 수학시험이 오히려 독이 되었다는 반증이 아닐까요 ?
허 교수는 국내 방송에 종종 소개되었던 '수학 영재' '신동'들 처럼 점차 망가질뻔한 위기에서 구해준 건 히로나카 교수가 결정적입니다. 국내 수학계에서 여기에 숱가락을 얹으려는 행태는 참으로 꼴사납기 그지없네요.
준이는 대체로 교과서에 없는 것들을 좋아했다..<박준택님> 허준이 교수와 중학교 때부터 친구로, 허 교수가 직접 ‘자신을 가장 잘 아는 친구’라고 소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