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 전 러시아에서 한 언론사가 러시아 내 부고 기사로만 집계한 러시아측 장교 사망자 수가 534명이라고 합니다.
부고 기사 특성상 위관급 장교들 중 중위 이하는 거의 집계 되지 않은 수치이고
또한 부고 기사가 실릴 만한 지방지가 없는 소도시 이하 행정구역은 집계에서 빠진 수 입니다.
특히 젊은 장교 대부분이 러시아의 시골이나 오지 출신이라는 걸 감안하면
- 그런 지역에서 외부로 나와 성공할 수 있는 몇 안되는 수단이 군인이 되는 거라.... -
훨씬 많은 수의 장교가 이번 전쟁으로 사망한 걸 알 수 있습니다.
못 싸우니 많이 죽는 거라고요?
그것도 맞습니다.
하지만 이번 전쟁 사망률은 좀 심하게 높은 편입니다.
이미 여러 분석가들이나 전쟁 연구소의 집계로는 최소로 잡아도 미국의 지난 30년간 전쟁사망자는 가볍게 초과하고,
러시아가 역사상 최악의 졸전이라 평하는 체첸 전쟁의 사망자도 가볍게 뛰어넘었습니다..
분석가에 따라서는 러시아측 사망자가 소련 붕괴에 일조했던 소련 아프카니스탄 전쟁의 사망자를 뛰어넘었다고 하고 있죠.
-이미 3월달에 러시아 측 기사에서 1만명의 사망 기사가 나왔다 내린 적이 있습니다. -
여러 이유가 있지만 이렇게 사망자가 많은데는 초반에는 대대 전술단이 도로만 기동하다가 기습으로 당한 것이 크고
후반에는 러시아가 구교리로 돌아간 것이 가장 크지 않나 싶습니다.
러시아의 구교리는 대충 이렇습니다.
제대를 4파까지 나눈 다음에
포를 쏴서 적 방어망을 쑥대밭을 만든 후 돌격 시키는 거죠.
1파가 막히면, 2파를 보냅니다. 2파를 막히면 3파를 보내죠. 3파가 막히면 4파를 보냅니다.
4파가 가면 천하의 뭐가 막고 있든 대충 뚫리게 되어 있습니다.
방어측에서 공격측 쪽에 공격할 무기가 떨어지거든요.
네. 사람은 확실히 죽지만 땅도 확실히 빼앗을 수 있습니다.
보불전쟁에서 공방의 3대1 원칙이 세워진 이후,
러시아는 그것에 의거 냉전시 4배 이상의 공세로 확실히 적의 방어진을 깰 수 있는 대공세 교리를 만듭니다.
거칠게 이렇게 표현했습니다만 실제로는 훨씬 정교합니다.
구멍이난 전선을 다음 파 공세 전력이 좌우로 벌린다든가 초월 기동을 한다든가 세련된 전술이 많지만 어쨌든 요지는 이런 겁니다.
갈아넣어 뚫을 수 있다면 기꺼이 갈아넣어주마.
이런 교리가 가능했던 이유가 러시아가 냉전시 유럽에 비해 군대가 압도적인 물량 우세를 확보했었기 때문입니다.
네. 과거형이죠.
현재 러시아가 대대전술단으로 간 이유가 있습니다.
우리나라가 기계화 여단 편제로 전환하려 하는 이유와 완벽히 똑같죠.
병력 자원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키이우 회전에서 이미 대대전술단의 새로운 교리가
러시아군의 역량이 안되든 아니면 애초부터 전면전에 맞지 않는 교리든
우크라이나 통하지 않는다는 걸 확인한 이상 러시아는 전통적인 교리로 돌아갑니다.
러시아가 전선을 돈바스 지방으로 한정한 이유도 바로 그때문이죠.
공세측의 숫적 우위를 유지하기 위해서 전선을 극단적으로 좁힌 것이죠.
하지만 2가지 문제가 있습니다.
첫째로는 러시아의 구교리는 좀 심하게 말하자면 시체를 깔아 길을 만드는 겁니다.
기원 자체는 세계대전 이전 시대 20세기 초반 -부터 있었던 교리고,
-물론 냉전 시절엔 충분히 세련되게 가다듬어져서 보전합동의 기계화 교리로
기동전 개념까지 가미됐지만 -
어쨌든 요는 병사들의 생명이 소모품 처럼 쓰이던 국민동원의 시대에 만들어진 교리라는 겁니다.
하지만 현대에 와서는 그렇게 국민을 소모품처럼 쓰는 일이 국가의 장기적인 발전에도 맞지 않을 뿐더러
정치적인 부담이 엄청납니다.
구 소련조차도 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 그렇게 밀어넣다가 나라가 휘청했는데요.
둘째로는 구소련의 교리는 이미 충분히 연구되어 그 파훼법이 어느정도 나온 상태라는 겁니다.
대충 우리나라 군대의 90년대 중반부터 2020년경 정도까지 군에서 작계로 짜뒀던 대북한 방어전 교리
종심 깊은 방어 교리가 바로 정확한 구소련 교리의 카운터 입니다.
-북한이 철저한 구소련 교리 신봉자라 그렇습니다. -
즉, 분소대 단위의 얇은 방어막을 적의 기동로 중심이로 종심깊이 배치해서
여러 파로 이뤄진 적의 전력을 소모시키고 보급로를 늘어지게 만든 후
-물론 분소대 단위의 방어병력은 적을 이길 수 없으므로 최소한의 교전 만을 적에게 강요한 후 후퇴합니다. -
공세 종말점에 도달했을 때 적의 측면을 치거나 역습을 하는 겁니다.
정확히 지금 우크라이나가 하는 방어작전이죠.
잘 이해가 안가시겠지만 얇은 휴지를 어려 겹으로 쌓아두면
결국 젖지 않는 층이 나온다는 거라는 걸 생각하시면 이해하기 편하실 겁니다.
대대 혹은 중대 규모의 공격 부대가 분대 혹은 소대와 10번의 전투를 치르면 전투 피로 때문이든, 보급 때문이든 ,
병력 피해 때문이든, 결국 돈좌될 수 밖에 없다는 걸 이용하는 거죠.
그레서 최근 전쟁 뉴스를 자세히 보신 분이라면
러시아 공세 -> 매복한 우크라이나군을 무찌르며 기세 등등하게 전진 -> 전략적 요충지에 도달 -> 역습으로 패퇴 라는
반복적인 패턴을 보실 수 있을 겁니다.
이와중에 제때 후퇴를 못하면 방어측이 전멸할 수 있지만,
그래도 분대 규모의 손실입니다.
반대로 공격측에서는 공세 한계점에 도달했을 때 자칫 공세 병력 전체를 전멸당할 수도 있는 거죠.
물론 러시아군의 기계화 수준이 월등하기에 우크라이나군에게 포위를 당해도 여유롭게 빠져나올 수 있지만
전쟁이 지속될 수록 러시아는 점점 기계화 장비를 망실하고 있는 상태고,
우크라이나는 기계화율이 올라가는 추세라 이런 식의 전쟁이 점점 더 어려워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미 지난주에 미군의 야포가 지급된 이후 우크라이나의 대포병 사격으로 러시아는 포대를 급속도로 잃고 있는 중이죠.
따라서 이대로 전황이 진행되면 우크라이나가 매우 유리해 보입니다.
장기적인 소모전으로 가면 유리할 것이라 생각한 러시아의 나이브한 판단과는 달리
우크라이나는 이미 그러한 시나리오도 충분히 생각해 준비해온 것으로 보입니다.
-개전 초 예비병력을 긴급하게 키이우 전선에 투입하지 않고 후방에 쟁여둔 걸 보면 알 수 있죠. -
이대로의 전개라면 돈바스 나아가서는 크름반도 탈환도 가능성이 조금씩 보이고 있습니다.
물론 러시아가 구교리로 싸워서 이기는 법도 있습니다.
바로 국가 총동원령을 내리는 겁니다.
젖지 않는 여러겹의 휴지 따위 휴지보다 압도적인 물을 쏟아 부으면 가능하죠.
현재 우크라이나가 동원가능한 병력의 3배수 혹은 4배수를 밀어넣으면 가능합니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이 러시아의 교리는 적어도 민주국가라고 칭해지는 나라에서는 맞지 않는 교리입니다.
당연히 국민 목숨을 갈아넣는 지도자를 지지할 국민은 없겠죠.
심지어 푸틴일지라도 말이죠.
핵으로 말하자면, 이미 전술핵을 쓸 시기를 놓쳐버렸습니다.
서방이 동유럽에 병력을 전개하기 전에
개입을 막기 위해 썼어야 하는데
이미 그 타이밍을 놓쳐버렸죠.
북유럽과 동유럽에 이미 어느정도 병력이 전개된 상황에서
전술핵은 개입의 구실이 될 뿐이라 ....
전략핵은 세계가 공멸하자는 거 아니면 택하진 않겠죠.
이제 러시아가 선택 가능한 카드는 많지 않아 보입니다.
공세적 전략에서 방어전으로 전환에 장기전 체졔로 들어가는 것도 택할 수 있는 방법중 하나일텐데
우크라이나에 대한 서방측 지원이 시간이 지나면 늘어났지 줄어들 것으로 보이지 않아
좋은 선택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더구나 장기전으로 가자면 러시아가 현재 쓰고 있는 전비를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대략 러시아가 현재 쓰고 있는 전비는 분석가에 따라 다르지만 최대 3일에 1조
최소 7일에 1조 씩은 태우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지금까지는 국방비 비축 물량으로 과거에 쌓아놓은 전비를 꼬라박았다면
이제부터는 중국에서 밀수를 하든 북한 껄 가져오든 진짜 현찰 박치기를 해야 합니다.
우크라이나는 세계 각국이 대출해주면서 돈을 꽂아주지만
러시아는 핸재 계좌 동결 상태죠.
아이러니하게 더 큰 러시아가 장기전으로 갈 수록 전비가 부족해진다는 겁니다.
따라서 장기전이 절대 좋은 선택이 아닌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고작 10개 사단을 파병했던 아프간 때도 소련은 전비 유지를 위해 경제를 쥐어짜내다가 결국 망했죠.
현대전이 수지 맞지 않는다고 하는 가장 큰 이유중 하나가 뒷배가 되주는 경제 대국이 없으면
전쟁 때문에 파산 한다는 겁니다.
현대전이 가능한 건 미국 정도 밖에 없다는 말이 군사적인 능력 측면 뿐만 아니라
경제적인 측면에서도 그렇다는 거죠.
뭐, 한가지 확실한 건 우크라이나를 괴뢰화 하거나 돈바스를 통합하려는
애초의 전략적 목표를 달성할 가능성은 이제 매우 희박해진 것 같습니다.
장기전으로 가면 소련을 망하게 했던 아프가니스탄의 그림자가 보이는 건 ....
진짜 출구전략이 심히 궁금해지네요.
이와중에 푸틴의 체면을 위해 돈바스를 양보하라는 프랑스 마크롱은 .... ㅋㅋ
러시아는 뭐...... 실전 경험도 그리 많지 않으면서 보급도 망해서요.
러시아가 석유하고 식량을 자급할 수 있다고 해도 현대전 무기는 이제 자급하기가 심히 곤란해 질 것 같네요.
미그기처럼 어떻게든 땜질로 만들 수 있는 물건으로는 현대 군사력에서는 의미도 없고 말이죠.
어떻게 마무리 되더라도
푸틴은 실각하게 될 것 같습니다
무기는 그나마 생산이라도 가능하지만, 그것도 전세계를 적으로 돌린 상태에서 생산도 쉽지 않죠.
하지만 더 중요한게 바로 인구죠.
아무리 러시아가 총동원령을 발동해서 병력을 갈아 넣는다고 해도 없던 인구가 튀어 나올 수는 없죠.
구 소련 연맹의 러시아 주변국가로 부터 병력을 차출해서 축차투입 해도, 우크라 인구가 워낙 많아서
공방 비율을 감안하면 장기전으로 갈 수록 승산이 없는 전쟁이죠.
미국은 장기전으로 끌고가 다시는 위협이 되지 않는 수준으로 러시아를 분열시키려 할 겁니다.
푸틴의 출구전략이라면 몇개 안남았을 듯 하네요.
양측이 각자에 유리한쪽으로 프로파간다를 전개해서 어떤게 진실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거대한 강대국인줄로만 알던 러시아가 이렇게 길게 끄는것만 보더라도 러시아 측에 불리해보이는건 확실한 듯합니다.
좋은글 감사드립니다.
감사합니다~ ^^
고로 러시아군이 구 소련식 스타일로 회귀한다면 우크라이나군도 얼른 그에 맞게 적응할 수 있죠. ㅋㅋㅋ
정성이 한가득한 전문적인 글 잘 보고 갑니다
근데 이러면 푸틴의 미래가 없으니 마지막까지 쥐어짜면서 전쟁을 하려고 할텐데 이런말하면 욕먹겠지만 서로의 체면을 새워주면서라도 전쟁을 끝내는게 낫다고 생각합니다. 정치 경제 문제가 아니라 무고한 희생이 너무 많습니다. ㅠㅠ
우크라이나가 이겨서 빨리 정리 되었으면 합니다.
전쟁의 여파로 세계가 고통 받고 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