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헝가리 야권연합 총리후보 경선 2차 투표 최종결과
마르키-제이 페테르(무소속, 자칭 기독교 우파, 친-성소수자): 56.71%
도브레브 클라라(민주연합-자유당, 중도좌파, 사회자유주의): 43.29%
마르키-제이 페테르 13.42%p차로 야권연합 총리 후보 선출
(United Opposition[MSZP/MM/JOBBIK/LMP/P/DK]: 야권연합[헝가리 사회당/탄력 운동/더 나은 헝가리를 위한 운동/헝가리 녹색당/헝가리를 위한 대화/민주연합], MKKP: 두 꼬리 개 당, Fidesz-KDNP: 청년민주동맹-기독민주인민당, MH: 우리 국토 운동)
2022년 헝가리 차기 총선 정당 가상 대결
United Opposition(좌우 포괄정당, 친EU): 47%(+5)
Fidesz-KDNP(우익, 국민보수주의, 반EU): 44%(-6)
MKKP(정치풍자, 낮잠보장, “반” 반-이민): 5%(+1)
MH(극우, 우익대중주의, 국수주의, 반EU): 4%(=)
Others: 0%(=)
야권연합 3%p차 경합 우세
조사기관: MEDIAN
조사기간: 9/29-10/4
표본크기: 1,000명
비례대표 봉쇄조항선: 5%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전세계를 덮친 가운데 다른 나라들처럼 헝가리 여당 지지율도 상승했으나, 이 틈을 타 무기한 긴급명령권 등이 포함된 권위주의적 법안을 내놓으며 유럽의 독재자라는 국내외의 비판을 산 바 있었습니다.
그러한 가운데 야권은 기존의 의견 차와 극심한 좌우대립을 뒤로하고 반-오르반을 기치로 하는 거국연합을 결성, 여당연합인 청년민주동맹-기독민주인민당과 접전 승부를 넘어서 격차를 10%p차까지 벌렸습니다. 반면, Civitas 등 친-정부 조사기관에선 오히려 여당연합이 격차를 8%p까지 늘리면서 큰 차이를 보였습니다.
여기에 더해 반EU 극우 민족주의 반-난민 정당이었던 요빅(더 나은 헝가리를 위한 운동)마저 친EU 보수주의 정당으로 노선을 변경하고 19년 부다페스트 시장 선거 때와는 달리 완전한 야권연대에 참여할 것을 약속했습니다.
이러한 가운데 요빅 탈당파인 우리 국토 운동은 한 때 요빅의 주 지지층이었던 민족주의 세력을 제대로 끌어들이지 못하고 있으며, 그 대부분은 청년민주동맹-기독민주인민당으로 이미 흡수된 걸로 추정됩니다.
이후 야권 총리 후보 경선이 진행되면서 2위 후보의 사퇴 후 3위 후보 지지선언이 나오는 등, 여당과 비교해서 상대적 열세를 뒤집기 위한 고군분투가 계속되는 상황입니다.
그리고 10월 중순, 마르키-제이 페테르 호드메죄뱌사르헤이 시장이 도시권을 중심으로 대대적인 지지를 받으며 야권 총리후보로 당선됨에 따라, 내년 총선까지 여야 양자 간에 치열한 경합 승부가 지속적으로 펼쳐질 것으로 보입니다.
과거 오르반 빅토르(헝가리식) 총리는 1989년 공산정권의 전횡 비판과 임레 너지(영어식)의 명예회복을 주창하는 민주 투사로 주목받았으나, 2010년 두 번째 집권 이후엔 서구식 자유민주주의 대신 러시아/중국식 정치가 필요하다고 말하며 너지 임레(헝가리식)의 동상 철거를 용인하는 등 권위주의 정치로 노선이 바뀌었다는 비판을 받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2015년 유럽 난민 대규모 유입 이후 난민을 도와준 사람까지 처벌하는 초강경 반 난민 정책을 기치로 인기가 오르면서 빅토르 오르반(영어식) 총리의 여당 피데즈가 압도적인 지지율 선두를 달렸습니다.
18년 초 여당의 텃밭이던 호드메죄바샤르헤이 시장 보궐선거에서 사회당과 요빅을 아우르는 야권의 지원을 받은 페테르 마르키-제이(영어식) 무소속 후보가 당선되면서 18년 총선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기도 했으나, 정작 총선에선 게리맨더링을 뚫지 못해서 정권교체는 고사하고 여당 단독 개헌선을 붕괴시키지도 못했습니다.
2018년 연말 벌어진 노동법 개악 반대 시위와 19년 5월 촉발된 지난 총선 부정선거 논란도 경제 회복 논리에 밀려 별다른 타격을 주지 못했습니다.
동시에, 헝가리 야권 내에선 대규모 지각변동이 일어났습니다.
기존에 제1야당 지위를 놓고 다투던 중도좌파 사회당과 극우 요빅의 지지율이 2018년 총선 이후 급락했으며, 그 자리를 사회당 출신 전 총리이자 망언 논란으로 2010년 총선 패배 책임론이 불거졌던 주르차니 페렌츠(헝가리식)가 만든 민주연합과 친 유럽연합 중도주의자들에 기반을 둔 탄력운동이 대체하게 된 것입니다.
그리고 19년 5월 치러진 유럽의회 선거에서 민주연합과 탄력운동이 나란히 2, 3위를 차지(16%, 10%)하면서 지지율 상승이 실제로 증명됐습니다.
이에 야권에선 연말의 부다페스트 시장선거로 정국 주도권을 역전시키기 위해 단일화를 추진했으며, 사회당의 동맹정당인 친EU 환경주의 정당 대화의 커러초니 게르게이(헝가리식)가 단일 후보로 선출되었습니다. 그 와중에 여당 측 졸트 보르커이 죄르시 시장의 성추문 파동이 일어나자 실망한 일부 보수 유권자들이 여당으로부터 이탈하면서 야권에 기회가 찾아왔습니다.
그리고 19년 10월 13일 치러진 헝가리 지방선거 중 가장 주목을 받던 수도 부다페스트 시장선거에서 친EU 야권연합 후보 게르게이 커러초니(영어식)가 승리했습니다. 단일화 과정에서 문제가 생겨 요빅과 또 다른 정치의 지지를 받은 로베르트 푸제르 후보가 따로 나오면서 야권 표 분산이 우려되었으나 이를 돌파하고 과반을 넘기면서 완승을 거둔 것입니다.
거기다 23개 주요도시 중 야권이 10곳을 차지(4년전엔 2곳)하고 대도시 선거에선 4/5를 승리하는 등, 여러모로 19년 초 치러졌던 터키 지방선거를 떠올리게 하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권위주의 통치자[에르도안]에 맞선 야권 연합 대선전 및 최대 도시[이스탄불] 탈환)
이렇게 9년 만에 부다페스트 시장직을 탈환하고 타 지역에서도 선전하면서 야권연합은 총선 반격의 토대를 마련하게 됐습니다. (한편, 같은 날 치러진 폴란드 총선에선 피데스와 성향이 비슷한 집권여당 법과 정의당이 여유롭게 하원 과반을 얻으며 완승을 거두었습니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가 많은 것을 바꾸었습니다. 정부 여당 지지율은 다시금 50%선을 돌파했으며, 오르반 빅토르 총리의 자리가 확고부동해진 것입니다.
그러자 여당연합은 코로나 사태를 빌미로 수정된 국가비상사태 법안을 통과시키며 의회 해산, 국가비상사태 무기한 유지 가능, 긴급명령권 무기한 발동 가능, 모든 선거 무기한 연기, 가짜뉴스 유포자 징역 최대 5년(가짜뉴스 기준은 정부가 결정), 격리조치 위반자 징역 최대 8년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있게 됐습니다.
이에 야권과 유럽연합에서는 독재자의 길을 걷는 거냐며 맹렬한 비판을 가하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러한 비판 때문인지 코로나 사태가 호전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해당 법안의 효력은 연장되지 않았으며, 이전에 비해 여당연합의 압도적인 면모가 줄어들면서 2022년 치러질 헝가리 총선을 주목하는 시선이 늘어나는 중입니다.
그러나 최근 들어 대 헝가리를 강조하여 주변국들의 반발을 부르고 대학 재정 자립성을 빌미로 연극영화대(SZFE) 이사진을 오르반의 측근들로 교체하였으며, 코로나 대응 방안으로 중국 시노팜 백신 공장을 세우고 국가비상사태를 연장하며 중국 푸단대 캠퍼스까지 설치하려 하는 등 중앙 정부의 친중, 권위주의, 국수주의 성향이 더욱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이에 커러초니 게르게이 부다페스트 시장이 옆 동네 체코의 즈데네크 흐르지프 프라하 시장처럼 캠퍼스 설치를 전면 반대하고 홍콩과 위구르 인권 캠페인을 전개하여 강한 자유주의 성향의 대립각을 세우면서 존재감을 부각시켰습니다.
위와 같은 상황 속에서 커러초니 게르게이 시장은 야권연합 차기 총리 후보 경선에 참여할 것을 선언했습니다. 해당 선언을 통해 경선이 같은 비셰그라드 국가인 폴란드의 라파우 트샤스코프스키 바르샤바 시장의 대선 출마처럼 헝가리 야권의 표를 온전히 하나로 응집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지 주목받게 됐습니다.
이후 야권 경선이 진행되면서 페테르 야카브 요빅 대표가 야권 총리후보 지지율 1위에 오르자, 요빅의 노선 전환에도 불구하고 그 보수적 성향으로 인한 타 야당과의 향후 충돌 가능성에 대해 우려를 사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9월 18-28일 진행된 야권경선 1차 투표 결과, 페렌츠 주르차니 전 총리의 아내이자 유럽의회 부의장인 클라라 도브레브(영어식)가 총리후보 1위에 올랐으며, 게르게이 커러초니 부다페스트 시장과 페테르 마르키-제이 호드메죄바샤르헤이 시장이 그 뒤를 이으며 3등까지 결선에 올랐고 요빅 후보는 막판 하락세가 이어지며 4위에 그쳤습니다.
이렇듯 야권 경선의 분위기가 달아오른 데다 오르반 빅토르 총리가 국경 없는 기자회에 의해 언론사 소유 재벌과의 유착과 통제를 활용한 언론 자유 약탈자로 선정되는 등 그 독재성이 여실히 드러났음에도 불구하고, 야권연합이 올해 초와는 달리 대부분의 여론조사에서 여당에게 경합 열세를 보였습니다.
중도우파 성향 유럽의회 정당인 유럽 인민당에서 탈퇴한 데다, 트리아농 조약 이전의 헝가리 왕국 영토에 대한 향수를 노골적으로 표방하며 미성년자 시청 영상물 내 동성애 묘사 금지 등의 반동성애적 법안을 내놓는 등, 유럽연합 내 비판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강경 민족주의-보수주의 우파 성향을 강하게 드러내고 있는 것이 지지층 결집에 효과를 보고 있는 것입니다.
그 때문에 내년 총선 승리를 위해선 중도로 돌아섰거나 연성인 피데즈 지지층을 끌어들일 보수적 후보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커러초니 게르게이 시장은 마르키-제이 페테르 시장을 지지하며 10월 7일 부로 결선 후보직에서 사퇴했습니다.
이로 인해 헝가리 야권 경선 2차 투표는 도브레브 클라라 민주연합 후보와 마르키-제이 페테르 무소속 후보 간의 양자 대결로 10월 10-16일 치러지게 될 예정이었습니다.
그리고 2차 투표가 끝나고 개표도 종료된 결과, 커러초니 게르게이(27.30%)와 야카브 페테르(14.08%) 지지층 대다수가 마르키-제이 페테르 무소속 후보(20.40%)로 고스란히 이동하면서, 56.71%의 득표를 얻으며 13.42%p라는 압도적인 격차로 도브레브 클라라 민주연합 후보를 누르고 야권연합 총리 후보로 선출되는데 성공했습니다.
시장인 커러초니도 반반 싸움에 그쳤던 1차 투표와 달리 수도 부다페스트에서 한 구역만 빼고 싹쓸이할 정도로 마르키-제이 페테르 후보가 앞설 수 있었던 요인으론, 도브레브 클라라 민주연합 후보의 남편인 주르차니 페렌츠 민주연합 대표의 높은 비호감도가 오르반과의 본선 대결에서 악영향을 주거나 최악의 경우 2010년의 참패가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가 결정적이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때마침 야권연합 경선 효과인지 청년민주동맹-기독민주인민당이 2위로 밀려난 조사가 올라오는 등, 좌우를 막론하고 신임 총리 후보를 필두로 반드시 오르반 정권을 꺾고 말겠다는 야권의 정권 교체 여론이 바야흐로 12년 만에 최고치로 무르익게 됐습니다.
이에 불안감을 느낀 여권도 200만 부모들을 중심으로 2조원에 달하는 세금 환급과 최저임금 인상, 25세 이하 개인 소득세 면제, 연금 추가 지급과 같은 당근을 내놓으며 주도권을 잃지 않으려 노력하는 상황입니다.
한편, 1차 투표와 같이 치러진 야권 지역구 경선에서는 민주연합이 득표와 확보 후보 모두에서 1위를 차지했으며, 득표 2위인 탄력 운동은 수도를 포함한 도시권 등을 제외하면 넓게 퍼진 득표로 인해 비교적 적은 지역구를 가지게 됐습니다.
반면에 요빅은 시골을 중심으로 보수 야권 지지층의 호응을 얻으며 득표 대비 높은 지역구 후보를 확보했으며, 사회당은 득표와 유사한 수준의 후보지를 얻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