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 적색당, SV: 사회주의좌파당, Ap: 노동당, Sp: 중앙당, MDG: 녹색당, V: 자유당, KrF: 기독교민주당, H: 보수당, Frp: 진보당)
2021년 노르웨이 총선 최종결과(투표율: 76.5%[-1.7])
노동당(중도좌파): 26.4%(-1.0), 48석(-1)
보수당(중도우파): 20.5%(-4.6), 36석(-9)
중앙당(중도): 13.6%(+3.3), 28석(+9)
진보당(우익): 11.7%(-3.5), 21석(-6)
사회주의좌파당(좌익): 7.5%(+1.4), 13석(+2)
적색당(좌익-극좌): 4.7%(+2.3), 8석(+7)
자유당(중도): 4.5%(+0.1), 8석(=)
녹색당(중도좌파): 3.8%(+0.6), 3석(+2)
기민당(중도-중도우파): 3.8%(-0.4), 3석(-5)
기타 정당/무소속: 3.5%(+1.8), 1석(+1)
범좌파연합(Ap+Sp+SV+R+MDG): 56.0%(+6.6), 100석(+19)
중도좌파연합(Ap+Sp+SV): 47.5%(+3.7), 89석(+10)
우파연합(H+Frp+V+KrF): 40.5%(-8.4), 68석(-20)
중도좌파연합 과반 확보하며 정권 교체
전체 의석: 169석
과반 의석: 85석
비례대표 봉쇄조항선: 4%
지난 2017년 총선 이후 노르웨이 집권 우파연합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진보당의 우경화 및 각종 논란에 대한 기민당의 반발(연정 불참, 불신임 위협)이 간신히 해결된 와중에, 선거에서 범좌파연합의 강세가 두드러지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19년 9월 9일 치러진 지방선거 결과, 연정 여부가 확실치 않은 녹색당까지 포함할 시 무려 55.7%를 넘기며 우파연합에 19.4%p차로 압도적 우세를 보였습니다. 비록 제1당인 노동당의 득표율은 급락했으나, 타 연합정당들의 상승세가 이를 덮었습니다.
그러나 지난 총선에서도 에르나 솔베르그 총리(보수당)의 토론 승리로 전세를 역전시킨 전례가 있기에, 아직 2년 넘게 남은 차기 총선 결과를 단언하긴 어려운 상황이었습니다.
이후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이 확산되면서 타 유럽국가들처럼 노르웨이 역시 여당 지지율이 무려 7.9%p나 폭등하며 정당 지지율 1위를 탈환하는데 성공했습니다.
하지만 코로나 사태로 인한 상승세에도 불구하고 우파연합이 과반을 확보하는데 실패할 것으로 나오는 만큼, 2021년 총선에서 여당연합의 정권 재창출이 결코 쉽지 않을 거라는 전망도 나왔었습니다.
이러한 상반된 예측에도 불구하고 코로나발 집결 효과가 떨어지면서 우파연합은 두 자릿수차 열세에 처하게 됐으며, 중도층의 이탈에다 존재감이 사라져버린 자유당과 기민당은 비례대표 봉쇄조항선 마저 위태로운 처지에 놓이고 말았습니다.
한편, 중앙당은 노동당의 우향우 신자유주의 자유무역 중도노선과 우파연합에 불만을 품은 반체제 대중주의 중도유권자들 중 보호무역과 EU 가입 거부, 농본주의, 탈중앙화, 늑대 사냥 문화 보호를 주장하여 본격적인 대중주의적 면모가 두드러지던 중앙당으로 이동하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한 때는 20%대 중반에 1위를 찍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지지율이 높아지자 선택지에 여유가 생긴 나머지 좌파연합 연정 가능성에 어정쩡하게 답변하기 시작하면서, 정권교체를 중요시하던 지지층이 떨어져 나감에 따라 3위로 복귀해버리자 중앙당 내에선 좌파연합 연정을 선택할 것임을 확고히 함으로써 하락세 반전 가능성이 급히 진화 됐습니다.
반면, 박노자 오슬로대 교수가 당원인 것으로 알려진 적색당은 중앙당과는 달리 확고부동안 극좌 마르크스주의 성향으로 노동당과 사회주의좌파당에 실망한 급진 좌파 유권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으며, 오랜 역사의 자유당, 기민당을 누르고 사회주의좌파당의 원내 4당 자리와 노르웨이 강경 좌파의 헤게모니까지 노리게 될 정도로 성장했습니다. 그러나 사회주의좌파당도 반정부 여론을 등에 업고 지지율이 상승하며 그 꿈은 일단 보류하게 됐습니다.
총선이 다가오면서 보수당은 2017년처럼 토론회 선전에 의한 역전 가능성에 기댔지만, 8년 간 집권해온 에르나 솔베르그 총리에 대해 피로감이 쌓인 노르웨이 유권자들이 야권에 대한 선택을 거둘 정도는 아니었음이 토론회 이후 여론조사들에서 드러났습니다.
게다가 총리 본인이 생일모임으로 거리두기 규정을 위반하여 벌금형에 처해지면서 높은 백신 접종율에도 불구하고 정부 방역 조치에 대한 일부 의구심을 불러온 데다, 내각 밖에서 캐스팅 보트를 좌우하는 극우 진보당을 너무 신경 쓴 나머지 현상유지에 일관하여 불평등과 기후변화라는 최근 이슈들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일었습니다.
그리고 9월 13일 치러진 총선 결과, 24회 연속 총선 지지율 1위를 차지한 노동당이 주도하는 중도좌파연합은 169석 중 89석을 얻었으며, 지지층 확대를 위한 중립 노선(석유 시추 중단 공약 제외)을 택하여 범좌파연합 가입을 꺼린 녹색당과 극좌 적색당의 도움 없이도 안정 과반을 확보할 수 있게 됐습니다.
우파연합에서는 진보당이 주요 지지기반이었던 반체제 대중주의자들의 표가 중앙당과 사회주의좌파당, 적색당으로 옮겨가면서 30년 만에 가장 낮은 득표율을 받고 말았습니다. 전통적인 지지율 상승 수단이었던 이슬람 위협 강조와 최근 벌어진 국제적 사건들(탈레반의 카불 함락, 벨라루스 민주화 시위)을 통한 난민/안보 위협 부각, 그리고 석유 산업 보호 공약을 꺼내 들었으나 별 효과를 내지 못했습니다.
한편, 봉쇄조항선 돌파가 간당간당 하던 적색당과 자유당, 기민당과 녹색당 중 전자 둘은 전국 4%선을 넘기고 후자 둘은 실패함에 따라, 넷 다 지역의석으로 원내 진입엔 성공했으나 총선 이후 원내 영향력에 있어 희비가 엇갈리고 말았습니다.
특히 녹색당은 최근 극심한 기후변화로 환경이슈가 부각되는 것에 기대했으나 2035년까지 석유 시추 중단 공약 등에 대한 불호(35% 동의)로 그 효과는 일부 상승에 그쳤습니다.
그런 가운데, 이번 코로나 사태로 건강 및 환자 돌봄 관련 문제가 부각됨에 따라 격오지가 많은 노르웨이 최북단 핀마르크에 옆 동네 알타 병원을 확대시켜 줄 것을 청원하는 단일 이슈 정당 환자우선당이 원내 진입에 성공하며 한 석을 얻기도 했습니다.
총선에서 승리한 중도좌파연합은 요나스 가르 스퇴레 신임 총리 겸 노동당 대표 주도로 산유국 이후를 대비한다는 명분 하에 기후변화 대응과 빠른 신재생 에너지 전환, 초장기적 석유 시추 감축, 저소득/중간소득층 감세, 부자 증세 등에 중점을 둘 것으로 보입니다.
여기에 더해 노르웨이 중도좌파연합이 집권할 시 무려 20년 만에 스칸디나비아 4개국(노르웨이, 스웨덴, 핀란드, 덴마크) 전원 사민주의 중도좌파 총리 정부가 들어서게 됩니다.
늘 좋은글 진짜 감사합니다
유튜브 컨텐츠로 만들어 주셔도 될꺼 같아요.
한국에서는 있을 수 없는 선거결과라고 생각합니다.
@Bjorn님
말이 나온김에 얘기지만, 사실 한국도 유권자들이 원하는 정책을 보면 사민주의적 성격의 복지정책을 원하는 사람이 굉장히 많죠. 그래서 항상 복지정책을 언급하는 후보들이 표를 따고요. 심지어 2012년에는 박근혜가 복지국가로의 전환을 언급했을정도니까요.
재난지원금 지급 이후에 총선에서 민주당에 180석을 몰아주고, 조직도 없는 이재명이 기본소득을 주장하면서 경선에서 과반지지를 먹는 대선후보가 되는것은 사민주의 정책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얼마나 큰가를 보여주는 것이라 생각하는데, 이게 단순히 양당제라서 사민주의가 안되는 그런문제가 아닌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바뀌어야 될건 선거때만 사민주의 색채를 내보이다가 선거끝나면 내팽개치는 양두구육적 작태의 표리부동한 정치문화가 아닐까 이런생각도 드네요.
이름이 진보당인데 우파인 정당이 있는게 참 흥미롭게 느껴지네요. 규제완화를 주장하는 신기술친화적 정당일까요?
그렇군요.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일반적으로 진보라는 이름은 좌파의 전유물처럼 여겨지는데, 사실 이것도 낡은 생각일지 모른다는 생각도 드네요.
자유주의 정당이름이 좌파당이라... 그것도 흥미롭네요. ㅎㅎ
그거보면 세상이 잘 안변하는것 같다가도 한편으론 꽤 변하는구나 싶네요.
현직 스웨덴 총리(사민당)는 이 정당의 추악한 뿌리때문에 기회만 나면 없어져야할 정당이라고 속시원히게 말해줘서 기분 좋더군요. 한국의 더불어민주당이 이런건 배워야 하는데 이런 말하는 의원들이 오히려 당으로부터 처벌받으니 화나더군요.
스웨덴 민주당은 (민)족(주)의 정당인가 보네요. ㅎㅎ
서울 도심에 나가서,
지구본을 보고
노르웨이가 어디있는지 한번에 찾아낼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알아보기로 쉽게 올려주셔서
늘 잘보고있어요~
스칸디 멋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