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천, 여주, 양평쪽에 저희 친가가 살았는데...
일제시대때 여자들 어찌될지 몰라 할머님 집에서 부랴부랴 결혼을 서둘렀다고 합니다.
할머님 친정집에서 결혼하는 조건으로 땅 + 소 제공...!!
증조부님은 며느리 인물 보지도 않고 그자리에서 O.k!!
할아버지는 그야말로 신부 얼굴도 못보고 얼떨결에 결혼을 하셨다고합니다...
집안 어르신들 그리고 제가 기억하는 할머님은...왜소한 체격에 인물이 정말 없으셨습니다.
눈도 작으시고 피부톤도 밝지 않고...
근데...얼굴도 못보고 결혼한 색시를 할아버지는 너무나 사랑하셨다고 합니다.
결혼하고 신혼때 바깥에서 일하다가도 색시 보고 싶어 어르신들 몰래 집안 잡입을 수차례...!!
어르신들 뭐라 하실까봐 다들 주무실때 각시 몰래 업고 동네 한바퀴...
맛있는 과일, 음식이 있으면 부모님 모르게 호주머니에 몰래 가지고 와서 색시한테 주고...
또 그당시 외출 할때 할머님 손을 꼭 잡고 다니셨다고 합니다.
해서...동네 사람들이 할아버지를..."아이구 저런 팔푼이 같은놈...!!'
성정이 급하신 분도 아니고 화도 잘 안내시는 분이셨는데...할머니한테 개기(?)는 자식 있으면 아들, 딸 가리지 않고 종아리 부르터지게 회초리를 치셨다고 합니다.
나이드시고서도 꼭 한이불에서 주무시고 꽃이 좋으면, 날이 좋으면 할머님 손잡고 나들이 다니셨죠.
6.25터저 부산으로 피난 갈때도 할머니한테는 절대 무거운짐 들지도 못하게 하셨다고 합니다.
할아버지 먼저 돌아 가셨을때 할머니 얼굴을 아직도 기억합니다.
저포함 모든 집안 식구들이...초상 치를 걱정을 하는게 아니라...할머니 어찌 될까봐 돌아가면서 보초(?)를 섰죠.
평생을 사랑받고 사랑한 자기 분신 같은 사람의 떠남...그때의 그 무표정하고 마치 인형같은 할머니 얼굴은 요즘도 가끔 생각납니다.
할머님은 참 건강하신 분이셨습니다.
8순 그리고 건 9순이 되실때까지 잔병 한번 안치르시고 사신분이셨는데...할아버지 돌아가시고 정확히 8개월뒤 새벽에 심장마비로 돌아가셨습니다.
할아버지 먼저 가시고 혹 할머니 어찌 될까봐 큰아버지는 잠자리도 할머니 옆에서 늘 같이 주무시곤 했었죠.
그 많은 자식들도 수시로 안부 전화, 방문...
오히려 할아버지 살아생전보다 더 많은 관심, 애정을 받으셨는데도 할아버지의 공간을 채울수는 없으셨다 봅니다.
할아버지 돌아가시고 눈에 띄게 식사량도 주시고, 그 좋아하던 성당도 거의 안가시고...
오늘 아침에 할머님 생각이 나서 집사람한테 말해주니까...
"당신은 나보다 먼저 죽으면 죽여버릴거여!!!"
"나 가는거 보고 나중에 따라와!!"
오늘 집에 들어가면서 꽃이라도 사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유부님들...오늘 사랑하는 분을 위해 작은 선물이라도 사가지고 가시는게 어떨까요?
그러니까 건강하게 두분이 오래오래 알꽁달꽁 사셔요~
불가능하겠죠? 가는데 순서 없다는게 당연한 것이면서도 가장 가슴을 아프게 만듭니다.
전 십분 이해 갑니다..
마무리가....
내가 저 짤로 댓글에서 감동파괴할라 그랬는데!
본문에서 글쓴이가 스스로 감동파괴를!
인생사 별것 있나 싶네요...
좋은글 감사합니다.
저렇게 행복하게 살고 싶습니다.
그리고 꽃보다는 역시 가방아닙니까? 샤넬 가방에 5만원권을 가득채워서 땋!
자의아닌 결혼으로 사랑 한번 못받고 억세게 살다가 떠난 두 여인이 떠오르네요.
두여인 모두 원한건 배우자의 작은관심과 사랑이었을텐데...
지난시절은 참 여자에게 가혹한 환경이 많지 않았었나 생각이 듭니다.
배우자의 선택도, 이혼, 여자 혼자 꾸리는 삶도 쉽지않았던 그 시절들이요.
다음 생이 있다면 자신만을 온전히 봐주는 저런 배우자만나서 행복을 누리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시간은 화살처럼 빨리 지나가고 때가 되면 석양을 바라보며 지난 시간을 돌이켜보게 될 것이다.
인생을 과연 잘 살았나 못살았나 하는 기준은 부자거나 가난하거나 지위가 높거나 낮거나 이름이 얼마나 알려졌는가에 달린 것이 아니라 얼마나 아름다운 사랑을 많이, 오래 했는가에 달렸다.
사랑한 크기에 따라 행복한 인생 혹은, 후회스런 인생이 될 거라는 이야기다.
백번 생각해도, 사랑은 아무리 해도 끝없을, 사람이 만들어낸 가장 아름다운 말이고 행동이고 의미이다.
사랑하고 사랑하고 또 사랑하라.
이수동작가의 동행이라는 책에 나오는 시인데 '사랑'이란 말이 참 좋습니다.
무서운 더위에 삭막한 마음으로 가득했는데 좋은 시를 떠올리게 해주셔서 고맙습니다.
부러운 가족이네요^^
대관절 할머니의 어떤 점이 할아버지로 하여금 사랑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든 것일까요?
제 주변에도 오랜세월 단 한번도 싸우지 않고 오손도손 산 부부가 있는데 정말 궁금해 미치겠어요
뭘까요??? 뭘까요???
영혼이 교감된 거겠지요. 짐작만 합니다. ㅜㅜ
할아버지 본 받아야겠습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할머니 보고싶네요 우리 할머니 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