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느 때와 같은 토요일 저녁이었는데 고딩 동창놈에게서 전화 한통이 옵니다.
스피커로 넘어오는 너무나도 황망한 내용. 또 다른 동창 녀석의 본인상 이야기.
곧이어 그 녀석한테 카톡이 옵니다. 인스타 DM 캡쳐 사진을 보냈습니다.
갑자기 떠난 그 녀석의 핸드폰을 풀지 못해 고등학교 친구들 연락처를 모른다며
그 녀석 동생이 인스타 팔로우 목록을 찾아 DM으로 부고를 전한다는 내용.
거기 나온 번호로 연락을 취해서 물었더니 사실이랍니다. 사고로 떠났다고 하네요.
저도 급히 제 인스타 DM을 확인해 봤습니다. 금요일에 모르는 사람으로부터 DM이 와 있네요.
떠난 녀석의 지인이었고, 그 분으로부터 이 친구의 부고를 전하는 메시지가 들어와 있었습니다.
평소 DM 거의 쓰지도 않고, 알림도 꺼놓았던게 오늘처럼 후회되는 적이 없었습니다.
심지어 일요일에 발인이라는 내용의 메시지가 금요일에 와 있었습니다.
금요일에 미리 알았으면 조금이라도 보낼 준비를 했을텐데 하는 생각이 떠나지를 않습니다.
우리 모임을 엄청 각별하게 여기던 녀석에게 학교 이름과 모임 이름 적힌 화환 하나를 못해줬어요.
지금 이 글을 적는 이 순간에도 그것이 제 마음을 짓누르고 있습니다.
부랴부랴 단톡방에 소식을 올리고 여건 되는 애들끼리 장례식장으로 향합니다.
평소 같으면 장례식장까지 운전해서 갔겠지만, 운전을 할 수 없었습니다.
손이 부르르 떨리고 정신을 차리기 어려웠습니다. 이 상태로 운전하다가는 사고날 것 같았습니다.
급히 택시를 타고 장례식장으로 갔습니다. 어떻게든 빨리 가야만 했었습니다.
장례식장에 도착하니, 급히 합성을 하여 만든 영정 속 그 놈이 저를 맞이합니다.
그 녀석 어머님을 뵈니 저도 모르게 죄송하다는 말부터 나왔습니다.
너무 늦게 와서 죄송하다는 그 말 밖에 나오지를 않았습니다.
어머님이 오히려 제게 고맙다 하시며 저를 달래셨습니다. 몸둘 바를 몰랐습니다.
인스타로 연락을 주신 분들께 다시 여쭤보니 고등학교 친구들이 하나도 오지 않아 이상했다 하십니다.
아무래도 고딩 친구들한테는 전달이 되지 않았을 것 같았다는 말씀도 같이 전하십니다.
그래서 잠긴 폰을 열지 못해 번호는 찾지 못하고 대신 인스타 DM으로 보냈다고 하십니다.
이제라도 고등학교 동창들이 알고 와 주어서 다행이라 하십니다. 그 말씀이 더 무겁게 느껴졌습니다.
이 녀석 자유로운 영혼이었습니다. 자유롭기는 엄청 자유로운데 쉽게 상처 받는 여린 놈이었고요.
산도적처럼 생긴 녀석이 매번 그렇게 여리디 여린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그러다보니 같은 모임 친구놈들한테서 쉰 소리도 많이 들었어요. 그래도 좋다고 합니다.
무뚝뚝한 30대 아저씨들 모인 단톡방에서 맨날 친구들 보고 싶다는 소리 하던 그런 놈이었어요.
저한테는 불과 1주일 전 백신 맞는 얘기 하던 놈이었고, 다른 놈한테는 술 먹자는 소리 했던 놈입니다.
그랬던 그놈이 아무런 말도 없이 저렇게 떠나버렸습니다.
그놈이 그토록 좋아했던 고딩 친구들한테 떠났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여유도 주지 않고 가버렸습니다.
내년이 저희들 뭉친지 20년이 되는 해입니다. 이놈 20주년 엄청 기다리던 녀석이었어요.
코로나 때문에 모임 갖지 못하는 걸 늘 안타까워 했을 정도로 친구를 찾던 놈이었습니다.
급하게 모인 애들이 빈소에서 술잔 기울이던 중에 한 놈이 이런 말을 던집니다.
"이 새끼가 우리한테 이렇게 자리 만들어서 술 사주고 떠나려나 보다."
저희가 늦게 전달을 받은 바람에 이 녀석 마지막 길은 저희 대신 다른 지인들이 배웅하게 되었습니다.
그냥 빈소 나가는 길이 아쉬워 그 녀석한테 각자 마지막 술 한잔씩 올려주고 나왔습니다.
이 녀석이 차려준 술상 앞에서 옛날 얘기도 하고 그러면서 잠시 동안이나마 웃을 수 있었는데
이놈한테 마지막 술잔 따라주는 그 앞에서는 모두들 끝 모를 슬픔에 잠겼습니다.
그리고 여전히 저는 너무도 늦게 알고 부랴부랴 달려와야만 했던게 계속 마음에 남아 있습니다.
술 한잔씩 따라주고 나오기 전에 이 녀석 아버님께 큰 절로 인사를 올렸습니다.
아버님이 저희를 두고 계속 말씀을 이어가시려 합니다. 아들 생각이 나셨을 것입니다.
너희들은 건강해라. 열심히 사는 것보다 건강이 우선이다. 떠난 녀석에게 미련 두지 말라.
아들 친구들 생각해서 하신 말씀이겠지만, 그 말씀을 전하는 아버님 심정 말이 아닐 것입니다.
한 3, 40년은 지나야 이런 순간이 올 것이라 생각했는데, 세상 참 야속합니다.
이 녀석은 뭐가 그렇게 급해서 우리 곁을 떠났는지 묻고 싶어도 물을 수가 없네요.
차마 편히 쉬란 말은 못하겠습니다. 그보다는 차라리 욕을 한 사발 해주고 싶어요.
니놈 급한 성질머리 때문에 다들 남아서 마음 고생한거 아냐며 갈구고 싶습니다.
먼저 가서 우리 애들한테 욕 먹고 갈굼 당할 준비하고 있으라 하고 싶습니다.
썩을 놈....모임이라도 한번 하고 가지....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개인의 감정과 추억을 나눠주시어 감사합니다.
고인께서 좋은 친구분들을 두셔서 떠나시는 길이 외롭지 않으셨으리라 믿습니다.
마음이 두겹 세겹 한꺼번에 겹쳐서 밀려오는데 뭔가 확 급체하는 느낌이더군요.
제 경우는 그랬습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그리고 글쓴님 등도 한 번 쓸어드리고싶네요...
/By Genuine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저도 일찍 간 친구가 그립네요.
나중에 그리울때가 오면… 후….
연락처...ㅠ
삼가고인의명복을빕니다...(_ _);
그래서인지 너무 가슴에 사무치네요...
어떤 기분일지 전 아직 경험을 못해봐서 짐작도 못하겠습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어떤기분일지 상상조차 못하겠지만 두분의 각별한 우정은 느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