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스키 사용기 #16 - 아드벡 10년
피트 훈연 특유의 그 향이 스카치 위스키의 빼놓을 수 없는 특징인 것은 사실입니다. 그렇지만 개인의 호불호가 크게 갈리는 것도 맞습니다. 목초액이라고 하는 사람도 있고, 정로환이라고 하는 사람도 있지만 또 이런 향이 좋아서 찾아먹는 사람들이 있으니까요.
그런 피트 훈연향으로 가장 유명한 위스키는 아무래도 스코틀랜드 아일라 섬에서 나오는 것들일 것입니다. 이 크지 않은 섬에만 증류소가 9개나 운영중인데, 이 중에 피트 훈연이 안 된 위스키를 만드는 곳은 있어도 피트 훈연이 된 위스키를 안 만드는 곳은 없는 정도이니까요. 그 중에서도 남부 해안가 킬달튼 부근의 세 증류소, 즉 라프로익, 라가불린, 그리고 아드벡에서 나오는 위스키에는 두터운 애호가층마저 따르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아드벡 증류소의 위스키 중 가장 기본이 되면서도 기함이라고 할 수 있는 위스키가 바로 아드벡 10년입니다. 아메리칸 오크 버번 캐스크에서 최소 10년간 숙성된 아드벡 10년은 증류소의 가장 기본을 담고 있습니다.
아드벡Ardbeg 10년
싱글 몰트 스카치 위스키 / 스코틀랜드 아일라Islay
도수 46.0% / 숙성년수 10년 (아메리칸 오크 버번 캐스크 숙성) / 비냉각여과, 카라멜 색소 미첨가
- 색상: Pale Gold (0.3)
- 향: 모닥불. 강렬한 피트 훈연향. 신선한 레몬과 라임. 약간의 오이와 민트. 바닷가 공기
- 맛: 강렬한 피트. 레몬 사탕. 약간의 핵과. 기름같은 질감. 바닐라. 후추
- 여운: 식물 계열의 피트. 모닥불. 매우 길다. 바닐라. 치과. 소금물. 맥아
잔에 위스키를 따르자마자 훈연향이 넘쳐흐릅니다. 굳이 잔을 코로 가져다대지 않아도 느껴질 정도입니다. 아드벡의 피트 훈연향은 모닥불을 가장 많이 연상시킵니다. 그 사이로 레몬, 라임 등 밝은 시트러스류를 연상시키는 새콤함이 있습니다. 바닷가의 짭쪼름한 공기 느낌으로 넘어가기 직전에 약간의 오이나 민트 등의 청량감도 느껴지는 듯합니다.
입에서도 훈연향은 강력합니다. 사람들이 목초액을 연상시킬 만한 강력함입니다. 타는 장작같은 훈연향을 제치고 보면 레몬 사탕처럼 새콤달콤한 맛이 있습니다. 약간의 핵과같은 부드러운 달콤함도 느껴집니다. 질감도 마치 식용유를 입에 문 듯 만족스럽습니다. 나무통에서 오는듯한 약간의 후추같은 매캐함도 존재합니다. 46도에 도수에 알맞게 입에서 오랫동안 물고 있어도 맛이 금방 희석되지 않으며, 맛의 강도도 준수합니다.
여운 역시 강렬한 훈연향으로 시작합니다. 이번에는 모닥불과 같이 오크의 탄닌에서 오는 듯한, 조금 더 식물이나 채소의 쌉쌀한 느낌이 있습니다. 훈연향이 매우 길게 남으며, 사이사이로 바닐라의 달콤함이나 맥아의 구수함도 느낄 수 있습니다. 마치 소금물을 한 모금 들이킨 것처럼 짭짤함이 도는 듯하고, 한편으로는 치과 냄새마저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위에서 킬달튼 부근의 세 증류소에 대해 잠시 이야기했는데, 그 중에서도 특히 아드벡 10년은 추천할 만 합니다. 물론 강렬한 피트 훈연향을 좋아해야 한다는 전제가 깔려 있지만, 가령 40%로 병입되어 아쉬울 수 있는 라프로익 10년이나, 비교적 가격대가 높은 라가불린 16년에 비교하면 아드벡 10년은 가격 면에서도, 완성도 면에서도 훌륭합니다. 피트 훈연향을 빼놓고 보면 약간 단조로울 수는 있으나, 그 아쉬운 부분을 훈연향이 잘 채워주는 동시에 기본이 잘 잡혀있는 병입니다. 가격은 0만원 후반대. 점수는 8/10점.
제가 가진 10년의 경우 웨어하우스 팩이라 일반판과는 다른, 아드벡 증류소의 숙성 창고를 형상화한 틴캔에 담겨 있습니다. 자주 보이는 상품은 아니지만 아드벡을 좋아하는 분들에게는 좋은 선물이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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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사실 그래도 좀 더 쿨 일라 쪽 취향입니다.
좀 더 들어가면 우가데일이나 코리브렉칸도 나름대로 차이는 있긴하지만 파볼만하구요.
10년의 의의는 무엇보다도 가성비에 있지 않은가 생각도 듭니다. 제 취향은 조금 더 희석이 덜 된 코리브레칸 쪽으로...
아무래도 피트 훈연향의 특성 상 무작정 병을 권하기에는 조금 어려운 것도 사실인 것 같습니다. 잔술이 가능하다면 먼저 잔으로 시도해 보는 것이 더 맞을 것 같아요.
아일라 쪽 피트까진 못마셔봤고 조니워커 더블 블랙이나 하이랜드파크, 탈리스커 정도는 전혀 거부감이 없어 도전할까 하다가도
목초액, 정로환 이 얘길 보면 또 망설여지기가 반복이에요.
아무래도 호불호가 많이 갈리는 것도 사실이지만, 또 많은 분들이 아일라 몰트로 스카치를 시작하고 바로 피트이 빠지기도 하더군요. 제 경우도 아드벡 우가달로 시작하기도 했고요.
문득 드는 생각입니다만, 잔술로 마실 여건이 된다면 10년보다는 셰리 숙성이 된 우가달이 더 접근하기에 괜찮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다음 편도 기대 할께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