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우리도 트리 사자!"
"안돼~"
5살 아들이 마트에서 장보다가 크리스마스 트리를 보고는 사달라 하네요.
저는 별 생각없이 반사적으로 안된다고 답했습니다.
크리스마스 트리는 원래 그런거니까요.
크리스마스 트리는 사치품입니다.
집에 돈이 남아돌고 그런걸 놓을 공간이 있는 사람들이나 사는겁니다.
아들이 보는 유튜브 영상에는 모든 크리스마스 에피소드에 트리가 등장하겠지만
'현실의 우리집'에는 존재하지 않는것이죠.
적어도 저에게는 38년동안 그랬습니다.
저는 꽤나 가난하게 살았어요.
초등학교때까지는 네 명 누우면 꽉 차는, 가게에 딸린 단칸방에서
아궁이에 연탄을 갈아가며 온 가족이 살았고
저와 누나의 몸이 커진 중학교때부터는
네 가족이 한 집에 함께 살아본적이 없었습니다.
그렇기때문에
'친구네 집, 친척들 집에나 가야 볼 수 있는 것'
'돈 많은 집이나 사는 것'
'큰 집 같은곳에 두는 것'
'아빠는 필요성을 못느껴서 안되고, 엄마는 돈의 여유가 없어서 안될테니 어차피 사달라고 말 할 필요도 없는 것'
크리스마스 트리는 저에게 그런 것이었어요.
트리 아래에 선물이 놓이고 전구가 휘휘감겨있는 그런건 영화에서나 가능한 일이고
'현실의 우리집'에서는 일어나지 않는 일이라 생각했어요.
"아빠?"
아들의 말에 안된다고 말하고는 카트를 잡고 가만히 생각에 빠져있는 저를 보면서
잠자는 사람을 깨우듯 아들이 말하네요.
저는 아들을 보고 말했습니다.
"안된다는 말 취소. 자~ 어떤 트리가 좋을까?"
"음~~ 난 이거!"
"너무 큰 거 말고 이번에는 작은 걸로 사볼까?"
여전히 저는 너무 많이 부족합니다.
제 연봉이 너무 낮기 때문에
아직 너무 어린 아이조차 어린이집에 보내면서
맞벌이를 해야만하고
집도 서울의 직장과 너무나 멉니다.
하지만
아주 작은 트리 하나쯤 놓을 수 있는 공간과
이런 것에 쓸 몇 만원 정도의 여유는 있습니다.
비록 아들이 사달라고 한 트리였지만.
오늘은 38년만에 처음으로
크리스마스 트리를 산 날입니다.
어린 시절의 나를 위해서.
이것도 싸요 ㅎㅎㅎ
상당히 작은거라서 ㅎㅎㅎ
어린시절의 나에게 주는 작은 선물이었습니다. ㅎㅎ
별 생각도 없던 트리를 보면서
마트에서 혼자 울컥했습니다. ㅋㅋㅋ
메리, 메리, 메리 크리스마스 되시길! ^^/
Merry~ Christmas~~!!
트리 비싸지도 않은걸
별 생각도 없이 안된다고 말해놓고
괜스레 미안한 마음이 들더군요 ㅎㅎ
커서도 자식에게 나는 못해봤으니깐 너라도 경험해보고
살게 해주고 싶다 라는 분들도 있지만
나는 이런거 없이도 잘 살았고 사치품이니 “필요없다” 하고
생각해서 모든것에 무용론으로 일관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아이에게는 그게 좀 크게 다가올수도 있어요.
자기 집 재산이 얼마고 빚이 얼마고 그런건 정확히 모르니
눈에 보이고 아이들이 체감되는거 위주로 생각하니깐요.
더더군다나 요즘은 SNS도 발달되고 초등학생이라도
예전보다 그런 부분에 있어 남들과 비교될 기회들이 많으니...
모든걸 다 오냐오냐 해달라는대로 해주는것도 문제가 있지만
필수가 아닌 부분들에대해서 무용론으로 일관하는것도
아이에게 굉장히 안좋거든요.
비단 크리스마스 트리 같은거 뿐만 아니라 아이가 사달라는
스마트폰이나 게임기 같은 경우에도 무조건 안된다 혹은
비싸다, 니가 그게 왜 필요하냐 이런식의 대응보다는
교육방침상이던 경제사정상이던 허락 여부와는 별개로
논리적이고 합리적으로 설명해주는것도 중요합니다.
작성자분께도 아이에게도 트리 하나로 행복한 연말이
되셨으면 합니다.
너무 좋은 말씀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ㅎㅎ
InFinity님도 즐거운 연말 보내시기 바랍니다.
잘하셨습니다. 그리고 고생 많으셨습니다.
아이 장난감은 돈많으신 외할머니께서 다 충당해주시네요 ㅎㅎㅎ
저는 요즘 우리 아들이 세상에서 제일 부럽습니다. ㅎㅎ
아들에게 저런 아버지로 기억되면 참 좋겠네요.
집에와서 방울도 뜯고 별도 뜯고 줄을 걸고 매달면서 혼자 울컥하는 바람에 숨기느라 혼났습니다. ㅎㅎ
행복한 연말 되세요~!
장식을 싼걸 사서 그런지 몰라도
방울에 줄을 하나하나 묶어야 하는게 상당히 귀찮았는데
내가 하나 묶으면 아들이 그걸 들고 가서 하나 걸고
그 다음에는 아내가 묶은걸 가져가서 하나 걸고
이러는걸 보면서 참 잘 샀다 싶었습니다. ㅎㅎㅎ
용기내서 사신만큼 행복한 연말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ㅎㅎㅎ 저도 트리라는게 참 어색했는데
아들램한테는 어색하지 않은것이었으면 좋겠네요.
카슨도슨님 미리 메리 크리스마스입니다~~^^
좋은아빠가 되려고 노력하는 중 입니다. ㅎㅎㅎ
감사합니다.
직접 나무를 베어와서 만든 트리라니.
드라마에서나 보던 광경이네요!!
트리앞에서 포즈잡고 사진찍어달라고 말하는데
제가 너무 고맙더라구요 ㅎㅎㅎ
나중에는 정말 크게 만들어보고싶습니다. ㅎㅎㅎ
가능하면 진짜 나무로 ㅎㅎㅎ
맞아요.
철이 너무 일찍 드는건 사실 부모입장에서는 한 편으로 슬픈일이기도 하죠.
저도 저희 아들이 철이 늦게 들었으면 좋겠네요.
여우님도 건강한 연말 보내시길 바랍니다.
어머님 위로해드리셔요 ㅎㅎㅎ
ㅎㅎㅎ 아이한테 뭘 사줄때 가끔 드는
내가 나에게 선물하는 기분이 참 묘합니다.
꼭 하겠습니다^^
저도 요즘 저에게 조금 불친절해져야겠다는 생각을 슬슬 합니다. ㅎㅎㅎ
감사합니다.
좋은 조언 감사드립니다. 트리를 키우는 마음으로 계속 성장시켜나가야겠네요 ㅎㅎ
막 사치 같고 그랬는데..
그 다음해에는 불도 달고, 그 다음 해에는 아이들이 꾸며주고..
그러다보니 11월 말이면 꺼내놓는 따듯한 나무가 되었어요. 마음의 위안도 크게 되구요👍
행복한 연말연시..크리스마스 보내시길
바라겠습니다
아오 화면이 왜일케 흐리지 ㅜ
마음이 따뜻해지네요
멋잔 아버지 선배님 감사합니다
제 어린시절이 떠올라 감정이 이입되어서겠지요
앞으로 더 행복한 일들 가득하시기 바랍니다
저도 없이 살아서...
저는 자식이 생기면 그냥... 잘 해줘야죠!
앞으로도 좋은일 가득하시기를 바래요.
온가족 화이팅!
/Vollago
감사합니다.
어린시절 불은 항상 꺼야하는 환경에서 자라면서 트리의 전구장식조명이 켜져있는 집을 볼때 꽤나 궁금했습니다. 저기 사는 사람들은 전기세 걱정을 안하는건가 하며....
저도 어린시절 저에게 선물하듯 트리를 이시기쯤 꺼내둡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