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가 주민센터에 일 보러 가셔서 지갑을 잃어버리셨던 모양입니다.
직원분께서 지갑을 주웠는지, 아내에게 전화가 왔다고 합니다.
그 이야기를 듣고 어머니께 알려드리려고 전화를 걸었습니다.
“잉. 아들.”
“예. 저여요. 그란디. 지갑 잊어브렀소?”
어머니가 깜짝 놀라시네요.
“잉. 그란디 으찌케 알았으까? 내가 그랬다야.”
“지형씨한테 전화왔다고 그랍디다. 읍사무소에서 잊어브렀는갑구만.”
“그라디? 그란디 으쯔케 아라가꼬 지형이한테 전화를 했으까?”
“지갑에 며느리 전화번호가 있었응께 전화 했겄지라. 그란디. 으짜다가 지갑을 잊어브렀소?”
“그랑께. 내가 그 머시냐 그거 하러 갔단말이다? 그람시로 가방에서 주민등록증을 꺼낼라고 지갑을 내가꼬는 그대로 놔떠브랬는갑서. 집에 와가꼬 가방을 그라고 뒤져도 안나오냐. 안에 돈도 들었는디.”
“워따. 뭔 돈이 을마나 들었가니. 돈 들었다하요?”
“잉. 그랑께 오만원인가 들었어야. 느그 아빠한테는 잊어브렀다고 말도 못 하고. 그랬닥하믄 퉁박스럽게 머라하꺼싱께 말도 못 하고야. 나 혼자 속으로 아까워가꼬. 이 일을 으짜스끄나, 주민등록증이랑 다 맹그러야 하꺼신디 생각항께. 심장이 퉁게퉁게함시로 어저께 밤에 잠이 안와블드랑께.”
안 웃어야 하는데. 어머니 말을 듣고 있으니까 웃음이 터져버렸습니다.
지갑이랑 신분증 잃어버리셨다고 아버지한테 말하면, 아버지가 잔소리하실 것이 뻔해서 말도 못 하신 것이지요.
지갑에 돈도 오만원 들어있는데, 어머니 나름 반찬도 사고, 뭣도 하고 생각해놓은 것들을 할 수 없게 되었으니 오죽 속이 상하셨을까요.
게다가 혹시라도 아버지가 아실까 심장이 두근거려 잠도 못 이루신 모양입니다.
(제가 사고 치고 아내에게 혼날까 해서 말 못 하는 것은 아무래도 피 내림인가 봅니다.)
“엄니. 지갑을 읍사무소 2번 창구 직원분이 갖고 계시다고 합니다. 그랑께 글로 가보시쇼. 그라고 지갑에 오만원 있는 것은 혹시 놈이 가져가블고 지갑만 던져놓은 것을 직원이 줏은 것일 수도 있응께. 너무 기대는 하시지 마시고라.”
“잉. 아랐다야. 지갑만 찾아도 다행일것잉께 그라고 알고 있을란다.”
“잉. 그라쑈.”
“잉. 알았어요. 아들 전화해줘서 고마워.”
“ㅋㅋ 뭣이 고맙다고 그라요. 들어가쑈.”
어머니랑 전화를 끊고 혼자 한참을 피식거리며 웃었습니다.
한참 후에 어머니께서 다시 전화를 하셨습니다. 전화를 받자마자 그러십니다.
“잉. 아들. 오만원 있드라야. 지갑 찾았어야.”
“그라요? 잘됐...”
뚜우~ 뚜우~ 뚜우~
너무도 기쁘게 당신 말씀만 하시고 전화를 끊으셨습니다.
아하하.
웃음만 계속 나오네요.
너무 정겨워요..^^
어머니 귀여우세요~ 건강하시길바래요
지갑 잘 찾으셔서 다행입니다.
정겹네요 ㅎㅎ
저도 꼭 어머니한테 전화드리면 전화해줘서 고맙다고 하시더라구요 :D
정겹기도 한데, 객지생활 17년만에 잃어버린 사투리 ㅠㅠㅠ
어느 순간 깨달았는데 부모님하고 이야기할 때는 저도 모르게 사투리가 나오더라고요.
2년전에 하늘 가신 어머니가 생각나서 울컥 했네요. ㅠ
어머니는 함평이셨어요. 서울 촌놈인 저는 사투리는 못하지만요...
참고로 제 고향은 전라도 목포 요~잉
돌아가신 울 할매 생각나네요... 본인 할 말 끝나면 대답도 안 듣고 툭툭 끊는다고.. 전화 끊김당하고(?) 울아버지 항상 허허 웃으셨는데...
서울 어무이도 그러십니다.
그분들 자라실때는 전화가 귀했으니 전화예절 같은 건 배우신 적이 없는 게지요.
'큰며느리'라고ㅋ
이렇게 대화체로 다 옮기실 수 있는 거 너무 신기해요 ㅋ
전 제가 했던 말도 정확하게 기억 못하는뎅;;;;ㅋㅋㅋ
아버지는 마산면, 어머니는 황산면..^^;
새로운 표현 하나 얻어갑니당 ㅋㅋ
전 재생이 자꾸 오류가 나네요
이제는 서울 올라오신지 너무 오래되셔서 사투리가 잘 안나오지만, 가끔 고향에 내려가시거나 당신 엄마랑 이야기 할때가 생각나 자동 음성 재생되네요 ㅎㅎ
음성지원 거시기 확실하게 되네요.ㅋㅋ
페북에 종종 올리거나 했는데... 클리앙 회원님들이 이렇게 좋아해주실줄은 몰랐어요.ㅎㅎ
뒤늦게 새록새록 알아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