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오늘 정경심 교수의 3차공판이 있었다. 결론부터 말하면 검찰은 지금 스스로 만든 수렁에 점점 깊게 빠져 들어가는 중이다. 오늘 상태로 보면 거의 허우적거리는 수준으로 보인다.
검찰이 그야말로 총력을 기울였고, 엘리트 특수부 검사가 대거 투입된 이번 공판이 준비과정에서부터 재판이 진행되고 있는 현 시점까지 '엉망진창'이라는 것이 오늘 정경심 3차 공판을 통해 여과없이 보여진 것이다. 변호인에 의한 것도 아니고 판사에 의해서이다.
2.
우선 가장 큰 쟁점이 되었던 검사의 공소장 변경에 대해서는 재판부가 허가하지 않았다. 인사청문회가 끝나기 직전 날림으로 만든 공소장으로 일단 기소를 하고 이후에 강제수사를 통해 수집한 증거물들에 대해 허락을 하지 않는다는 기존입장을 재확인 것이다. 사실 당연한 결정이다.
형법의 기본원칙에서 기소란 수사의 종결을 의미한다. 수사가 종결되고, 기소를 하게 되면 이후에는 재판을 통해 유무죄를 가리는 것이 현대 형사소추의 기본원칙인데 검찰은 일단 기소부터 때리고 강제수사를 하면서 유리한 증거를 채워나가는 관행이 이제는 제동이 걸린 것이다.
피의자 진술이나 증거물 뿐만 아니라 참고인의 진술도 기소 이후에 증거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례를 판사가 직접 언급했다고 한다. (판사가 빔 프로젝트로 ppt까지 쏴 가면서 이런 내용들을 설명 했다고 하는데 정말 판사가 빡치지 않고는 할 수 없는 행동이다)
3.
웃기는 것은 이 상황에서도 검사는 해당 내용을 인정하지 않고, 강하게 검사측 주장만을 반복했고 여기에 판사도 발끈해서 상호간에 고성이 오가는 상황까지 발생했다고 한다. 검사가 특수부 에이스였을텐데 그런 초보적인 실수를 하다니….ㄷㄷ
판사는 검사에게 “재판부에 지시를 따르지 않을 경우 퇴장 시키겠다”는 말을 무려 3번이나 했다고 하니 현장에서 본 사람들은 정말 진귀한 구경을 한 것이다.
4.
두번째로는 공판이 진행되고 있고 오늘이 3번째 공판준비일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검찰의 증거기록열람(+복사)이 제대로 되지 않는 상황인데 판사는 이번주까지 관련한 문제가 해결이 되지 않으면 정경심 피고인에 대한 '보석을 검토하라'고 말할 수 밖에 없다고 했다.
이게 무슨 의미냐면 구속기간은 6개월인데 구속 한달이 지나고 공판준비를 3번이나 하는 동안 변호사들은 검사들의 공소내용에 대한 주장과 그것을 뒷받침하는 증거조차 제대로 파악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검찰측에서는 의도적으로 아주 늦게 열람을 허가했고, 무지막지하게 방대한 증거들을 한방에 제공하면서 변호사들의 방어권 준비나 판사들의 판단을 위한 자료검토를 헷갈리게 만드는 그 동안의 나쁜 관행을 이번에 판사가 제대로 지적한 것이다. (심지어 아직까지 증거 자료에 대한 복사조차 안 끝날 정도로 방대한 양이다)
5.
검찰이 이렇게 스스로 자기 무덤을 파고 있는 모든 이유의 시작은 인사청문회가 끝나기 전에 억지 부실 기소를 강행했기 때문이다. 억지 기소를 할 수밖에 없던 이유는 청문회 자체가 자유한국당의 자신만만한 주장과 무관하게 조국 후보자에 대한 단 하나의 의혹도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청문회 전반부에는 오직 동양대 표창장만이 이슈가 되었고 후반부에는 '가족이 기소가 될지도 모르겠는데 그래도 장관을 하겠느냐'는 협박이 전부인 청문회였다.
청문회가 그대로 끝나면 다음날 ‘조국 인사 청문회 통과’라는 언론보도가 나갈 것이기 때문에 ‘정경심 기소’라는 헤드라인으로 바꾸기 위해 검찰과 자유한국당은 무리수를 둔 것이다. 이게 지금 검찰이 수렁에 빠져 들어가고 있는 근본적인 이유가 되었다.
6.
물론 검찰은 이후에 ‘가족인질극’을 통해 그리고 주변인들을 그야말로 탈탈 털어서 정경심 기소를 유지하고 나아가 조국까지 기소할 자신이 있었을 것이다.
그 과정에서 시민들의 관심이 사라져서 설령 3심까지 가서 무죄를 받는다 한들 그 기간에 검찰개혁에 대한 동력은 사라질 것이라 믿었던 것이다. 실제 과거에는 그 전략이 매번 성공했다.
7.
그런데 이번만큼은 의외로 검찰의 바램과는 달리 시민들은 검찰 기사단의 가짜뉴스를 믿지 않고, 실제 검찰이 작성한 공소장 내용에 관심을 가졌고 심지어 재판과정까지도 궁금해하기 시작했다.
웃기는 것은 검찰의 내용을 대변하던 기자들은 정작 법원에 가지도 않는데 말이다. 그리고 검찰 기사단과 달리 진정한 언론 역할을 하는 시민 미디어들이 전문가들까지 동원해서 해당 내용들을 제대로 분석해서 시민들에게 알렸다.
수사와 기소와는 달리 재판은 양형 기준이 공개 되어 있고, 결정적으로 공개재판이다. 검찰이야 공개되지 않은 수사와 기소 과정에 대해 억지를 써도 그만이지만 판사들은 판례라는 것이 있기 때문에 그렇게 무작정 억지를 쓸 수만은 없는 것이다.
간혹 짜고 치는 고스톱을 칠때도 있지만 지금과 같이 시민들의 관심이 집중된 경우에는 사법부의 명예를 위해서도 검찰의 부실한 공소를 짬짜미 해서 따라가기 힘든 것이고, 그 결과가 오늘 3번째 공판에서 판사가 검사를 야단치는 진귀한 일까지 이어진 것이다.
8.
이렇듯 검찰이 수렁에 빠지고 정의가 바로잡혀 가는 과정은 전적으로 시민들의 조국 일가에 대한 관심이 이어지고 있는 것에 있다고 생각한다. 추운 날 토요일에 촛불을 들고 검찰개혁을 외치고 공소장 내용과 재판과정에 관심을 가지는 시민들 덕분이다. 그들에게 리스펙을 외치고 싶다.
여기에 검찰 기사단을 밟아주는 시민 미디어들의 맹활약도 칭찬하고 싶다. (후원도 좀 했다)
부디 이 분위기가 이어져서 빨리 정경심 교수의 무죄 판결이 나고 명예를 회복했으면 좋겠다. 건강도 안 좋은데 보석허가가 먼저 나왔으면 한다.
9.
물로 검찰은 이후에도 최대한 시간을 끌 것이다. 현재 법리상으로 그들이 이길 가능성은 없어 보이고 그들이 할 수 있는 것은 시간을 끌어서 장기 재판으로 끌고 가고 그 과정에서 시민들의 관심이 사라지는 것이 최상의 시나리오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지금처럼 계속 관심을 보이고 검찰의 각종 꼼수에 야유를 보내주면 된다.
검찰의 꼼수를 쉴드치는 기자들도 말이다. 이상한 뉴스가 나오면 기자의 이름을 확인해서 PD수첩을 고소한 검찰 기사단 소속인지를 확인하면 된다.
10.
번외의 소식이지만 오늘 민식이법도 통과 되었다. 이렇게 쉬운 것을 나경원과 자유한국당은 욕심때문에 사고 피해자 엄마들의 가슴에 대못을 박다니…
한편 민주당은 민생법안, 유치원3법, 예산안, 패스트트랙까지 원칙과 절차대로 가고 있다. 마지막까지 협상을 포기하지 않고 있으며 만약 협상이 되지 않는다면 4+1에 의거해 해당 법안 통과를 시키려고 한다.
이 와중에 꼼수도 쓰고, 협상도 깨고, 거짓말도 하는 자유한국당은 비난 받아 마땅하고, 선거의 당리당략때문에 공조를 하는 정당이나 의원들도 있지만 적어도 민주당만큼은 칭찬받아 마땅하다.
꼼수를 쓰는 검찰과 자유한국당은 수렁에 빠지고, 원칙을 따라가는 정부, 여당 그리고 시민들은 제대로 된 길을 가고 있는 중이다. 우선 정경심의 보석 그리고 패스트트랙의 통과에 관심을 늦추지 말자!
오늘 판사님 정말 멋지세요 --b
거기다가 강제로 토요일날 근무하게 만들어주고요.
길게갈거니 지치지 말고 계속 관심 가져줘야겠습니다.
/Vollago
2심은 모르겠고 3심은 대법원인데 검찰이 쉽게 영향을 줄 수는 없겠죠.
그렇게 정치적이니 대통령과 여당 눈치를 봐서 아주 엉뚱한 판결은 못 내겠죠.
그리고 구성원도 많이 바뀌었구요.
그때 의자 판결 내렸던 대법관들은 뭐하며 살고 있는지 궁금하네요.
1번은 속지 두번은 안속죠~~
그러게요. 국내 모든 매체가 호들갑을 떨며 온 나라를 들었다 놨다 했건만
왜 관심이 없어졌답니까?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