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된 술자리 주제 중 하나가 '투자'입니다.
잡담 중엔 다음과 같이 이야기 하는 사람이 나오기 마련입니다.
"다시 금융위기가 온다면 나는 ***에 올인할꺼야."
그런데 만약 금융위기가 닥친다면...
과연 몰빵 투자를 할 수 있을까요?
그 전에 금융위기 시작 시점을 알아챌 수나 있을까요?
만약 시작점을 안다고 하여도 과감하게 재산을 안전자산으로 이동시킬 수 있을까요?
그리고 위기의 정점에 정말로 ***에 올인 할 수 있을까요?
지인의 할머니께선 10여년 전 리먼브라더스사태가 터지자 모든 가족 예금을 중도해지 하시고, 미달러, 엔화, 금을 사셨습니다.
가족들은 불과 만기가 1달도 남지 않는 예금까지 해지하는 것에 불만을 터트렸다는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결과적으로 성공적인 탈출이었고, 해당 자금은 수년 후 부동산에 투자하는데 사용되었다는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어떻게 그 할머니는 그렇게 과감하게 행동하실 수 있었을까요?
훗날 듣기로 그 분은 이렇게 말씀하셨다고 합니다.
'나는 일제시대도 전쟁도 겪은 사람이다. 모두가 일어날지 않을거라고 생각하는 것들이 일어나는 것이 인생이다.'
'해방이 될지도, 전쟁으로 남북이 갈릴지도, 리먼인가 뭔가 하는 사태로 그 대단한 미국이 흔들릴지도 몰랐다.'
( 20년대 초반에 태어나신 분이셨습니다.)
저는 그간 '큰 위기는 없을거다, 결국 미국과 중국은 합의를 만들어 낼거다' 라고 생각을 해습니다.
그런데 최근... 제가 경험과 학습을 통해 만들어진 나만의 작은 상자 속에 갇혀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문득 그 할머니 생각이 났기 때문이죠.
아무도 미래를 알 수 없습니다. 직접 경험의 범주에서 벗어난 내일은 더 내다보기 힘들겁니다.
어쩌면 대부분이 걱정은 '기우'에 지나지 않을 지도 모릅니다. 위기라는 것이 그리 쉽게 오는 것은 아니니까요.
다만, 어쩌면 내일은 어제와 전혀 다른 모습을 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 번 할 수 있다면 어떨까 싶습니다.
그러기 위해선 눈과 귀를 열고 세상을 바라보려는 노력이 필요하겠죠.
또 그 과정에서 '주관과 선입견이 반영된 필터'를 사용하려는 관성을 이겨내야 될 거란 생각이 듭니다.
그럼으로 적어도 "다시 금융위기가 온다면 나는 ***에 올인할꺼야." 라는 말이
"로또에 당첨되면 나는 *** 할꺼야"와 같은 말과 같은 무게가 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위기의 바닥 시점을 판단할 정도면
이미 지금도 돈을 매우 잘 벌고 있어야죠.
뭘 굳이 금융 위기까지 기다립니까? ㅎㅎ
그게 어떤 방법이 되던지, 본인의 감정 상태에 좌우되지 않고 투자할 수 있도록 본인을 트레이닝하지 않는다면 시류에 휩쓸리는 절대 다수로 남을 뿐입니다.
이번 금융위기가 발생하면 제 생각에는 그냥 제대로 수술하고 회복을 기다리는 방법 밖에 해결책이 없어보입니다.
금리인하 여력도 안되고 달러를 뿌리는 것도, 어쩌면 제도와 관습을 싹 다 바뀌야만 해결할 수 있다 생각합니다.
일생의 기회가 되겠지만 회복은 과거와는 달리 다소 긴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