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워렌 버핏 바이블”에는 해년마다 버크셔 헤서웨이 주주들에게 보내는 버핏의 편지 내용이 포함되 있습니다. 책을 읽다가 워렌 버핏은 경기예측을 전혀 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표명하고 있는 부분에서 이런저런 생각이 들더군요.
워렌버핏은 단순하게 경기예측이 어렵고 불가능하기 때문에 하지 않는 걸 넘어서, 그런 경기예측을 하는 행위 자체가 투자에 매우 해롭고 위험한 일이라고까지 비난을 합니다. 경기예측에 신경을 쓰다 보면 정작 중요한 일들(아마도 기업분석)에 지장을 줄 뿐 아니라, 정말 중요한 것을 보지 못하게 만든다는 겁니다.
물론, 경기예측이라는 게 날고 기는 전문가들도 대부분 틀리기 일쑤인건 맞습니다만, 중기나 단기적으로 경기 사이클을 예측해서 투자를 하는게 뭐 그리 나쁜 걸까,,, 이런 생각을 하다가 내린 결론이 “워렌 버핏”이 하는 방식으로 투자를 하려면 정말로 경기예측이 오히려 걸림돌이 될수도 있겠구나 하는 거였습니다.
워렌버핏은 기본적으로 호황기던 불황기던 할 것 없이 거의 언제나 일정부분 현금성 자산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워렌 버핏 스스로도 현금성 자산을 “가장 안좋은 형태의 자산”들 중 하나라고 분명히 못박고 있음에도 어디까지나 위험관리의 차원에서 항상 보유를 하고 있는 겁니다. 즉, 경기가 좋든 안좋든 할것 없이 언제나 위험관리에 거의 병적일 정도로 집착하고 있는 태도를 견지하고 있기 때문에 구태여 경기예측을 해서 불황기에는 투자를 쉬거나 호황기를 앞두고는 더 적극적이 되거나 할 필요가 전혀 없는 겁니다.
그리고, 워렌 버핏이 선호하는 기업 자체가 경기사이클과 별 상관없이 꾸준히 높은 현금창출능력을 보여주는 기업들이라는 점도 분명 경기예측을 필요로 하지 않는 점일겁니다. 그가 강조하는 기업가치의 중요한 부분이 해자인데, 이 해자는 경기와 상관없이 독점적인 위치로 인해 꾸준히 돈을 벌어다주는 기업들의 특성입니다. 당연히 경기사이클과 버핏이 찾아다니는 해자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것이죠.
그렇다면, 문제는 이렇게 경기사이클을 예측하려 하지 않는 워렌 버핏의 태도를 우리가 답습해도 되는 것인가 하는 고민일 겁니다. 당장 저만 해도 최근에 조금씩 매입하기 시작한 기업이 대표적인 경기 민감주인 데다가, 그걸 매입한 이유가 다름아닌 “앞으로 엔화가 강세를 보일 가능성이 높아 엔고 수혜주를 찾아보자”는 명제에 기반해서 고른 기업입니다. 워렌 버핏과는 정 반대의 투자행태를 보여주고 있는 거지요.
물론, 이렇게 된 제 나름의 고충도 있습니다. 당장 우리나라에서는 워렌 버핏이 좋아하는 강력한 해자를 보유한 이른바 위대한 기업을 발굴하는게 정말 어렵습니다. 전형적인 수출주도형 경제구조를 가지고 있는 국가의 주요 상장 기업들이 경기 민감주건 경기 방어주건 간에 경기에 영향을 받지 않고 꾸준히 이익을 내주는 기업을 찾는게 만만한 작업이 아닙니다. 특히나 저같은 초보 투자자는 더더욱 “제가 잘 알고 있다 생각하는” 기업만 거래하려면 그걸 발굴하는게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게다가, 버핏은 정말 좋은 기업은 아예 자기 돈으로 사서 십년이고 이십년이고 영업이익으로 투자금을 회수하고 돈을 굴리는 형태의 투자를 하고 있지만, 제 경우는 배당 수익 아니면 차익거래를 할 수 밖에 없는게 현실입니다. 당연히 경기가 안좋으면 아예 한템포 쉬고 가야 하고, 경기가 좋고, 제가 들고 있는 주식이 대중의 욕망에 의해 치솟기 시작하면 슬슬 팔 준비를 해야 하는 그런 입장입니다. 아직까지 저는 투자자가 아니라 영락없는 투기꾼이라는 걸 부정할 수 없는 상태이니, 당연히 어떻게든 경기예측이 필요하지 않겠는가 하는 거지요.
다만, 워렌 버핏의 태도에서 제가 배워야 하는 부분은 분명 “위험관리”를 특별히 더 신경써야 하는 때 같은 건 없다는 부분일 겁니다. 시도 때도 없이 언제나 위험관리는 어떤 형태로든 해놓고 있어야 한다는 점은 꼭 유념해서 배워야 하는 부분일 겁니다. 그리고, 될 수 있으면 경기에 상관없이 꾸준히 이익을 내주는 기업에 어떤 기업이 있는가도 항상 찾아보면서 해당 기업의 주가가 떨어져 있는 때를 기다리려는 준비도 항상 해놓고 있어야 한다는 점도 배워야 할겁니다.
그걸 위해서는 지금 내가 들고 있는 주식의 주가가 오르느냐 내리느냐에 신경이 곤두서 있어서도 곤란하고, 앞으로 경기가 어떻게 될지, 달러 인덱스나 엔화 추세가 어떻게 될지에 신경을 쓰는게 아니라, 열심히 좋은 기업이 어디에 있을지 탐색하는 데 훨씬 더 신경을 많이 쓰고, 시간도 더 많이 투자해야 한다는 점은 분명히 제가 반성해야 하는 부분일 겁니다. 그런 노력에 게을리 하다 보니 공부 많이 안해도 되는 유명 재벌 대기업이자 경기 민감주에 손을 대고 나서 “앞으로 경기가 좋아지겠지?” 라는 근거없는 희망에 피같은 제 자산을 맡기고 있는 결코 유쾌하지 않은 자화상을 직면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장기투자를 하고 싶어도 못하는 환경이라 단기수익에 목멜 수 밖에 없네요 ㅠㅠ
다른 경쟁기업이 함부로 도전하기 어려운 진입장벽으로 인해 계속해서 높은 수익을 내게 해주는 요소를 말합니다.
그리고 버핏이 현금을 보유하는 이유는, 위험 관리도 있지만 아마도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서일 확률이 더 높다고 생각합니다. 버핏은 단순히 주식을 사는 투자자가 아니라 경영자에 가깝습니다. 그런데 본인이 매수하고 싶은 기업이 적정한 매수가에 나올 확률이란 우리가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낮을 텐데, 그 기회가 왔을 때 놓치고 싶을까요? 버핏은 그레이엄류의 가치 투자자인데, 그레이엄 계열은 애초에 투자에 들어갈 때 안전 마진이라는 개념을 통해 위험 관리를 하고 들어가는게 철칙입니다. 버핏이 그레이엄류의 투자 철학을 유지하고 있다면, 현금 보유로 위험 관리를 하진 않을 겁니다.
개인적으로 전 개미는 버핏과 같이 투자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투자 후 기다리는 시간이 너무 고통스러울 수 있거든요. 개인은 어쩔 수 없이 어느 정도는 시장의 추세를 따라갈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위험 관리는 필수구요.
좋은 글 잘 봤습니다. 감사합니다~
/Vollag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