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마이크로소프트 뉴 서피스 프로(2017)를 약 한달 정도 사용 후 소감을 올려봅니다.
제가 구입한 모델의 간략한 사양은:
- i5-7300U
- 256GB SSD
- 8GB RAM
입니다. 타입 커버와 새로운 서피스 펜도 함께 구매를 했습니다.
이미 발매된지 시간이 좀 흐른 시점이기도 하고 이미 많은 분들께서 사용기를 올려주셨기 때문에, 저는 키보드와 펜 위주로 소감을 적어보겠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펜 필기를 위해서 뉴 서피스 프로(2017)을 고려하고 계시다면 현재 시점으로서는 절대 구입하지 않으시는게 좋겠습니다.
타입 커버
- 알칸테라 소재
- 알칸테라 소재가 오염에 취약하기는 하지만 생각보다 때가 많이 타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 금속이나 플라스틱에서 느낄 수 없는 부드러운 촉감이 아주 좋습니다. 촉감 자체는 만족스럽습니다.
- 하지만 이래저래 음료수가 튄다거나 하는 걱정을 해야 한다는 점에서 굳이 이 소재를 채택했어야 했나 하는 의문은 듭니다.
- 키 만듦새
- 키 자체의 유격이 거의 없어 단단히 잘 만들어진 느낌이 듭니다. 타건시의 느낌도 물컹거리지 않고, 아주 명료해서 좋습니다.
- 터치패드
- 프리시전 터치패드는 여지껏 사용했던 윈도 랩탑의 터치패드 중 제일 좋습니다.
- 마우스 커서의 움직임도 아주 민첩해서 굼뜬 느낌이 전혀 없습니다.
- 멀티 터치 제스쳐도 실패 없이 아주 잘 작동하고, 무엇보다 손바닥 인식이 아주 훌륭해서 아주 완벽하지는 않지만 이리저리 마우스 커서가 튀는 경우가 많지 않습니다.
- 어이없는 "Fn" 키와 Fn Lock 토글 방식
- 좌 하단의 "Fn"키를 한번 누를때마다 Fn Lock이 토글됩니다. Fn Lock이 된 상태에서는 "Fn"키에 불이 들어와서 Lock이 된 상태임을 알려줍니다.
- 이와 관련해서 첫번째 문제는, 이게 너무 쉽게 Fn Lock이 토글된다는 점입니다.
- "Fn"키와 조합으로 다른 키를 누르는 경우(예를 들어 Fn+좌측 화살표는 Home), 자칫 실수로 "Fn" 키만 눌러서 Fn Lock이 토글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합니다.
- 두번째 문제는, 키보드 백라이트가 꺼지면 Fn Lock을 알리는 "Fn"키의 불도 꺼져버린다는 점입니다.
- 그러니까, 배터리 소모를 줄이기 위해 일정 시간이 지나면 키보드 백라이트가 꺼지도록 설정한 경우, 불이 꺼지면 현재 상태가 Fn Lock인지 아닌지 알 길이 없습니다.
- 여전히 너무 작은 터치패드
- 터치패드의 좌우 길이는 그럭저럭 괜찮은데, 여전히 상하가 너무 짧습니다.
- 터치패드의 위아래로 아직 공간이 있어서 길이를 더 늘릴 수 있을 것 같은데요.
- 터치패드의 상하 길이가 짧아서 두손가락 스크롤시 너무 자주 손가락을 왔다갔다 해야 해서 꽤 불편합니다.
- 고쳐지지 않는 키보드 버그
- 가끔 좌측 컨트롤 키를 계속해서 수초간 누르고 있다보면, 손가락을 뗐는데도 컨트롤 키가 계속해서 눌려져 있는 것으로 인식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 웹브라우저에서 마우스 휠 스크롤을 하는데 느닷없이 화면이 확대/축소가 되면 "아 또 이러네"하게 되죠.
- 2013년도에 서피스 프로 1의 타입커버를 사용할 때에도 동일한 문제가 있어서 키보드를 교환받은 적이 있었는데요.
- 당시에 교환받은 키보드 역시 같은 문제가 있어서 하드웨어적이건 소프트웨어적이건 뭔가 버그가 있어서 그렇구나 했었습니다.
- 그런데 이 버그가 아직도 존재하네요. 서피스 프로 3의 키보드에도 이 버그가 있어서 황당해 했었는데, 현재의 키보드에도 이 버그가 아직 있군요.
- 4년이 넘도록 이게 고쳐지지 않고 심지어 세대를 달리해도 이 오류를 그대로 물려받아 이어진다는게 정말 믿기지 않습니다.
서피스 펜
- 쓸만해진 감도
- 사람들이 "필기용으로 엔트리그 방식의 서피스 펜도 쓸만하다"라는 말에 두번 속았었죠. 서피스 프로 3 때, 그리고 서피스 프로 4 때 그랬었습니다.
- 이번에는 정말 달라졌다길래 또 한번 속는 셈 치고 구입을 했는데요, 오오, 이번에는 정말로 쓸만했습니다. 이정도면 얼추 와콤 AES와 견주어도 충분할 정도라는 생각이 들었네요.
- 초기 압력값(IAF: Initial Activation Force)이 무척 낮아져서 굳이 꾹꾹 눌러쓰지 않아도 됩니다. 자연스럽게 글을 적으면 충분히 펜 인식이 잘 되네요.
- 호버 거리가 많이 늘어나서 펜이 화면에서 어느 정도 떨어져도 펜 인식이 그대로 유지됩니다.
- 폴링 레이트가 높아져서 예전처럼 "ㅇ"같은 원의 지름이 작게 그려진다거나 뭔가 내 글씨같지 않게 적혀진다거나 하는 점이 없어졌습니다.
- 엉망진창인 틸트 인식
- 이번 버전의 서피스 펜부터 틸트 인식이 됩니다만, 이게 필기시 재앙의 근원이 됩니다.
- 서피스 펜이 화면이 다가가면, 펜의 기울기 때문에 펜 커서가 펜촉으로부터 대략 2mm정도 벗어나 있다가(기울기 오차),
- 펜촉 끝이 화면에 닿는 순간 펜 커서가 그 부분에 일치가 되면서 그곳부터 그려지기 시작합니다.
- 즉, 펜이 화면에 닿을 때에 기울기 오차가 펜의 틸트 인식값만큼 보정되면서 실제 펜촉 끝이 화면에 닿는 부분과 펜 커서를 일치시키는 것이죠.
- 문제는, 이 틸트 인식이 완벽하지가 않아서 어쩔 때에는 펜촉 끝과 펜 커서가 일치될 때도 있고, 어쩔 때에는 기울기 오차가 교정되지 않은 채 2mm정도 떨어져서 펜 끝이 인식된다는 점입니다.
- 결국, 필기를 할 때에 "ㅅ"이 "X"처럼 써진다거나(첫번째 획은 2mm 뒤에서 인식, 두번째 획은 펜 끝과 일치), "ㅔ"가 "ㅐ"처럼 써지는 경우(첫번째 획은 2mm 뒤에서 인식, 두번째와 세번째 획은 펜 끝과 일치)가 너무 자주 발생합니다.
- 아예 틸트를 인식하지 않는다면 펜 끝과 펜 커서 사이 2mm 정도의 오차가 거의 일정하기 때문에 이걸 교정해서 쓰기라도 하겠지만,
- 틸트 인식을 끄는 옵션도 없거니와 틸트 인식이 오락자락 제멋대로여서 정상적으로 펜을 쓰기가 거의 불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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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 30초: 펜이 닿는 순간 2mm 정도의 기울기 오차가 교정되는 모습
- 36, 45, 53초: 틸트 인식 오류로 기울기 오차가 발생하는 모습
- 틸트 인식 오류의 원인과 회피 방법
- 이러한 오류의 원인이 공식적으로 밝혀진 바는 없습니다만,
- 유저들의 경험을 바탕으로 추정한 결과, 1)손 끝이 화면에 닿은 상태에서, 2)손이 닿은 부분과 펜 끝이 가까울수록 이러한 증상이 심해지고, 3)"펜 사용시 손 터치 입력 무시" 옵션의 선택 여부와 상관 없이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 즉, 손이 닿는 부분에서 (전자기장이건 접지건 아무튼) 모종의 신호가 발생해서 펜의 틸트 인식을 방해하는 것이 아닌가 추측하고 있습니다.
- 이러한 현상을 피하기 위해서는 1)손을 화면에 닿지 않고 쓰거나, 2)손 터치를 차단하는 이른바 "아티스트 장갑"을 착용하거나, 3)손이 화면에 닿는 부분을 펜이 닿는 부분과 최대한 멀리(대략 5cm 정도) 떨어트리면 됩니다.
- 개인적으로는 평소에 펜을 잡는 필기 습관과는 달리 펜을 최대한 길게, 즉 펜이 최대한 뉘여지도록 잡아야 그나마 오류 없이 필기가 가능했습니다.
소감 및 기타
- 뉴 서피스 프로(2017)는 전반적으로 좋은 기기라고 생각합니다.
- i5-7300U 프로세서를 큰 문제 없이 팬리스로 구현한 점, 밝고 선명한 디스플레이, 얇은 타입커버치고 괜찮은 키보드 타건 느낌 등, 전반적으로는 지금까지의 서피스 시리즈 및 비슷한 폼 팩터를 가진 유사 서피스 시리즈 중에서는 제일 만족감이 컸습니다.
- 하지만 어이 없는 펜의 오류, 그리고 그 오류가 발매된지 9개월이 넘어가도록 수정되지 않고 계속된다는 점, 게다가 예전과는 달리 번들이 아닌 별매로 $99씩이나 받고 판매하는 펜이 이따위라는 점에서 한바가지 욕이라도 해주고 싶은 심정입니다.
- 결론적으로 말씀드리자면, 펜 사용을 목적으로 이 기기의 구입을 고려하시는 분들은 절대 구입하지 마세요.
- 펜 오류가 고쳐진다면 추천드리고 싶은 기기이지만, 과연 이 오류가 고쳐지기나 할런지 모르겠습니다. (4년 넘은 키보드 버그도 안고쳐졌는데 과연?)
- 펜이 그다지 필요치 않으신 분들에게는 꽤 괜찮은 기기입니다만, 그런 분들이 다른 대안도 널리고 널린 마당에 굳이 이 가격(가뜩이나 비싼 본체 가격 + 타입 커버 $159 + 펜 $99)에 이걸 구입하셔야 할 필요가 있는지는 의문입니다.
내용 추가 (2018-12-24)
- 마이크로소프트는 뉴 서피스 프로 (2017) (서피스 프로 5)의 펜 초점 오류를 2018년 8월 8일자 업데이트를 통해 수정하였습니다.
- 서피스 프로 6의 쿼드코어 CPU가 굳이 필요 없으신 분들은 오히려 (뉴 서피스 프로 2017이라 불렸던) 서피스 프로 5의 구입을 고려해 보시는 편이 가격대 성능비 측면에서 더 좋다고 생각합니다.
필기용으로 쓰고 있는데 전원이 연결되면 감도가 지 맘대로 바뀝니다.
전기적인 문제로 보여 기기 설계가 바뀌지 않는 한은 고쳐지지 않을 것 같습니다.
이게 또 기기마다 조금 다른건지, 저는 전원을 연결하나 안하나 똑같이 펜 초점이 지멋대로 왔다갔다 하네요. 이건 아무래도 설계 하자인 것 같아요. 이게 소프트웨어를 업데이트 한다고 고쳐질 수 있는 문제인건지 모르겠네요.
감도가 아니라 촛점이라고 하는게 맞겠네요. 저도 촛점이 지맘대로 왔다갔다합니다. 그래서 가뜩이나 못 쓰는 글씨가 아주 가관입니다.
그런데 이게 늘 그런 것이 아니고 가끔은 정상으로 돌아오는데 전원을 연결했을 때는 늘 엉망인데 전원 연결하지 않고 배터리를 쓸 때는 괜찮아 질 때가 있어요.
아마도 충전 중에 약간의 누설전류가 있지 않나 의심이 듭니다. 제가 전기공학자는 아니라서 그게 가능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요. 접지를 하고 한 번 쓰고 싶기는 한데 어떻게 하는지 몰라서 아직 시도는 못해봤습니다.
필기 때문에 산 기기에서 필기가 제대로 안되니까 짜증이 나서 아이패드를 살까 생각해봤는데 아이패드는 파일 공유가 번거롭고 기계를 두 개나 들고다니는 것은 아닌 것 같아서 고민이 많습니다.
재질은 스웨이드랑 비슷한 반면에 세척성이나 내구성은 더 강한 걸로 알고 있는데..
아, 제가 좀 모호하게 썼네요. 제 말씀은 금속이나 플라스틱 소재에 비해 오염에 취약하다는 뜻이었습니다. 인터넷에 올라온 사진들을 보면 손바닥이 닿는 부분이 오염된게 꽤 보이더라구요. 세제를 묻힌 천으로 살살 닦으면 때가 지워진다고는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