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여정 님 덕분인지, 넷플릭스에 올라와서인지 얼마 전부터 이 영화 리뷰 글들을 보게 되었다. 궁금한 마음에 주말 동안 영화를 보았다. 처음 보는 배우가 주인공이었고, 익숙한 조연들이 등장했다. 시종일관 특별히 큰 사건이 없는 영화는 조금 싱거운 느낌이긴 하지만 주인공이 좋아하는 감독의 영화와 비슷할 듯하다. 아름답고 사랑스럽고, 악인이 등장하지 않는 밋밋하지만 좋은 영화였다. 찬실이가 좋아하는 단편영화감독은 영화에 주로 경찰로 자주 등장했던 조연 전문 배우였는데 평소에 좋아해서인지 찬실이처럼 나도 설레는 마음이 생겼다. (그가 나오는 영화를 한 편 더 봤다)
여정님은 여기에서 직장 잃은 찬실이가 새로 이사한 집주인 할머니로 나온다. 글자를 몰라 한글학교에 다니며 찬실이에게 가끔 조언을 구하기도 하고 맛있는 음식을 해 먹이기도 하는 마음 따스한 주인이다. 독특한 캐릭터 한 명이 등장하는데 이름이 장국영이다. 찬실이가 만들어낸 가상의 인물일지 모르나 찬실은 우연히 그를 여러 번 마주치고, 옆방에 살고 있음을 알게 된다. 흰 메리야스에 흰 사각팬티를 입은 그가 등장할 때마다 미소를 짓기도 했다. (드라마 나의 아저씨에서 악역이었던 인물)
궁핍하고 스스로가 작아지는 생활을 하던 찬실이는 영화를 버릴 생각을 하지만 결국 깊이 자신에 대해 생각하고 새로운 결심을 한다. 그녀의 마음을 자세히 알 수는 없지만 주변 인물들을 통해 앞으로 어떻게 진행될지 상상해볼 수 있다.
살아가면서 다시는 돌아갈 수 없을 것 같은 과거에 얽매이거나 미래가 불투명하다는 생각에 한없이 작아지는 자신을 느낄 때가 누구에게나 있다. 영화를 보며 찬실이를 응원하는 이유이다. 과격하고 상업적인 영화들 틈바구니에 이런 청명한 영화를 한 번씩 만나보는 건 좋은 일이다.
극장 상영은 놓쳤지만 넷플릭스에서라도 봐야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