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저녁 시간, 어떤 일을 할까 하다가 그전부터 보고 싶었던 영화가 VOD로 나온 걸 보고 영화를 보기로 했다. 흑백 영화라 재미가 있을까, 하는 생각을 했지만 평점이 높고 워낙 유명한 감독의 영화라 기대가 되었다. 흑백이었지만 흑산도 바다를 표현한 영상이 너무나 아름다웠다. 감독에 대해 찾아보다 동양화를 했었다는 걸 알게 되어 아름다운 화면의 이유를 알 것 같았다.
평소에 너무나 존경하는 정약용, 정약전 형제가 나온다는 것만으로도 좋았다. 원래 정약전에 대해서 깊이 알지 못했는데 영화를 통해 그에 대해 알게 되어 감사하다. 그가 평생 추구했던 조선의 발전을 위한 집필 활동은 정약용의 수많은 저작물과는 또 다른 의미로 소중하다는 생각이 든다. 물고기에 대해 쓸 생각을 당시에 했다는 것만으로도 남다른 결정이다. 평소 호기심 많았던 그가 흑산도로 유배를 갔기에 가능한 일인지 모른다.
형제를 아끼던 정조 임금이 세상을 떠난 후 어린 순조 임금을 수렴청정하던 정순왕후의 입김으로 신유박해가 있으면서 세 형제가 잡혀 들어가 약종은 사형을 당하고 약전, 약종 두 형제가 유배를 가는 것으로 영화가 시작된다. 유독 우애가 깊었던 약용과 약전은 유배지에서도 서로 서신을 왕래하는데 약용의 저서들을 약전에게 보내어 조언을 들은 것이 영화에서도 그려진다. 유배지에서도 제자를 양성하고, 자유로운 집필 활동이 가능할 정도로 부유하게 지냈던 약용과 달리 약전은 굉장히 검소하게 생활하는 모습이 영화에서도 나온다. 세상과 타협하지 않고 자신만의 세상을 추구했던 그의 일념이 오늘 우리에게 던져주는 메시지가 참으로 크다. 영화 속 부패한 아전과 벼슬아치들의 모습은 백성을 생각하기보다는 자신의 사리사욕만 채우는 일부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아 씁쓸했다. 백성이 잘 사는 나라, 모두가 평등한 나라를 꿈꾸었던 약전의 꿈이 200여 년이 지나 영화로 다시 살아난 것 같아 뭉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