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리호. 이름도 멋진 이 배는 2090년대 우주의 쓰레기를 처리하며 돈을 버는 우주선입니다. 70년 후의 이야기네요. 얼굴 전체에 마스크 없이 숨 쉬기도 힘들고 식물도 자취를 감춘 시대, 돈 많은 사람들은 공중 낙원 UTS로 이주합니다. 유토피아를 만들고 나이가 150살이 넘었는데도 건강과 젊음을 유지하는 제임스 설리반, 의문을 갖고 찾아온 기자들에게 친절한 듯 이야기하지만 무언지 모를 살벌함이 느껴집니다.
무심하지만 재주 많은 장선장(김태리), 돈이 꼭 필요한 태호(송중기), 연료 담당 박씨(진선규),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로봇 업동이(유해진) 이들 승리호의 선장과 선원들이 왜 함께 있는 것인지 그들의 사연은 뒤에 등장합니다. 우연히 발견한 꼬마 꽃님이, 비밀을 간직했지만 너무 귀엽고 사랑스럽기만 한 아이를 돈 벌이 수단으로 생각했던 태호(송중기)를 비롯한 이들은 점점 아이를 지켜주고픈 마음이 생깁니다.
스토리를 보지 않고 영화를 바로 보는 걸 좋아해서 이번에도 누가 나오는지만 대충 알고 보기 시작했는데 그래서인지 무척 신선했습니다. 끝난 후에 긴 러닝타임이었다는 걸 알았는데 전혀 지루하지 않았습니다. 늑대소년을 만든 조성희 감독의 작품이란 걸 보고 나서 알게 되었습니다. 그가 만들어낸 미래 세상이 무척 흥미롭습니다.
CG 기술이 뛰어나 불모지였던 우리나라의 성공적인 우주물이라는 찬사에도 가족애로 귀결되는 한국형 SF라는 평도 있지만 한글, 가족애, 약하고 평범한 사람이 세상을 구한다는 한국적 정서가 세계적일 수 있다는 생각도 해 봅니다. 자동 번역기 덕분에 각자 자기 나라 말로 대화하고, 지구 궤도에서 가벼운 우주복 차림으로 외부에 나가고, 우주 쓰레기들을 처리한다는 상상이 곧 현실이 되는 날이 오겠지요? 하지만 인류의 5퍼센트만을 위한 유토피아는 생겨나지 않기를 바랍니다. 70년 후에 생명이 살기 어려운 지구가 되지 않도록 각자의 자리에서 노력해야겠습니다. 우주선에 붙어 앉아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릴케를 읽는 업동이의 모습이 인상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