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부터 이 영화 소개가 많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영화의 배경이 되는 시대를 살았던 사람으로 추억에 잠길 수 있는 이 영화를 놓칠 수 없었습니다. 제목이 독특하다고 여겼는데 보고 나오면서는 잘 지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학창시절 인문계와 실업계고로 나뉘는 경험을 했고, 내가 다니던 중학교 바로 옆에 여자 상업고등학교가 있어 낯설지는 않지만 상고 출신 중 부당한 일들을 겪으며 대기업에서 일하는 분들이 있었다는 것은 영화를 통해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같은 여성 중에도 대졸자와 고졸자의 차이가 있었으며, 능력과 상관없이 업무와 월급에 차등이 있었던 시기입니다.
영어 공부하는 내용만 있는 줄 알았더니 그보다 훨씬 중요한 사건이 하나 등장했습니다. 그리고 그 사건을 풀기 위한 세 친구의 의리와 사랑이 정말 훈훈했습니다. 약자들의 연대도 눈물 났습니다.
이 영화를 보다가 작년에 재미있게 보았던 ‘히든피겨스’라는 영화를 떠올렸습니다. 백인들의 세상이던 시절 미국 나사의 전신이었던 NACA에서 계산 일을 하던 ‘컴퓨터’라 불리던 여인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그 영화에서도 세 명의 돈독한 친구들이 등장하고, 부당한 일을 겪었으며, 그럼에도 엄청난 업적을 세우고, 결국 세상을 바꾸기 시작한다는 실화를 바탕한 영화입니다. 이 영화와 내용은 다르지만 세 명의 여성의 주도로 부당함에 굴복하지 않고 세상을 바꾸려 했다는 것이 비슷합니다.
영화를 보면서 잊고 지냈던 수많은 것들이 다시 생각났습니다. 동전 넣던 공중전화, 영어공부 열풍, 뚱뚱한 모니터, 삐삐, 실내흡연, 하이웨이스트 바지들, 힘준 머리... 보기만 해도 즐거운 추억 여행에 엎치락뒤치락하는 사건 풀이가 정말 재미있었던 영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