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엔가 대학원 강의를 듣던 중 이 영화의 일부를 잠깐 본 적이 있습니다. 영화가 재미있어 보였지만 이후 잊고 있다가 ‘바이올린과 친구 되기’ 카페에서 누군가 보았다는 것을 읽고 다시 생각 나 다운받아 보았습니다.
코미디 영화여서인지 중반 이후까지 조금은 과장되기도 한 한물 간 연주자들의 모습이 나옵니다. 과거 볼쇼이 오케스트라 단원과 지휘자였지만 유대인을 옹호했다는 이유로 쫓겨나 밑바닥 인생을 살아온 사람들입니다. 30년이 지났지만 그들 중 일부는 자신의 재능을 이용해 다른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도 있었고, 지휘자였던 안드레이는 청소부로 언젠가 다시 재기할 날을 꿈꾼 채 시간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청소 중에 받은 팩스 한 장에 자신은 물론 전 동료들의 인생까지 걸게 된 안드레이는 불법이 판치는 러시아에서 프랑스로 공연을 하러 넘어옵니다. 공항에서의 장면은 가히 충격적입니다. 영화이니까 가능한 장면들이 많습니다. 삶에 찌든 단원들은 프랑스에 가는 목적이 저마다 다릅니다. 제대로 연주를 하고자 하는 이는 지휘자였던 안드레이와 그의 친구 첼리스트 사샤. 이들은 제대로 된 리허설 한 번 하지 못하고 무대에 서게 됩니다.
이 영화는 마지막 장면을 위해 만들어진 것 같습니다. 앞부분의 이야기들로 인해 마지막 장면은 정말 감동적이었습니다. 바이올린 협연자였던 안네 마리(멜라니 로랑 분)의 손가락과 활이 제법 잘 맞았고(박력은 부족했지만 실제로 이 곡을 많이 연습한 것처럼 보였습니다), 첼리스트 사샤의 잠깐의 연주가 정말 아름다웠습니다. 아름다운 배우가 바이올린도 하는 것이 멋집니다. 이 영화를 보고 나니 차이콥스키를 연습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영화와 너무나 잘 어울리는 곡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