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를 오랜만에 보게 된 계기가 있다. 며칠 전 막을 내리기 전 마지막 날 ‘언니’라는 영화를 보고 왔는데 내용이 내가 생각했던 것과는 너무 달라 놀랐다. 보는 내내 남성의 시각에 의한 여성의 액션 영화라는 생각에 불편했던 것이다. 어쩐지 감독이 남자 분이었다. 여성이 신고에 미적대는 경찰을 배제하고 스스로 여성을 농락한 남자들을 혼 내 주러 다닌다는 컨셉까지는 이해를 하더라도 여동생이 맥없이 계속 남자들에게 휘둘리는 것, 동생 학교에 가느라 원피스를 입은 건 그렇다 치고 큰 싸움을 앞두고 옷을 갈아입지 않은 것도 이해하기 어려웠다. 내가 좋아하는 배우 이시영씨가 작품 운이 좋지 않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다음에는 더 좋은 작품에서 활약하셨으면 좋겠다.
블로그 검색을 하다가 여성 액션이라면 킬빌이라는 말을 보고 그 영화를 보다 또 기겁했다. 몸이 잘리고 선혈이 낭자한 그 영화 역시 불편하긴 마찬가지였다. 좋은 영화를 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여자 주인공이 낯이 익다 했더니 오래 전 ‘카타카’에 나온 우마 서먼이 주연이어서 그녀를 검색하다 이 영화를 다시 보게 된 것이다.
어쨌든 요즘 아이들에게 뜨개질을 가르치다 집에 남은 실로 목도리를 뜨면서 재미있게 이 영화를 관람했다. 무려 20년 전 영화라니 세월이 참 빠르다는 생각이 든다. 이 영화는 유전자공학의 발달로 자연임신이 아닌 최적의 임신을 위해 인공수정으로 아이를 낳는 것으로부터 시작한다. 아마도 당시 이슈가 되었었나보다. 자연을 거스르는 이 일이 당연시 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상상하여 만든 영화이다. 최고의 인자를 가진 이들은 태어날 때부터 다른 사람들과 구별되며, 신체적 정신적 우월집단으로 영예를 누린다. 평범한 청소부 빈센트는 자신의 신체적 부족함에도 불구하고 우주여행을 꿈꾸며 불법이지만 다른 사람의 이름을 빌리기로 한다. 키를 키우고, 혈액 넣은 피부를 붙이고, 소변을 들고 다니지만 그의 꿈 앞에서는 어떤 일도 감수할 용의가 있다. 가장 인상적인 장면이 매일 아침 피부 각질을 벗겨내는 것인데 심지어 바닷가에서까지 하는 부분은 안쓰럽고도 위대해 보였다.
영화 때문만은 아니겠지만 우려했던 것과 같은 일은 현재 내가 알기로는 벌어지지 않고 있다. 유전적 결함에도 불구하고 최선의 노력으로 최고가 되려는 모습은 가히 인상적이다. 인간의 불굴의 의지에 대한 외경심이 생겼다. 책을 쓰기도 한 에단 호크의 연기가 빛났던 영화이다. 그의 영화를 더 찾아보고 싶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