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가 개봉되기 전부터 기대가 되었습니다. 우리나라를 지키기 위해 싸우는 이야기는 나름 거의 재미있게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배우 조인성씨가 주인공이어서 조금은 의아했습니다. 내가 처음 본 조인성씨는 드라마 ‘봄날’에서 조금은 철없는 세련된 도시내기였기 때문에 안시성 성주와 연관 짓기 어려웠나봅니다. 목소리도 왠지 안 어울릴 것 같았습니다. 사실 첫 내레이션 장면에서 특유의 목소리에 살짝 미소 짓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영화를 보는 내내 너무 멋지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래 전 을지문덕이라는 소설 다섯 권을 너무 재미있게 읽고 고구려의 기상에 감탄한 적이 있습니다. 이번 영화에서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소중한 것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버리는 것을 기꺼이 여기는 그들을 보면서 감동받았습니다.
20만 대군을 이끌고 고구려를 넘보기 위해 쳐들어온 당태종은 차례로 성을 함락시키고 안시성으로 옵니다. 이곳이 무너지면 남은 것은 평양성입니다. 안시성의 성주 양만춘 연개소문의 명령을 어겨 반역자로 몰린 채 위협을 받고 있지만 그에게는 안시성 사람들의 안위가 다른 어떤 것보다 우선입니다. 성내에 새로 태어난 아기를 위해 선물을 들고 밤에 찾아가고, 치매 노인을 보살피는 등 백성들에 대한 사랑이 보통이 아닙니다. 그의 리더십은 돌봄과 섬김이라 할 수 있습니다. 싸움의 최전선에 있고, 성 방비를 위한 노역에 함께하는 리더를 누가 따르지 않겠습니까? 게다가 자신을 죽이러 온 이까지 포용하는 그야말로 진정한 대장부입니다. 이 시대에 꼭 필요한 리더십을 보여줍니다. 양만춘의 한 마디가 사라지지 않습니다. ‘넌 이길 수 있을 때만 싸우나?’아, 양만춘과 고구려인들이 목숨 바쳐 지켰던 안시성이 지금은 중국 땅이라는 것이 안타깝습니다.
끔찍하긴 하지만 실제라면 더했을 전투 장면이 압권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주연, 조연 배우들 하나하나 모두 너무 멋지고 소중하게 여겨졌습니다. 평소에 좋아했던 배우들이 총출동해서인지도 모릅니다. 어쨌든 저마다 역할에 맞게, 최선을 다하는 마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다시 보고 싶은 영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