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팬서를 봤습니다.
연휴 마지막 날 피곤을 견디며 꾸역구역 가서 봤습니다.
두괄식으로 말하면 그냥 집에서 다른 거 할 걸 그랬네요. 차라리 몬헌에서 헌랭이나 올리던가(쪼랩이라 ㅠㅠ)
다시 영화 얘기로 돌아오자면.
마블 영화 중에 역대급으로 재미 없고 설득도 안되는 영화였습니다.
뭐부터 지적을 해야할지 꼽기가 어려울 정도로 이것 저것 모조리 문제였는데
쭉 쓰다보니 너무 내용이 많고 중구난방으로 적게 되어서 그건 다 빼겠습니다.
그냥 제 기준에서는 이 영화는 너무 못만들고 재미 없는 영화였습니다.
그 핵심에는 와칸다라는 가상왕국 자체의 거대한 모순이 있다는 정도로만 하죠.
솔직히 말하자면 이거 안보고 인피니티워 봐도 별 상관 없을 것 같습니다.
-------------------------------------------------------추가-----------------------------------------------------
다른 분 감상에 댓글로 쓴 걸 옮겨봅니다.
제가 생각하는 문제는 기술력이 월등하냐 마냐가 아닙니다.
저는 개인의 욕망이랄까, 그런 부분에서 이 와칸다 국민들에게 감정이입을 할 수가 없었습니다.
최소 수 십세기 동안 최소 몇 만에서 최대 몇 백만은 충분히 될 만한 와칸다의 전 국민이
한 마음으로 외국을 속이며 자신들의 문명을 지켜왔다는 설정이 말이 되나요.
기술이나 초능력을 가정하는 것은 충분히 가능합니다. 초능력이 있다고 감정이입이 방해되지는 않아요.
내가 그런 능력이 있다면 나라면 어떻게 할까. 저 캐릭터는 왜 그렇게 움직일까 상상하고 납득하고 그런 과정이 있죠.
우린 스파이더맨에도 감정이입하고 엑스맨에도 감정이입하고 스타워즈에도 감정이입 하면 볼 수 있습니다.
가디언스 오브 갤럭시의 외계인들에도 감정이입을 할 수 있고 토르의 신들에도 이입이 됩니다.
왜? 그들의 감정이 인간의 것과 대동소이 하니까요.
어떤 창작물에서도 대부분의 경우 능력이 초인적이어도 감정은 인간적입니다. 그래야 우리가 감정이입을 쉽게 하니까요.
하지만 블랙팬서의 와칸다인들에게는 감정이입이 안됩니다.
수십세기 동안 전세계를 압도하는 기술력을 갖고도 인도적인 마음으로 정복전을 펼치지 않았으며
국가에서 극빈국 연기를 하라면 수십세기 동안 극빈국 연기를 하고
해외 여행 가고 싶어도 안가고(극빈국이니까)
아프리카 전토가 유럽인들에게 유린 당하며 숱한 이웃국가가 노예로 끌려가도 개입하지 않고
(심지어 제대로 속이려면 자국민이 노예로 끌려가도 가만 있어야 합니다.)
고작 특이자원 하나 있다고 세계를 압도하는 기술을 갖는다는 것도 말이 안되지만 그건 뭐 외계기술이네 뭐네 넘어간다쳐도...
또 수퍼솔져 혈청 만드는게 불가능해서 캡틴 한 명 만들었는데
그딴 거 필요없이 그냥 허브 끓여먹으면 슈퍼솔져가 똳! 근데 그걸 국왕만 먹는다니...넘나 비효율적이죠.
옛부터 권력이란 반드시 완력이 가장 센 자가 쥐는 것이 아니죠.
그 허브를 양산해서 군대에 먹이고 비브라늄 무기를 들려줬으면 이미 수십세기 전에 세계는 와칸다 발 아래있었을텐데...
즉 기술과 능력, 재력이 되는데 그냥 아무것도 안하고 수십세기를 지냈다는 설정에 전혀 설득이 안됩니다.
애초에 원작 설정이 어땠든지 간에 이건 너무 무리한 설정입니다.
MCU가 원작 설정을 꼭 지켰던 것도 아니고 원작 설정도 아마 한가지만은 아닐텐데요.
예를 들어 이런 인간적이지 않은, 마치 욕망이 거세된 듯한 캐릭터가 나오는 히어로물도 있습니다.
슈퍼맨도 역시 갖고 있는 능력에 비해 지나치게 선하고, 프로페서 엑스도 혼자 세계정복이 가능한데도 인간의 자유의지를 믿는 캐릭터죠.
또 와치맨의 닥터맨허튼은 아예 인간의 감정이 거의 없는 아주 이질적인 존재입니다.
하지만 이들은 바로 그런 점이 이야기의 소재가 되고 세상에 단 한 명의 이레귤러로서 그 존재 자체가 이야기의 핵심입니다.
하지만 와칸다 주민은 그냥 배경으로 소모됩니다.
수십만의 국민들이 수십세기 동안 정말 해외로 아무 비밀의 누설 없이 완전히 하나가 되어 생활할 수 있다?
외계인보다 이해가 안되는 아주 이질적인 존재들이죠.
무슨 개미나 벌처럼 개체가 아닌 군체로 존재하는가 하면
블랙팬서 등을 보면 전혀 그렇지가 않고요.
그래서 전 이 영화에 감정이입을 할 수 없었습니다.
독자적이고 수준 높은 과학을 보유하고 있는 세계 최대 강국 와칸다의 지도자를 뽑는 방식이 정치력이나 지도력이 아닌 다른 방법이라는 것이 개인적으로는 참 과학스럽지 못했고..
비브라늄의 '존재'만으로 어떻게 그런 초과학문명을 보유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 없어서 아쉬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