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반을 달기 위해서는 어떤 공구가 필요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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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공간 디자인을 합니다.
업무 과정을 간단하게 설명하면,
1.업무 범위 검토/현장 방문 및 점검
2.공간기획/디자인/감리 업무 범위와 결과물 결정
3.계약서 작성
4.공간기획 > 디자인 도안 작성 (도면, 모형, 렌더링 등)
5.디자인 회의 및 결정 > 시공견적서 작성 (현장 재확인)
6.시공견적 조율 > 최종 디자인/시공견적서 확정
7.시공계약서 작성
8.착공 > 디자인 감리 및 보고서 작성, 현장 회의
9.준공 > 최종보고서 작성
이 과정이 짧게는 몇 주, 길게는 일 년이 넘게 걸립니다. 하지만 현장에서 공사가 진행되는 기간은 길지 않아요. 공사를 계획하는 과정이 훨씬 오래 걸립니다. 1주일 공사하느라 2달 동안 계획을 하는 경우도 있었어요. 계획을 치밀하게 세워야 공사기간도 짧아지고, 비용도 적게 들거든요.
갖고다닌당에 왜 이런 이야기를 길게 쓰고 있는지 궁금하실 것 같은데,, 최근에 이렇게 말씀하시는 분이 있었어요.
“선반 정도는 그냥 달아주면 안되나.”
저희 견적에는 목공, 전기, 타일 공사 같은 큼직한 비용도 있지만 조명 달아주고, 액자를 걸어주는 소소한 작업까지 개수에 맞게 전부 적혀 있거든요. 물론 그 분의 마음도 알 것도 같아요. 공사금액이 몇천만원 인데, 못 몇 개 박아서 선반 좀 달아주는게 뭐가 그리 어려운 일이라서 하나하나 돈을 받으려고 하는 건가 싶으실 수 있지요. 하지만 소소한 작업이 하나하나 쌓이면 몇천만원이 되는게 공사현장이니까요. 그래서 최대한 견적을 자세하고 정확하게 내려고 합니다. 공사 끝나고 나서 더 추가되는 금액이 없도록 해야지요.
하지만 저희가 선반을 어떻게 달아주는지 옆에서 지켜보시더니, 본인이 실수했다고 하시더군요. 자기가 직접 했으면 절대 이렇게 설치 못 했을거라고, 고맙다면서요.
그래서 선반 설치에는 어떤 장비가 필요한가하면 ㅎㅎ
0. 대략 이정도의 공구가 필요합니다.
작은 망치, 중간 망치, 줄자, 송곳, 전동드릴, 전동드라이버, 핸디청소기, 금속탐지기. 사진에는 안 나온 레벨링 라인 레이저, 석고앙카, 나사와 선반브라켓
1 선반을 달고 싶은 벽에 보쉬의 레벨링 라인 레이저를 사용해 레이저라인을 띄웁니다. 하얀 천장과 벽에 분홍색 줄이 보이시죠?
2 금속탐지기로 벽 안쪽을 확인합니다. 아무리 선반을 달고 싶은 자리가 있어도, 그 자리에 전선이나 무엇인가가 지나가서 금속탐지기에 빨간불이 들어오면 그냥 안 되는 겁니다 ㅠ 선반 좀 놓겠다고 전선을 뚫어버리면 일이 커집니다 ㅜㅜ
3 선반을 달고 싶은 높이이면서 금속탐지기도 괜찮다고 한 자리로 레이저 라인을 옮깁니다.
4 원목선반의 길이를 감안해서 선반브라켓의 위치를 정합니다. 이 경우에는 양쪽 끝에서 10센티 씩 들여서 설치하기로 했습니다. 줄자와 연필로 살짝 표시를 해 줍니다.
5 연필로 표시한 위치가 정말 괜찮은지 금속탐지기로 다시 확인해줍니다. 초록불이 들어왔네요 :)
금속탐지기는 개인적으로 가장 신기해하는 장비라서 ㅎㅎ 동영상을 찍어봤어요. 빨간불 들어올 때와 초록불 들어올 때, 알람소리가 달라집니다.
6 제가 사진을 안 찍은 단계가 있었네요 ㅠㅠ
연필로 표시한 자리에 송곳을 대고 작은 망치로 살살 쳐서 살짝 눌러주고, 그 다음에 전동드릴로 구멍을 시원하게 내줍니다. 드릴날 바로 아래에 핸디청소기를 대서 먼지를 최대한 빨아들여줍니다. (하지만 전부 마치고 나서 물걸레 청소 필수)
사진에서는 구멍 안에 석고앙카를 끼우고 있어요. 처음에는 손으로 살짝 밀어 넣고, 그 다음부터는 중간 망치로 쳐서 끝까지 넣어줍니다.
7 전동드라이버로 규격에 맞는 나사를 석고앙카에 끼워줍니다. 위아래 둘다 채워줍니다.
8 높이가 괜찮은지 선반을 대봅니다. 레이저 라인의 수직수평을 다시 확인합니다.
9 괜찮다 싶으면 다른쪽 선반브라켓을 달아줍니다. 5부터 8까지 3번 더 반복합니다.
10 선반브라켓이 원목선반과 만나는 부분에도 구멍이 두개씩 있습니다. 전동드라이버로 살살 나사를 박아 고정해줍니다. 너무 긴 나사를 쓰면 선반을 뜷고 나오겠죠...? 조심스럽게 나사를 8개 박아줍니다.
11 드디어 완성!
선반을 설치하기 시작한게 3시 10분, 마무리하는 사진을 찍었을 때가 3시 42분이네요 ㅎㅎ
여기서 질문,
사장님은 선반 두개를 달아주시는데 얼마를 받으셨을까요? 맞춰보세요 ㅎㅎ
힌트도 있어요.
-현장에 가는 시간/돌아오는 시간
-스타렉스 감가상각비와 기름값
-공구 손료와 잡재료
-순수한 작업시간에 대한 인건비
신나게 글을 쓰고나니 여기가 아니라 사용기게시판이 맞는 듯도 하지만 ㅠ 갖고다닌당의 활성화를 위해서!! 여기 둘게요 ㅎㅎ
금속탐지기가 저럴때 쓰는군요. 스터드파인더랑 같이 필수로 가지고 있어야겠네요.
사용기 게시판에도 올리시고 여기도 올리시면 되요 ㅋㅋ
전 예전에 광고 할때 사용기 게시판에 올린다음에 이 글은 EDC당에도 올렸다고.. 광고 아닌 광고를..
금속탐지기 진짜 너무 신기해요. 존재해서 고마운 물건!!
저도 사장님께서 새로운 장비를 장만하실 때마다 이게 대체 뭐냐고 항상 여쭤보면서 신기해합니다 ㅎㅎ
벽에 구멍 못 뚫는게 쉬운 일이 아니지요 ㅜㅜ
선반설치비는 15만원 찍어봅니다.
비용은 생각보다 엄청 쎄지는 않답니다 ㅎㅎ
같은 선반이어도 벽에서 얼마나 떨어져있는지에 따라 느낌이 다르지요. 그럼그럼.
쉬고있는 레벨기와 레이저로 뭘 하시면 좋으려나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