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이 안와서 선택한 책이 ... 죽은 자의 집청소
존윅이란 영화보면 주인공 키누 리브스가 살인(!)을 하고 나면 4명의 집청소부가 와서 금화를 받고 살인 현장을 깨끗하게 청소해 주는 장면이 두서너 번씩 나오는데요.
그와는 다르지만 ... 근래에 영화 상에서 본 집청소 장면이 머리에 떠오르면서 내려받아 읽기 시작했습니다.
한챕터 한챕터가 집 청소에 대한 이야기 구성이고요 반정도 읽었는데 ... 당연히 밝거나 재미있는 내용은 아닙니다.
읽다가 인터뷰도 있길래 들어봤는데 역시나. 자살하거나 죽기전에 본인이 전화 걸어 청소를 부탁하는 경우도 있다는.
본문 중 하나 옮겨 봅니다. 모바일이라 타이핑 붙이기 쉽지 않네요.
변호사나 판검사 경찰분이 쓴 사건 사고에 대한 소설(가명)과는 또 다르네요. 그런 도서도 몇몇권 읽었지만...
그냥 현장에 대한 묘사 글이 읽고 싶어 새벽에 읽게 되었습니다 추천글은 아닙니다 ;;;
누군가가 사망하고 나면 그 후 현장과 주변은 어떤 일들이 있게 되는지...
추천 안한다면서 링크 남기는 센스
죽은 자의 집 청소
https://ridibooks.com/books/1546000674?_s=instant&_q=죽은+자의+
본문 중에서 ————————————
“가벼운 일거리치곤 무대에 출연하는 배우가 많은데?”
전화로 일을 부탁하고 이곳까지 우리를 청한 젊은 여성은 부동산의 대표가 아니라 실장이라는 직책을 맡고 있을 것이다. 실장은 대개 고객이 원하는 적당한 거처나 사무실을 찾을 때까지 동행하며 손수 안내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그녀의 밝고높은 음정의 목소리가 휴대전화기 너머로 선명한 여운을 남긴다. 우리는 문 앞에 살균 장치와 크고 작은 공구 박스, 가방따위를 내려놓고 출연자들이 늦지 않게 등장하길 잠자코 기다린다.
굳게 닫힌 강철 문. 문은 여느 때처럼 아무런 암시나동요가 없다. 결코 먼저 나서서 설득을 시도하는 법이 없다. 나에게 열쇠나 비밀번호가 주어지지 않았으니 문 또한 내가제시하는 다른 설득 따위는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문 앞에 오래 머물면 마치 거대한 전신거울 앞에 서 있는 것 같을 때가 있다. 그 어떤 것도 반사하거나 담아내지 않는 암담한 거울. 하지만 이 막막한 문은 시간이 지나면 슬그머니 내가 처한마음 상태를 보여준다. 불가의 면벽수행 같은 것일까? 막막함은 때론 내면의 눈을 뜨게 한다.
지금 나는 무슨 생각에 골몰하는가. 지금 마음은 어떤 빛깔인가. 보이지 않던 것이 희붐하게 보일 무렵, 하이힐이 일정하게 바닥을 치는 소리가 앞서 모퉁이를 돌고, 그 뒤를 따라 키가 크고 화려한 용모의 여성이 등장한다. 이 문을 단번에 설득할 수 있는 열쇠를 가진 실장이다. 그녀가 앞장서서 문을 열자 뜻밖에 펼쳐진 쓰레기 동산과 끝없이 늘어선 페트병에 압도되어 우리는 한동안 입을 열지 못했다. 문을 닫은 채 내면의 눈을 뜨기는커녕, 문을 열고 그 앞에 펼쳐진 생생한 광경마저눈감고 외면하고 싶다.
— 실장님, 오줌이 든 페트병이 오십 개가 아니라 삼천 개, 아니 오천 개는 충분히 넘을 것 같은데요?
— 네. 저도 집주인께 전화로 그냥 간단한 일이라고 설명을 들었어요. 그런데 이건 정말 어처구니가 없네요. 진짜 황당하네….
우리가 그 안에서 벌어진 상황을 둘러보며 감탄할 때 집 주인으로 보이는 중년 남녀가 늙은 부모를 모시고 함께 나타난다. 비로소 모든 출연진이 무대에 등장했다. 그들은 상황을 이미 아는지, 문 안으로 굳이 들어오려 하지 않는다. 어쩌면 늙은부모가 이 집의 실질적인 소유주이고 자식은 대리자이리라.
널따란 방 하나에 복층이 딸린 구조로 이루어진 오피스텔바닥은 오줌이 담긴 페트병으로 가득하다. 이미 화장실과 간이 부엌 앞에는 오줌 페트병이 빼곡하게 들어차 발을 디딜 공간조차 없다. 복층은 물론이고, 연결된 계단에도 오줌이 든 페트병으로 가득하다. 페트병뿐만 아니라 피자나 족발 같은 배달음식 쓰레기가 실내 곳곳에 작은 산을 이루고 있다. 버려진 탄산음료 캔만 천 개는 넘는 것 같다.
문 앞에 서 있던 집주인들은 우리에게 이것을 모두 치워 깨끗이 만들 수 있는지 조심스레 묻는다. 처음엔 집주인이 나서서 이런 일을 대행해줄사람을 찾고자 백방으로 수소문했지만 결국 찾지 못했는데, 마침 부동산 실장이 우리 회사를 찾아내어 대신 불러준 것이라고 한다. 이 집에 벌어진 상황을 축소해서 알린 데는 그런 사정과 이유가 있었다.
중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