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맘대로 클래식에서 처음으로 교향곡을 소개하는데 Scriabin (1872-1915)의 Symphony No. 2를 언급하는 것이 좋은지에 대해 잠시 망설였습니다. 일단 이 곡은 아주 자주 연주되는 곡도 아니고 스크리아빈이 쓴 5개의 교향곡중에서 제일 유명한 곡도 아닙니다. (3,4,5번 교향곡이 스크리아빈의 독창적인 신비주의적 작품으로 유명합니다.)
아마도 클래식음악을 처음 들으시는 분들은 드보르작의 9번(신세계), 슈베르트의 미완성교향곡, 베토벤의 5번, 모차르트의 40번 등의 교향곡으로 시작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제가 그랬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곡들은 이미 다른 사이트나 방송에서 자주 소개가 되었기 때문에 굳이 여기서 다시 소개할 필요가 없고, 이 글의 제목이 "내맘대로"이므로 순전히 제맘대로 오늘 기분에 스크리아빈을 소개해 드리고자 합니다. 스크리아빈은 라흐마니노프(1873-1943)보다 1살이 많고 둘다 러시아에서 동문수학?한 음악우등생이었으며 친구였으며 경쟁자이기도 했습니다. 다만 스크리아빈은 43세라는 이른나이에 파상풍으로 일찍 세상을 떠난 반면 라흐마니노프는 미국으로 망명한후 비교적 오랜동안 작품활동을 할 수 있었습니다. 스크리아빈이 좀더 진보적이고 20세기의 음악을 실험하였다면 라흐마니노프는 후기낭만파의 음악흐름을 그대로 이어받은 스타일을 구사하였다고 할 수 있습니다. 스크리아빈의 마지막 10년 동안은 세상의 어느 작곡가보다도 유명했다고 합니다. 그의 때이른 죽음이후에 20세기의 새로운 음악흐름들 (스트라빈스키, 쇤베르크, 라벨 등)이 어느정도 결실을 맺는동안 스크리아빈은 차츰 잊혀지기도 했지만,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그의 음악을 듣고 있으며 그의 음악은 듣는 순간 누구도 흉내내기 어려운 그만의 음악색깔을 드러내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스크리아빈의 음악은 음을 색깔로 해석하는 색채음악, 바흐와는 전혀 다른 의미의 종교로서의 신비주의적 음악, 관능적인 음악 등으로 종종 해석되곤 하는데 이러한 복잡한 스크리아빈의 음악 세계를 탐구하고 싶으신 분은 그의 교향곡 3번 (Devine Poem), 4번 (Poem of Ectasy),5번 (Prometheus, Poem of Fire), 미완성인 Mysterium 등을 들으시거나 그의 유명한 피아노 소나타들을 들으시면 됩니다.
지금 소개해 드릴 교향곡 2번은 1902년경에 작곡되었으며 스크리아빈의 후기작품에 비해 좀 더 평이한? 스타일을 띠고 있습니다. 이 곡은 5개의 악장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특히 마지막 악장이 제가 소개해드리고 싶은 부분입니다. 개인적으로 클래식음악을 듣다보면 작곡가의 감정과잉 (또는 자기도취)이 나타나는 음악에 거부감을 가지는데 저의 경우는 차이코프스키나 베토벤의 음악을 듣다보면 작곡가의 개인적인 감정과잉이 지나치게 느껴져서 종종 거부감을 갖게 됩니다. 그러나 스크리아빈의 이 곡은 분명 자기도취적 음악이긴 한데도 웬지 들으면 들을수록 흥분이 됩니다.
Muti가 지휘한 Symphony 2번 전악장
자기도취로 가득한 마지막 5악장 Maestoso
스크리아빈의 교향곡 1번의 마지막 악장 코랄도 역시 영웅적인 엔딩으로 유명합니다.
끝으로 스크리아빈의 피아노곡들이 정말 유명한데 그의 초기 작품들은 쇼팽의 영향과 스크리아빈 특유의 신비한 화음이 어루러져 듣기 좋은 곡들이 많습니다.
리시차가 연주하는 스크리아빈의 초기 피아노곡들
유자왕이 연주하는 피아노소나타 No. 2
호로비츠가 연주하는 에튜드
키신이 연주하는 프릴루드
끝으로 스크리아빈과 라흐마니노프가 학창시절 같이 찍은 사진을 아래 사이트에서 확인하실수 있습니다. 누가 누구인지 알아맞혀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