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에서 이 책을 발견하고 표지가 너무 마음에 들어 데리고 왔다. 햇살 드는 창가의 나무 책상과 의자, 그 위에 놓인 책과 커피, 공책, 연필, 스탠드, 일정표, 그리고 책상 옆 공기정화식물 스투키. 물론 그림을 그린 건 다른 일러스트 작가이지만 아마도 작가의 방이나 생활 취향을 그대로 반영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저자는 글과 사진으로 자신의 마음을 표현했는데 원래 시인이라 그런지 문장들이 감미로웠다. 하지만 그 내용은 감미롭지만은 않다. 오히려 처절하다. 나와는 조금 거리가 있는 조용하고 가만히 있는 삶이다.
공부보다는 책을 좋아했던 저자. 자신이 싫어하는 것은 되도록 하지 않으려 하지만 이제 생활을 위해 작은 일거리라도 찾아다녀야 하는 상황이 그녀를 안으로, 안으로 파고들게 만들었는지도 모른다. 가난이라는 말이 일상이 되어버려 더 이상 가난을 이야기할 수 없는, 작은 것 하나를 구입할 때도 망설이고 또 망설여 왔을 저자가 이 책으로 인해 조금은 여유 있는 생활을 하게 되기를 바랐다.
밑줄을 그으며 책을 읽고, 기증을 하고, 또 책이 쌓이는 책과는 뗄 수 없는 시인의 삶이 그렇게 조용하고 외롭고, 시간이 느리게 간다 해도 누군가에게는 동경의 대상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 나는 사실 그녀의 일상을 부러워하며 읽었다. 하루도 내 마음대로 쓸 수 없이 꽉 차 있는 일정들에 늘 허덕이며, 차 안에서 책 읽는 것을 나름의 휴식이라 여기는 나는 시간이 느리게 간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이해하기 어려웠다.
책을 읽고 나니 작가를 만나보고 싶다
는 생각이 든다. 시보다, 소설보다 작가 자신에 대해 모조리 이야기하게 되는 에세이의 매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