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제주 여행의 동반자로 이 책을 가져간 이유는 아마도 여행지에 잡다한 마음을 비우고 오기 위함이 아니었을까 싶다. 43기념관에서 눈물 콧물 흘리며 모두 쏟아놓고 왔으니 마음을 비운 셈일까, 아니면 그들의 아픔을 더 짊어지고 온 것일까? 어쨌든 늘 비우고 싶은 마음인 건 맞다. 이런 책을 자꾸 읽게 되니까.
그동안 미니멀라이프 책들을 보면 이건 도저히 못해, 하고 생각하는 게 많았다. 예를 들자면 옷 몇 벌로 4계절을 나는 것, 가구 없이 지내는 것, 비누 하나로 머리 끝부터 발 끝까지 씻는 것, 추억이 깃든 물건을 처분하는 것 등 이루 다 말할 수도 없다. 이 책의 좋은 점은 간소화한 삶을 살되 개인의 취향을 존중하고 최소한의 욕구는 충족하라는 것이다. 그것마저 없으면 삶의 재미가 없을 것 같긴 하다.
저자가 처음부터 이런 생활을 했던 것은 아님을 고백하고 있다. 가진 신발이 100켤레나 될 정도였다니 과거의 소비 습관이 엄청났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지금은 여러 종류를 합쳐 20켤레 이내라고 한다. 내 기준을 보면 이것도 많지만.
가족이 많은 우리집과는 달리 그녀는 1인 가구다. 그래서 음식을 조금만 해서 바로 먹는 게 가능한지 모른다. 하지만 우리집은 늘 먹을 것을 쟁여 두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늘 먹을 게 없다는 말을 듣는다. 그런 의미에서 나와 다른 점이 많긴 하지만 생수를 사 먹느라 플라스틱병을 계속 버리는 걸 싫어하는것 것처럼 환경을 사랑하는 마음은 같다. 지나치게 간소화하느라 기념품 수건은 받지도 않고, 받은 것도 버린다는 부분은 좀 이해되지 않긴 하지만 버릴 물건을 받지 않는 것은 좋은 일인 것 같다. (나도 화장품 살 때 샘플을 받지 않는다.)
책이 무섭게 쌓이고, 가방이나 옷, 신발을 잘 버리지 못하는 나 같은 사람은 이런 책을 계속 읽으며 마음을 다잡아야 할 것 같다. 저자의 말처럼 처음부터 너무 욕심부리지 말고 차근차근 하나씩 실천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