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달 인문학모임 책으로 선택한 이 책은 과학자가 쓴 거라 그런지 처음부터 심상치가 않았습니다. 바벨탑 쌓던 시절의 이야기로 시작되는 이 책은 단편소설들을 모은 것입니다. 이 중 하나는 영화 ‘콘텍트’의 모티브가 되기도 했습니다. 읽는 내내 어떻게 이런 생각을 했을까, 하며 감탄했습니다. 하지만 다 읽은 지금에도 내가 바르게 이해했는지 의문일 정도로 난해했습니다. 아니면 이번 달은 영 시간이 나지 않아 꼼꼼히 읽지 못했기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머리를 좋게 하는 약이 개발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바벨탑 쌓던 시절에 어떤 일들이 있었을까, 미래와 현재의 시간이 동시에 일어날 수 있다면, 그리고 인간이 만든 자동인형이 스스로 복제할 수 있게 된다면.. 이러한 여러 가지 가정들에서 이 이야기들이 쓰였습니다. 과학자가 쓴 소설이라 그런지 황당하게만 다가오지 않고 정말 이런 일이 있으면 어떻게 될까, 하며 이야기에 빠져들었습니다. 이해하기가 어려움에도 빠른 전개 덕분에 영화를 보는 듯한 착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저녁에 이 책에 관해 인문학 모임에서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어렵게 느낀 건 나만 그런 게 아니었음을 알았습니다. 하지만 재미있다고 느낀 것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이 책을 바탕으로 했다는 영화도 조만간 보게 될 것 같습니다. 뛰어난 상상력 면에서, 그리고 그걸 과학자답게 조리 있게 풀어나간 면에서 대단한 작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