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에 만들고 봄에 완주한 송추 200K. 하늘과 바람과 꽃이 함께 한 고난의 12시간
KORA에서는 퍼머넌트 코스 디자이너에게 자신이 설계한 코스를 무료로 한 번 돌아볼 수 있는 티켓을 제공합니다.
그건 수고했다는 보상의 의미도 있지만, 기회가 되면 한 번 더 돌아보면서 수정이나 보완이 필요한 구간은 없는지
체크해보라는 속내도 숨어있죠. 좋은 제도입니다.
마침 이번에 코스 등록 후에 우회로를 이용하도록 수정된 구간이 있어 4월 R12를 겸해서 다녀왔습니다. 수정된 구간은
문산읍에서 두지리까지 가는 37번 국도 15km 구간으로, 4월 1일자로 37번 국도 경유는 4km로 단축하고 나머지는
정규 브레베인 고양 200K 코스와 동일하게 청송로~술이홀로를 타고 우회하도록 변경했습니다.
** 혹시라도 송추 200K 가실 분은 필히 KORA에서 4월 1일자로 업데이트한 gpx 파일을 사용하시기 바랍니다 **
송추 200K의 첫 관문, 고양쌍굴
코스 설계를 마치고 겨울에 혼자 답사할 때 12시간 40분쯤 걸려서 아무래도 겨울이라 춥고 답사라이딩이라 진행이
더뎌서 그랬나 보다 했는데, 아니었습니다. 이거 그냥 힘든 코스였어요 ㅎㅎㅎ;;; 따뜻한 봄에 가도 시간은 비슷비슷.
다만 후반부에 식사 한 번 더하느라 소비한 30여 분을 생략 가능하다고 보면, 11시간 후반대는 가능할 것 같아요.
203km, 획고 1930m. 전반부 송추 3고개, 후반부엔 회암고개만 견디면 되는 비교적 순탄한(!) 코스지만, 오래 끓인
고깃국마냥 뭉근하게 누적되는 피로도가 있습니다. 가급적 브레베 혹은 장거리 업힐 투어 경험이 있는 분들께 추천.
그래도 힘든 만큼 보상도 확실한 코스인 것은 자신있게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믿어주세요! 제발요..!
푸른 하늘 밑에 칼로 그은 듯 선명한 경계를 이룬 북한산 줄기. 경기 서북부 갈 때마다 가장 설레는 구간
4월이라곤 해도 아직 아침에 쌀쌀합니다. 반팔, 빕숏에 팔다리 워머를 했지만 기온이 확 오르기까진 춥다 춥다를
연발했고요. 낮엔 또 더워서 쩌죽네 쩌죽어 무한반복. 저녁에 한강 자도 달릴 땐 바막 챙길 걸 바보똥개천치말미잘....
해 뜨고 나서 타고 해 지기 전에 들어오는 일정 아니면 아직은 방한 대비가 필요한 시기입니다.
고양쌍굴 지나 화전역 가기 전, 화전지하차도 내 포장균열 부분 보수한 결과
송추 200K은 구파발로 가기 전 화전역 앞 화전지하차도를 지나도록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이 지하차도 진입부분에
커다랗게 도로가 파인 채 몇 달을 방치되어 있길래 고양시측에 민원을 넣어 보수작업을 요청드렸었거든요.
어제 가보니 나름껏 보수는 해놓았더군요. 적어도 낙차 걱정은 없을 듯. 여러분! 송추는 이렇게 여러분을 사랑합니다....
송추 D코스 CW 하프, 소머리~말머리 넘고 끝판왕 송추CC 만나러 가는 길. 숙제 안 하고 학교 가는 기분...
기록용 채비를 하고 나온 게 아니라 자장구도 무겁고 별에별 달린 것도 수두룩. 오랜만에 왔으니 송추 3고개는 최선을
다해보자고 마음 먹고 달렸지만, 소머리 넘고 바로 깨꼬닥....ㅠㅠ 말머리는 페달 놓고 겔겔 거리고 편의점에서 한참을
쉬다 간 끝에 송추CC 겨우 넘었네요. 언제쯤 기록에 연연하지 않는 퓨어 내추럴 힐링 그린 라이더 노랑은님처럼 될런지...
부대찌개의 새 발견! 아니 나만 몰랐나요? 부대찌게 먹을 때 라면을 나중에 넣는 방법이 있을 줄이야...!
송추 3고개 끝나고 문산읍까지 샤방샤방 이동하면 CP3 삼거리부대찌개에 도착합니다. 식사도 여기서 해결합니다.
그런데 술홍님이 기가 막힌 맛팁을 귀띔해주는 거 있죠? 지금껏 으레 부대찌개에 라면사리는 육수 끓으면 바로
투입해서 먹었는데, 지금은 트렌드가 그게 아니랍니다. 건더기 다 먹고 육수 추가해서 그때 라면을 넣는 거라고...
와 정말 이렇게 먹으니 국물 1도 탁해지지 않고 진짜 개운한 마무리가 되더라고요. 세상에 이걸 나만 몰랐다니!!
우리 술홍님이 평소에도 가만 보면 말이죠. 태평양처럼 넓지만 접시 물처럼 얕은 지식을 자랑하는 분이셨는데
이번 부대찌개 맛팁으로 인해 얕지만 강한 구석도 있음을 스스로 증명해보였습니다. 접시 물 당신, 술형...존멋...
37번 국도를 우회해 두지리로 가는 도중에 만나는 덕천교 벚꽃길. 너무너무 아름다웠던 봄의 장관
37번 국도를 4km 경유하고 바로 청송로로 빠지면 한적한 도로를 달려 덕천교를 지납니다. 작년에 고양 200K 때는
조금 일러서 이 구간을 지날 때 벚꽃이 아직 만개하기 전이었지만, 올해는 제대로 활짝 피었을 때 만났습니다.
천변을 따라 길게 길게 이어진 벚꽃길이 정말 아름답더랍니다. 눈호강 제대로 했어욤!
식현사거리~두지사거리 중간에 있는 술이홀로의 화려무쌍한 벚꽃길
거기서 끝이 아닙니다. 덕천교에서 벚꽃에 한껏 연분홍빛으로 물든 중년의 가슴은 이윽고 술이홀로에서 대폭발..!
아 이길 너무 좋습니다. 동부고개 벚꽃길과 비교해도 전혀 손색이 없는 봄나들이 코스입니다. 물론 접근성은 망이라
이걸 보려고 여기까지 오긴 어렵지만, 만약 송추 200K 돌아볼 최적의 시기를 꼽는다면 단연 4월 벚꽃시즌입니다.
몇 번을 가도 질리지 않고 재미있고 호젓한 감악산 어룡고개 구간
CP4 연천군 백학면 이마트24를 체크하고 나오면 이제 본격적인 후반부 복귀길에 접어듭니다. 비룡대교를 건너
감악산 출렁다리를 보러 가는 동안 새로 낸 도로는 넓고 깨끗하며 한적합니다. 똑같은 출렁다리지만 아무래도
마장호수보단 사람이 덜 붐빕니다. 산과 산을 연결한 다리라서 등산하기 힘들기 때문이겠죠.
양주와 포천을 잇는 드높은 관문, 회암고개. 꼬불꼬불 헤어핀도 재미있고 탁 트인 시야도 시원시원
감악산을 내려와 양주시내를 통과해 회암고개만 넘으면 이제 포천에 진입합니다. 회암고개가 후반부에 자리해있어
체력이 빠진 채 오르려면 힘들긴 한데요. 경사가 그리 쎄지 않고 헤어핀 덕분에 단조롭지 않아 넘을만 합니다.
길이는 2.2km 정도라서 북악과 비슷한 거리, 난이도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CP5가 있는 광릉수목원길에서 한 그릇씩 흡입한 짜장면. 세상에 짜장면이 이렇게 맛있는 음식이었다니?!
저는 평소에 브레베든 퍼머넌트든 주섬주섬 자주 먹기는 먹지만 300K 이하의 경우 식사는 점심 한 끼가 전부입니다.
다당류와 탄수화물, 단백질 섭취가 중요한 걸 알고 있어도 막상 실천하기는 또 쉽지 않드라고요. 일단 귀찮고
식당에서 밥 먹기 보다 빨리 집에 가서 씻고 밥 먹고 맥주 마시고 싶은 생각에 그만.....ㅠㅠ
그런데 이번에 코스 후반부에 짜장면 한 그릇을 먹어 봤는데 아이고 이건 완전 신세경! 엄청 맛있고 몸에 힘도 나고
복라할 기운까지 적립해주는 거 있죠? 단짠단짠 면발 한 그릇의 힘이라니. 그래서 올해 남은 R12는 무조건! 후반부에
짜장면 한 그릇씩 먹고 나머지 이어서 타는 걸로 합의 끝냈습니다. 목네님은 짜장박사! 크으 짜부심 인정합니다~
해질 무렵 사람들이 빠져나가 한적한 광릉수목원길을 달려 집으로 가는 길
짜장면으로 에너지 꽉 채운 몸으로 다시 페달을 밟아 이제 집까지 남은 거리는 약 60km. 바람만 도와준다면
그리 오랜 시간은 걸리지 않습니다. 그리고 광릉수목원을 빠져나오면 이후엔 왕숙천 자도, 한강 자도를 이용하기에
한결 편안한 이동이 가능하죠. 밤에 라이트 켜고 공도에서 차량들과 씨름하려면 힘들거든요.
그리하여 최종 완주 시간은 12시간 32분. 아침 8시에 느지막히 출발해서 꽃구경 실컷 하고 화장실도 원없이 가고(!)
중간에 짜장면까지 먹고 놀았으니 기록적으론 아쉬울 게 하나 없는 하루였습니다. 저도 덕분에 코스 점검 꼼꼼하게
한 번 더 했으니 적잖은 도움이 됐고요. 부디 내년에도 건강한 몸으로 봄날의 송추를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덕분에 날씨 좋았던 봄 날, 꽃구경에 맛난 음식에... 기분 좋게 잘 타고 왔습니다.
(근데 담 날 피곤이 좀 씨게 오네요..ㅋㅋ)
수고 많으셨습니다 ㅎㅎ
작가의 힘이겠죠. 푼짱님께 의뢰를 맡기면
(고료에 따라서) 군대도 한 번 더 갔다 올만한 곳이 될 것 같은...
무릎이나 빨리 좀 어떻게 해봐요. 담달에 SR600 어쩔 것인가 ㅠㅠㅠ
고개 나올때마다 좋아서(???) 입을 다물지 못하시다니...;;;
대단 하시네요
저도 어제 R12 숙제로 송추에 다녀왔는데요
아쉽게도 부대찌개 맛은 못봤지만 코스 정말 좋더라고요..!!
37번국도 구간도 수정해주셔서 잘 타고 왔네요
코스 만드시느라 정말 수고 많이 하셨습니다
무사히 다녀오셔서 다행입니다~송추 많이 사랑해주세요오~^^b
어제 회암고개서 보고 광릉수목원 편의점에서 뵌분이라 생각됩니다.
바나나와 포도당 교환
맞으시다면 정말 반가워요^^
이런데서 만나뵙다니 정말 반갑네요 후후~
어떻게 성산대교에는 잘 들어가셨어요~?
주셨던 포도당은 그 회암고개 마지막으로 올라오던 동생에게 몰아줘서
덕분에 저희는 무사히 잘 도착했습니다 감사했습니다~ 후후~
저도 어제 송추다녀왔어요. 송추코스 있으면 좋다고 생각할무렵 코스가 생겨 좋았어요
마지막 벚꽃구경도 실컷하고 온 날이었습니다
문산에서 두지리때 두사람 네비가 서로 조금 안맞아 잘못들어선줄 알았는데 파일이 달라서였던가 봅니다.
후기보니 어제 길들이 정리가 됩니다
잘 읽었어요^^
4월 1일 업데이트된 내용을 홈피에 고지해주면 좋을텐데 거기까진 안 되어 있더라고요 ^^;;
덕천교~술이홀로 벚꽃잔치 충분히 즐기셨다니 제가 다 기뻐서 마음이 방방 뜁니다~!
앞으로도 많은 사랑 부탁드려요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