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만 너무 오래전이라.. 이제 거의 30년 되었네요.
딱 한 의사분이 저런 이야기를 해주셨습니다만..
그 당시는 딱히 ADHD에 대해 관심있는 학생이나 부모, 의사도 별로 없었고 그냥 그렇게 지냈죠.
저는 아직도 스스로가 ADHD인지 아닌지는 확신은 못하겠습니다. 예전보다는 그래도 개선되었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리고 ADHD라도 경증에 속하는 편이 아닐까 하고 생각합니다. 좋아하는 활동에는 몇시간이든 집중할 수 있는 집중력이 예전부터 있었고, 지금도 그렇기 때문에..
(그런데 그것도 ADHD의 특징이라는 이야기도 있고 그러네요?)
지금도 업무 중에는 집중력이 현저히 저하되는 편입니다만, 요령을 여러가지 터득해서 어떻게든 잘 해나가는 중입니다.
메모를 열심히 하고 체크 리스트 만들고.. 뭐하나 하다가 바로 다음 것을 하면 이전 것을 까먹곤 하지만, 일정에 매번 적어두면 다시 생각나니까 꼼꼼하지는 않아도 그럭저럭 업무에서 놓치는 부분 없이 해나갈 수 있더군요.
그것보다 더 괴로운 건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매우 짧다는거지만요.
대신 짧은 시간 동안 최대한 일을 끝내는 방향으로 노력하고 있습니다. 학창시절부터 지금까지 제가 참 산만하다는 생각은 하지만 그건 ADHD라는 생각을 못할 적부터 그냥 나는 원래 이러니까.. 하고 지냈죠.
참, 군대에서는 암구호 외우는게 너무 힘들었던 기억이 나네요.. 내 기억력이 참 나쁘구나 하고 생각했었는데 말이죠. 암구호 외우는데 무척 노력을 해야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른 일을 하다보면 종종 까먹었었죠.. 다행히 매일 암구호를 체크하지는 않으니 큰 문제는 없었지만요.
다들 공부할 때 집중 못하는 건 당연하다고 참아내라고 하고 누구나 다 힘드니까 내가 힘든 것도 당연하고, 그러니 내가 집중 못하는 것은 온전히 내 문제라고만 생각했죠.
뭐, ADHD도 내 자신의 것이니 내 문제라는 부분이 틀리지는 않은 셈이구요.
하지만 하루에 1시간 남짓 이외에는 집중하지 못하는 문제는 참 힘들긴 했습니다. 스스로 극복하려고 해도 잘 되지는 않았구요.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냥 1시간 내에 최대한 일을 끝내려고 할 뿐.. 다행인 건, 일이 재미있게 느껴질 때엔 좀 더 집중이 가능한 시간이 늘어난다는 거지만요.
업무 이외에는, 이전처럼 산만하긴 하지만 최대한 무엇을 해야 할까 계속 생각을 하려고 노력합니다. 무엇이 안되어 있을까, 무언가 해야 할 일이 없을까 계속 생각하면서 지내면 집안일도 그럭저럭 해낼 수 있습니다. 힘들기는 해도요. (그럼에도 맨날 뭔가 빼먹는다는 이야기를 듣지만..)
정신과에 들러서 ADHD라는 진단을 받은 적도 없기 때문에,(애초에 진료받지도 않았고) 스스로 ADHD라는 생각은 안하고 지냈습니다만, 인터넷의 ADHD 관련 글을 읽다보면 이건 내 이야기 같다는 생각을 참 많이 하게 되더라구요.
그래서 이런 잡담 글을 남겨봅니다.
중증인 분이 보기에는 사치스러운 경증 환자의 고민일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그동안 산만한 내 행동은 내 탓만은 아니었다고 말해보고 싶었습니다.
ps> 이 글에는 적지 않았지만, ADHD 환자의 일반 적인 특성은 대부분 저도 동일하게 갖고 있는 것 같습니다. ^^;
보상 시스템 작동 문제라든가, 끊임없이 이런저런 생각이 떠오른다든가, 무척 산만하고 엉뚱한 녀석이라는 평을 어릴 적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듣고 있습니다... 이야기하다가 왜 그런 말이 나오는지 모르겠다는 이야기도 참 많이 들었구요. 감정 널뛰기도 심하고.. 기타등등..
만약에 ADHD이시라면, 스스로의 노력으로 어느정도 극복하고 계신것 같아 대단해 보이네요. 극복이 안 되어 자신감 결여, 우울증까지 이어지는 경우가 좀 있는 것 같더라고요.
일을 해나가기 위한 요령이 생기기도 했고, 남들보다 비교적 경증에 속하기 때문에 어떻게든 이겨나갈 수 있는게 아닐까 싶습니다. ^^
당연히 모든 사람은 아니지만, 소수의 경우겠지요 -- 어쩔 땐 ADHD 테스트는 자기가 있다고 생각하면 있는 경향으로 나오고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면 그렇게 안 나오는 것을 봤습니다. 제 자신도 혹시나 하고 테스트를 하면 그런 식으로 나옵니다.
맨 아래 부분도 읽어주셨으면 좋겠고, 또 언급하지 않은 많은 부분들이 있다는 것도 알아주신다면 좋겠네요.
약물 치료가 없이도 운동, 다이어트 등을 통한 라이프 스타일 개선으로 집중력 관리를 하는 것도 가능할 것 같습니다.
그런 것으로도 일상생활이나 대인관계 유지가 어려운 수준에 이르면 ADHD 전문심리 상담사를 통해 진단을 받아 볼 수가 있습니다. 참고로 의사는 약을 처방해 주는 역할을 하고, 심리상담은 licensed psychologist 를 통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