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 adhd 특징이 겉으로는 크게 드러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다만 학교나 직장에서 "정상인 비슷하게" 일을 수행하느라 탈진이 되어서 집은 엉망이죠. 제 경우는 아버지쪽으로 유전된 조용한 adhd와 모계로 유전된 것으로 추측되는 섬유근육통, 우울, 불안 등이 동시에 있어서 조용한 adhd 진단에 정신과 선생님이 상당히 신중하셨습니다.
제 경우 "언어"와 "사람"에 상당히 많은 흥미와 애정(사람도 사랑하고 문학도 사랑합니다)이 있기에... 다른 사람의 말을 너무 잘 들어주고 책도 잘 읽고 글도 잘 읽고 쓰니까 이걸 adhd라고 봐야 할지 의사 선생님도 저에게 몇년 전 먼저 이야기하시긴 했지만 막상 약처방 할 때는 굉장히 신중하셨죠.
위에도 적었지만 섬유근육통의 무기력과 극도의 피로 증세, 그리고 우울증에도 있는 무기력과 집중력 저하 이런 증상이 조용한 adhd와 구분이 쉽지 않았기 때문이죠. 다만 저는 다음에 다른 글에 자세히 쓰겠지만 "시간"을 헷갈리는 증세가 만 40 가까이에도 지속되는 걸 보고
이건 내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 뇌의 오작동이란 걸 확신하고 adhd 약 처방을 제가 먼저 의사 선생님께 말씀드렸습니다.
사실 저는 제가 어릴 때 특히 유치원 때 이 세상에 adhd란 질병이 있고 이건 너 탓이 아니라고 누군가 유치원 때 이야기해줬다면
내 인생이 달라지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모든 유치원 아이들이 율동을 익히고 따라하는데 나만 선생님의 율동이 하나도 머리에 안 들어오는 경험... 저 말고 다른 조용한 adhd 환자들도 경험해보지 않았을까 생각해봅니다. 그럴 때마다 얼마나 힘들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창피하고요.
이제는 책 읽고 학생들 가르치고 독서 모임 운영하고 내가 좋아하는 것만 하고 있으니.. 그래서 제가 나이 먹은 지금이 어렸을 때나 젊었을 때보다 행복한 것입니다.
하지만 그래도 일상생활의 어떤 것을 수행하는 데 너무 시간이 걸리고 만 35세 무렵부터는 섬유근육통도 심해져서
"섬유근육통 + 조용한 adhd" 이 콤보가 너무 힘들 때가 있습니다.
위에 약을 먹는다고 말씀드렸는데요. 약을 먹고 제일 효과를 본 것은 한 번 잠에서 깨서 각성을 하면 낮에는 안 졸린 것입니다.
초등학교 때부터 오후만 되면 졸립고, 대학 다닐 때도 수업이 두 개 있다고 치면 둘 중 하나는 차라리 쓰러져서 자야 잠이 깨고
다른 하나의 수업을 들을 수가 있었습니다.
평생을 낮에 졸린 것 때문에 고통 받아왔는데 40먹고서야 벗어났어요. 복용하는 약은 콘서타입니다.
제가 쓴 글이 조용한 adhd이거나 조용한 adhd 자녀를 두신 분께 조금이라도 도움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냥 이런 성향을 타고난 것이고 내 잘못이 아닌데 저 어릴 땐 이런 질병이 있는지 몰라서 제 잘못이라고 자책만 했어요. 단점은 보완하고 자신이 가진 강점을 잘 끌어내서 아이가 행복하게 크면 좋겠습니다.
결국 본인의 의지가 중요한 것 같습니다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도 평소 일주일 동안 내가 어떻게 살았는지 제 머릿속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 어떤 에피소드가 있는지 모르니.... 저에게 여우씨 아무래도 조용한 adhd가 아닌가 의심돼요 란 말은 선생님이 먼저 하셨지만 그 뒤로 약 처방하기까지는 몇 년이 걸렸어요.
처음 adhd 얘기 듣거나 검사했을 때도 "과잉행동"이 전혀 없어서....(저는 카페에 앉아 책 읽는 것을 제일 좋아합니다)
왜 나보고 adhd라는 걸까 했는데 조용한 adhd는 어린 시절의 저이더라고요. ㅠㅠ 제가 "언어" 특히 "글"로 하는 행동 외에는 다 집중을 진짜 못하거든요.
이렇게 제가 adhd 성향인 걸 알게 된 뒤에도... 어차피 이제 전과목 배울 나이도 지났고 내가 좋아하는 과목만 가르치는데 이제야 뭐... 어릴 때 알았다면 자책 안 했겠다.. 이러고 넘어가고 몇년이 지났습니다. 그냥 "내가 이런 성향으로 어릴 때 힘들었지. 하지만 지금은 내 적성에 맞는 일만 하니까 괜찮지. "라고 생각하며 살고 있었죠. 그런데 본문에 적었듯 시간을 착각하거나 혼동할 때 이건 진짜 의지의 문제가 아니고 뇌의 오작동임을 느끼고 제가 먼저 약 복용 말씀드렸거든요.
약 먹고 나서는 낮에 졸린 게 싹 사라졌어요.
진작 먹을 걸 그랬다 싶어요. ㅠㅠ
이와 별개로, 조용한 ADHD와 유사하여 혼동(오진) 되는 사례 중에 굼뜬 인지적 템포(Sluggish Cognitive Tempo, SCT)라는 것도 있더군요. 충동제어가 안되지는 않지만 인지나 처리속도가 처지는 경우에 해당하여 혼동되기 쉬운 듯 합니다. 공존하는 경우도 있겠고요. 자신에게 해당하는 증상이 어떤 것인지 알고 맞는 처치를 하는 것이 중요한 듯합니다.
굼뜬 인지적 템포(Sluggish Cognitive Tempo, SCT) 이것도 알아봐야겠네요.
맞습니다. 저 고등학교 때도 제가 청소년 체조 하는 거 보고 반 애들이 다 웃으면서 "야 그렇게 하기 싫으면 하지 마라" 그랬는데요. 당시 우리 반 애들은 다행히 그냥 웃긴다 저렇게 하기 싫을까 하고 제가 성의가 없는 걸로 알고 넘어갔지만...
어린 시절에 저는 공부하는 게 더 좋고 어린 시절에 하는 오만가지 "몸으로" 하는 놀이가 다 버거웠습니다.
어린 시절에 얼마나 힘드셨을지 짐작이 됩니다.
그런데 저는 제가 적의 적성 자체가 몸으로 하는 것보다는 "글, 책"에 적성이 있어서 그런 것이고
반대로 아마 다른 데 적성이 있으신 분은 책이나 글, 혹은 수학은 좋은데 언어는 싫다던가
이렇게 정반대의 현상도 경험하지 않았을까 추측해봅니다.
아무튼 지금의 어린이들은 내가 어려운 게 내 탓은 아니지만 약 처방을 받고 사회에서 필요한 만큼은 전 과목을 다 따라갈 수 있는, 대신 자기 자책은 하지 않고 건강하게 컸으면 합니다.
ADDitude에도 관련 기사가 있어 부분적으로 옮겨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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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린 인지 템포란 무엇인가요?
인지 템포 저하(SCT)는 부주의성 ADHD의 징후와 유사한 다음과 같은 증상과 관련된 주의력 장애입니다: 과도한 몽상, 무기력한 행동, 기억력 저하, 지루한 상황에서 주의력 유지 곤란, 느린 정보 처리, 위축된 행동.
SCT 진단을 받은 환자의 약 절반이 주의력 결핍 장애(ADHD 또는 ADD)를 동반하며, 부주의형 ADHD 환자의 30~63%도 높은 수준의 SCT를 보인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그러나 SCT는 "불안과 극심한 슬픔의 증상과 연관될 가능성이 훨씬 높고, 파괴적이고 반대적인 행동이나 반사회적 증상과 연관될 가능성은 ADHD보다 훨씬 적습니다."라고 SCT에 대해 광범위하게 저술한 러셀 바클리 박사는 말하며, ADHD와는 별개의 진단으로 고려할 것을 주장합니다.
SCT라는 용어는 1984년에 처음 만들어졌는데, 이는 항상 ADHD와 관련이 있는 것은 아닌 주의력 문제에 대한 연구 결과입니다. 바클리 박사는 CDD(집중력 결핍 장애)라는 다른 명칭과 의료계에서 더 많은 연구와 고려가 필요하다고 주장해 왔습니다."
https://www.additudemag.com/sluggish-cognitive-tempo-sct-symptoms-treatments/
증상자 본인의 이런 노력 및 주변인들 보살핌이 뒷받침 아래에서 이러한 저하 증세들은 30세 전후로 다소 무리없이 사회생활을 할 수 있는 수준으로 보완이 되기도 한다네요. 저도 큰 어려움 없이, 여러 보조 도구들(알람, 노션 등 스케줄링 도구)의 도움으로 직장생활은 큰 무리없이 하고 있습니다. 다만 아직도 춤은 못 춥니다. 분위기 맞춰서 춤 잘 추는 사람들이 정말 부러워요 ㅎㅎ;; 중학교 때부터 수학에도 소질이 정말 없었습니다. 고등학교때도 수포자였고 지금도 어느정도 개략적으로는 이해해도 수학 문제를 풀지 못 합니다.
이러한 특성들이 결함이기보다는 개성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면 이상적이겠네요. 해외에서는 신경다양성(Neurodiversity) 개념으로 사회/정치적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고 합니다. 반대개념은 신경전형성(Neurotypical)인듯 합니다. 차츰차츰 우리나라에서도 공론화되었으면 좋겠습니다.
SCT 정말 처음 듣는 장애인데 이렇게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제가 먼저 알아보고 나중에 의사 선생님한테도 물어봐야겠어요.
저는 그래도 수학은 포기하지 않았는데요. 수학 보다 더 어렵게 느껴지는 게 기계작동법 매뉴얼 보고 하는 것입니다.
어떤 의미와 맥락이 없으면 머리어 전혀 들어가지 않는 것 같습니다. 이젠 약 먹은지 3개월 즘 되었으니 기계 다룰 때 좀 나아졌을지 어떨지 모르겠네요.
신경다양성과
신경전형성에 대해서도 찾아봐야겠습니다.
여러가지로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https://www.aladin.co.kr/shop/ebook/wPreviewViewer.aspx?itemid=220422619
신경다양성에 관한 글을 옮겨봅니다. 한국에도 Divergent Mind 라는 책이 번역돼 있습니다.
https://www.women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216166
저도 책 읽고 글 쓰는 걸 좋아하고 사람들하고 대화하는걸 좋아하는데, 그래서인지 산만함이라던가 그런 문제가 없다고 느껴졌던거 같습니다.
나이 들어서 가장 심각하게 생긴 문제가 일의 진행에 대한 계획을 세우고 하나씩 완성해 가는 거였는데, 그게 정말 한계에 다다를정도로 안되더라구요.
특히, 일이 생기면, 하나에서 부터 열까지뭐가 안되면 어쩌지 다시해야 되면 어쩌지에 대한 걱정과 시뮬레이션만 하지 정작진행에필요한 건 손을 놓고 있었으니까요.
콘서타 복용 하면서 정말 그러지 않아도 된다는게 너무 해방감이 느껴졌습니다.
율동 따라하는 거는 정말 어릴때 너무 그런 경험이 많았어서 ㅎㅎ ADHD 때문이었다 생각하니 안도감 같은게 생기네요.
글쓴분 말씀처럼 저도 어릴때 치료를 할 수 있었으면 어떨까하는 생각이 듭니다.
뭔가 윗 댓글에 책 소개를 보니까 울컥하네요. 어제 백상 대상에서 박은빈 배우님이 하신 소감도 생각나고요.
"제 삶은 이상하고 별나지만 가치있고 아름답습니다."
모두 힘냅시다!
뇌의 오작동..머리에 꽂히네요. ADHD를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될거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