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A2와 THA3의 비교 청취 결과는?
보통은 제품을 빌려서 곁에 두고 사용하지만 이번에는 골드문트 딜러의 청음실에 기기들을 모두 설치해두고 며칠씩 출퇴근을 하며 감상을 했습니다. 네, 출장 리뷰입니다. (-_-); 제품 대여 리뷰보다 사용 기간은 짧아지지만 청음실의 전기 환경이 제 방보다 훨씬 좋고 방음 처리가 완벽해서 극히 조용한 가운데 쾌적한 감상을 할 수 있었습니다. 소스 기기는 골드문트의 에이도스 17 유니버설 플레이어로 CD 음반을 재생하며, THA2와 THA3를 두고 하나의 동축 케이블로 번갈아 연결하면서 소리를 비교해보았습니다. 이 때 파워 케이블은 기본 포함된 것을 사용했으며 전원을 연결한 멀티탭도 일반 품목입니다.
THA2와 THA3 모두 스탠더드 모드(STD)로 두고 감상했습니다. 바이노럴 모드(BIN)로 하면 라우드 스피커에 더욱 근접한 감상이 되지만, 소리의 직접적 비교 청취에는 스탠더드 모드가 유리하다는 생각입니다. 비교 청취용 헤드폰은 포칼 유토피아, 클리어, 일리어와 젠하이저 HD800S, 오디지 LCD-2를 골고루 연결했는데요. 감상문을 마무리하는 단계에서는 포칼 유토피아와 젠하이저 HD800S만 사용하게 됐습니다. 포칼 유토피아는 해상도와 현장감의 정점이나 다름없다고 생각 중이며, HD800S는 지극히 평이한(?) 플랫 사운드로 앰프의 음색 차이를 잘 보여주었기 때문입니다.
THA2와 THA3의 비교 청취 결과는 길게 설명할 필요도 없을 만큼 간단합니다. 세 개의 항목으로 요약할 수도 있습니다.
1) 모든 면에서 THA3의 소리가 더 시원하고 깨끗하며 힘차다.
2) THA3는 고음과 중음의 선이 더욱 굵다.
3) THA3는 초저음의 레이어가 더욱 두터우며 더욱 낮게 깔린다.
이것이 이 글의 결론이라고 보셔도 좋습니다. 두 제품을 두고 아주 짧게 들어봐도 즉시 이런 느낌을 받으실 것입니다. 그토록 깨끗한 THA2의 소리이거늘, 비교 청취를 해보면 THA3의 소리가 시원하게 뚫려 있다는 느낌이 듭니다. 아직 골드문트 텔로스 헤드폰 앰프를 구입하지 않은 유저에게는 반가운 결과가 되겠고, 이미 텔로스 헤드폰 앰프 2를 보유 중인 유저에게는 새로운 고민의 시작이 되겠습니다. THA2에서 퍼스널 리스닝(Personal Listening)의 정점을 찍었다고 생각했는데... 저도 이렇게 한 방 먹을 줄은 몰랐습니다.
*달콤함과 시원함
골드문트 특유의 정밀한 고음이 청각에 달콤한 만족감을 주는데, THA3는 THA2보다 훨씬 더 달콤합니다. 음색이 왜곡되어 달착지근한 것이 아니라 소리의 타이밍을 극히 정확하게 전달하여 청각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달콤한 감각의 만족을 하는 것입니다. 골드문트에게는 너무 평이한 표현이겠지만 스위스 엔지니어링의 정밀함이 고음에서 느껴집니다. THA3에 비교하면 THA2의 소리가 조금 따뜻하게 느껴질 정도로 변화가 큽니다. 두 앰프가 모두 하이엔드급 스위스 시계인데 THA3가 더 비싼 시계라는 생각이 드는군요. 그리고 THA3의 고음이 조금 더 빠른 응답을 지니며 시원한 인상을 줍니다. 달콤함과 시원함 - 이것은 THA3에서 매우 중요한 키워드라고 생각합니다.
*화이트 노이즈를 감수하고 최고의 소리를 선택한다
이렇게 소리의 진화를 하는 과정에서 당연히 회로 설계가 바뀌었을 것입니다. DAC의 알고리듬도 변경됐을 확률이 높습니다. 재생기와 앰프의 소리를 만들 때, 제작자는 ‘좋은 소리를 내면서 노이즈는 적게 나오는 회로’를 짜야 하는데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기는 정말 어려운 일입니다. 어떨 때는 제작자가 생각하기에 바랄 것이 없을 정도로 좋은 소리를 만들었는데 그 회로 구조에서 화이트 노이즈를 피할 수 없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런 경우 제작자는 화이트 노이즈를 감수하고 최고의 소리를 선택할 것입니다. THA2도 다른 기기와 연결되어서 신호 교류가 시작되면 화이트 노이즈가 생기는데 THA3는 화이트 노이즈가 더 강합니다. 그러나 소리가 하도 좋아서 음악이 시작되면 바로 잊혀질 것입니다. 조용한 음악에서 방해될 정도의 화이트 노이즈는 아니라고 봅니다. 하지만 감도가 많이 높은 휴대용 헤드폰이나 각종 이어폰은 연결을 권하지 않겠습니다. THA3는 대형 헤드폰 전용으로 두시길 권합니다.
*아름다운 광채와 높은 점성을 지닌 고음
THA3는 고음이 반짝반짝 빛납니다. 포칼 유토피아로 들으면서 조금 황홀해질 정도였습니다. 고음에서 특유의 광채가 느껴지는데요. 때마침 바로 옆에 진공관 헤드폰 앰프가 있어서 비교 청취를 해보니 THA3는 음색적 특징이 거의 없습니다. 고음이 밝은 게 아니라 고음의 완성도가 황홀할 정도로 훌륭한 것입니다. THA2와 비교하면 조금 더 잔향이 느껴지는 고음인데, 그 잔향의 입자가 굉장히 작아서 곱디 고운 감촉이 됩니다. 기체처럼 퍼지는 것이 아니라 액체처럼 고막에 흘러 드는 고음이라 하겠습니다. 그런데 액체의 흐름이 매우 부드럽고 점성이 높아서 고막을 온화하게 쓰다듬는 듯 합니다.
*선이 더 굵어진 중음과 듣기 좋은 잔향
중음의 선이 많이 굵어졌습니다. 사람 목소리와 현악기 소리가 더욱 가깝게 들립니다. 고음에서 느껴지는 시원하고 듣기 좋은 잔향이 높은 중음에도 존재합니다. 이것이 중음의 질감을 비단처럼 곱게 만들며 계속 듣고 싶은 욕구를 불러옵니다. 현재 청취 시스템의 소스 기기가 골드문트 에이도스 17으로 상당한 고급품이기는 하지만, 일반적인 파워 케이블과 동축 케이블을 사용하므로 '배경 정돈' 때문에 이런 효과가 나오는 것은 아닙니다. THA3를 구입한 후 소스 기기와 각종 케이블을 고급화한다면 지금 제가 듣는 소리보다도 더욱 중독성 강한 소리를 경험할 수 있겠습니다.
*향상된 응답 속도, 조금 더 두텁고 펀치가 강한 저음
저음까지 판단을 해보니 THA3는 소리 전체의 응답 속도가 더 빨라진 듯 합니다. THA2도 원래 빠르지만 THA3는 10% 정도가 더 빠릅니다. 속도라는 것은 추상적 표현이지만 그만큼 소리가 단단해지고 사운드 이미지가 선명하게 생성된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THA3의 저음은 THA2보다 조금 더 두터우며 펀치가 강합니다. 머리의 아래쪽으로 낮게 깔리는 초저음도 두터운 레이어를 형성하며 웅장한 규모를 강조해줍니다. 거의 같은 볼륨에서도 THA3의 초저음이 더 깊고 울림이 큽니다. 단, 두 앰프 사이에서 저음 특성의 차이는 크지 않습니다. 고.중음의 차이는 아주 뚜렷하게 드러나지만 저음의 차이는 미세한 수준이며 상대적으로 고음 비중이 더 낮은 THA2의 저음이 더 든든하게 느껴질 때도 있었습니다.
*헤드폰을 가리지 않는다
THA2와 THA3 모두 단단하면서도 탄력이 강하며 높은 밀도의 저음을 들려주지만, 고음과 중음을 비교한다면 골드문트의 정밀한 소리 성향을 더 많이 지닌 쪽은 THA3라고 봅니다. 또한 THA2, THA3를 모두 두고 사용하면서 새삼 느낀 점인데, 이 앰프들은 헤드폰을 가리지 않습니다. 포칼 헤드폰들은 밝고 섬세한 고음과 웅장한 중저음을 지녀서 골드문트 앰프와 딱 맞고, HD800S도 정밀한 디지털 오디오의 느낌을 그대로 전달해주니 찰떡 궁합이라고 하겠습니다. 그리고 THA 시리즈의 넉넉한 출력은 평판형 자석 드라이버 헤드폰인 LCD-2의 진동판을 남김없이 털어주었습니다. ■
*제품 요약 : DAC와 트랜지스터 앰프가 결합된 통합형 헤드폰 앰프. 고해상도 디지털 오디오의 재생과 바이노럴 모드 감상을 지원하며 각종 대형 헤드폰의 잠재력을 모두 끌어낼 수 있다. THA3는 THA2보다 소리의 품질이 많이 향상됐는데, 모든 면에서 더 시원하고 깨끗하며 힘찬 인상을 줄 것이다.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장점을 훌륭하게 조합한 음색과 극히 정확한 소리의 타이밍은 그대로 유지한다. 설치 환경의 접지와 전기 품질을 잘 챙긴다면 헤드파이의 정점을 찍을 수 있다. 단, 제품 가격도 골드문트답게 정점을 찍는다.
*이 리뷰는 오디오갤러리의 고료 지원으로 작성되었습니다.
*저는 항상 좋은 제품을 찾아서 직접 검증, 분석한 후 재미있게 소개하고자 노력하고 있으며 제가 원하는 대로 글을 쓰고 있습니다. 이 점은 글 속에서 직접 판단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