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념일이 하루 지났지만 세종대왕에 대한 존경심을 풀어봅니다.
원래 문자는 지배계급의 강력한 무기였습니다.
고대부터 지배계급과 피지배계급의 정보격차는 문자라는 진입장벽을 통해 유지되었습니다. 문자로 기록된 정보는 식자층만 해석할 수 있었고 일반인은 식자층의 입만 쳐다 보았죠. 책은 세대간 지식이 전승되는 유일한 통로였기에 도서관이 신성시되었고 피지배계급은 문자에 마력이 들어있다고 믿을 정도로 두려워했습니다. 허락되지 않은 문자를 배우면 큰일난다고 믿을 정도였죠.
그런데 문명의 발달은 이런 타부를 깨어버립니다. 인쇄술의 발달은 신성시되던 책을 돈만 주면 살수 있는 재화의 위치로 내려놓습니다. 그리고 시장논리는 더 많은 사람에게 책을 팔기 위해 이해하기 문자와 문장이 선호되도록 유도하기 시작했습니다. 쉬운 책은 사람들의 지식습득을 도우고, 이는 다시 더 쉬운 문자와 책의 수요를 늘리는 선순환이 일어나게 됩니다. 이것이 르네상스, 계몽주의, 그리고 민주주의의 탄생으로 이어지는 역사의 수레바퀴와 맞물려 돌아간 문자정보 격차의 붕괴입니다.
하지만 동양에서는 한자의 높은 진입장벽때문에 문자정보 격차의 해소가 어려웠습니다. 과거에는 해석의 어려움보다는 기록비용이 더 중요했죠. 기록 비용이 비쌀 때는 가능한 많은 정보를 함축하는 한자가 유용했습니다. 나중에 문구의 해석을 놓고 식자층들이 박터지게 싸우던 말던 일단 기록이 중요했던거죠. 이처럼 함축적인 한자 문자정보를 이해하기 위해선 오랜 훈련을 필요로 했기에 먹고 살기 바쁜 피지배계층은 접근할 엄두도 못내는게 당연했습니다. 이런 이유로 한자는 사농공상으로 대표되는 동양권의 권력계층을 나누는 강력한 경계선이 됩니다.
그러다 짜잔~ 훈민정음이 등장합니다. 서양과 같은 역사적 필요성이나 당위성도 없이 한사람에 의해 말 그대로 갑툭튀했습니다. 한자 문화의 정수인 유교를 기반으로 건국된 나라가 조선이죠. 한자는 지배 권력의 핵심이었습니다. 그런데 건국 초기 그것도 권력의 최정점에 있는 사람이 피지배계층인 백성들을 위해 쉽게 쓸 문자를 만든다? 이건 알면 알수록 이해하기 어려운 이야기입니다. 당연히 지배계층인 사대부들은 난리가 났죠. 왕권이 강력하던 시기라 깔아 뭉갠거지 세종이후 다른 시기에 한글이 창제되었다면 아마 왕이 폐위되었을 것입니다. 한글의 창제 원리나 문자로서의 효용성에 대한 칭찬은 다 제쳐두고도, 당시의 역사적 배경을 살펴봐도 훈민정음을 만든 세종대왕의 정신이 얼마나 위대했는지 느끼게 됩니다.
한줄요약: 한글은 주모를 백번 불러도 부족합니다.
그리고 한자의 진입 장벽이 절대적으로 높은건 아닙니다. 물론 한글보다 어렵게지만 말이죠.
유네스코 세종대왕 문해상도 있죠
2019년 세종대왕 문해상
https://www.clien.net/service/board/park/14137031CLIEN
인쇄술(금속활자 등등)이 먼저 발달했음에도 서양과 우리나라간의 벌전속도가 더뎠던건 문자를 해석할 수 있는 계층이 많았냐 적었냐에 따라 달라졌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대왕을 넣어선 대왕님이죠...
세종대왕과 한글의 경우에도 한자는 기득권의 문화이나 일반 백성들이 의사소통하고 전달하기 위한
간단한(많이 공부안해도 되는) 문자의 필요성은 어느 시대에나 있었다고 봅니다.
다만, 세종대왕이 만든 한글이 너무~~~~~넘사벽으로 뛰어났을뿐입니다.
처음부터 의도했던건 아닐거고요. 실제로 한글 창제 이후에도 5백년 가까이 지속된 조선에서
한글로 남겨진 내용이 매우 적기도 하고요.
말하자면...맥킨토시 보고 빌게이츠가 그래픽 GUI 를 베껴서 Windows 라는걸 만들어본건데..
발전단계를 뛰어넘어서 윈도우즈 10을 만들어낸거죠.
세부적으로 들여다 보고 싶습니다.세종이 당위에 대한 영감을 어디서 받았는지.
학자로서 뛰어나셨으니 아마도 서적류에서 영감을 받지 않았나 싶은데.. 어떤 책들을 주로 가까이 하셨을까요.
그만한 사상적 기반을 사사해준 걸출한 스승이 있었던 것도 아니니...
훈민정음에 써있죠. '말과 문자가 달라 쓸말을 못쓰니 내 이를 불쌍히 여겨 글자를 만든다.'
일반 평민을 중간 계층이라하면 이들이 교육시키고 강화해서 사대부 계층을 견제하려던것이 아닐까생각합니다
국민이 현명해지면 검찰의 꼼수가 보이는것처럼요
그러나 한글은 세종대왕께서 만들지 않았으면 영영 안 만들어졌을거 같아요.
태종은 고려처럼 망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했을 겁니다.
그래서
1. 사병혁파해서 군사력을 가진 지방호족이 나타나는 것을 원천적으로 없앴죠.
2. 그 다음으로 정도전 세력을 제거하면서 관료화된 사대부가 왕조를 위협하는 것을 경고합니다.
이 연장 선상에서
세종이 가장 염려했던 것은
왕권과 민심이 괴리되고, 그 사이에 관료사대부의 권력이 커지는 것을 막고 싶었을 겁니다.
관료사대부의 권력 원천이 문자해독독점이지요.
(이점은 실제로 조선후기에 성리학 해석을 양반사대부가 독점하게 되면서 왕권이 급속히 약화되는 경향을 보이게 되죠)
(현대, 현재도 법조문, 의학조문의 해석을 독점해서 권력을 갖죠)
결국 조선은 내부 세력의 반란으로부터 왕조의 안전을 보장받게 되었지만
외부의 침략으로 망하게 되죠.
하지만 절대권력은 절대부패 하기 마련이죠.
그 왕의 자식도 선하리라는 법칙도 없고 세습하니까요.
세종대왕의 존재 자체가 한반도에선 축복과도 같은 일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