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번의 장례식과 한 번의 스프린트
요즘 새로 시작한 일이 있어 새벽 늦게까지 일하다 자는 날이 늘었습니다. 간신히 루틴이 잡혀가던 수면패턴은
다시 엉망이 됐고, 마감 전 증후군(PDS, Pre-Deadline Syndrome)까지 재발했습니다. 단톡방에서 개드립을
난사하거나 아예 카톡을 꺼놓고 있거나, 책상 앞에만 앉으면 다리를 떨고 손톱을 물어뜯는 원인미상의 몸부림.
게다가 스스로 정한 '안식년'을 핑계로 장거리를 통 타질 않아서 TSS는 떡락 중. 몸이 '프레시' 상태에만 머물러
있으니 한창 상승세였던 폼이 서서히 무너지고 있습니다. 그나마 매주 목요일 하루는 원없이 All-Out 할 수 있는
전투체육의 날. 그 핑계로 겨우겨우 현상유지. 얼른 마감 끝나서 홀가분하게 올해 첫 투어 다녀오고 싶네요.
Bridges and Boardwalks(3lap, 21km/179m). 세 번의 깔딱고개를 넘을 때마다 오동나무 관 냄새가 진동
오잉? 도메스띠끄가 요기 잉네?
오늘 레이스에 대비한 작전은 단순했습니다. 세 번의 깔딱과 한 번의 스프린트. 세 번 죽는다 해도 마지막 한 번만
살아남아 골든벨 울리면 끝. 코스를 딱 보니까 분명 1랩에서 냅다 BA쳐서 그대로 달아날 참치가 몇 있을 겁니다.
저는 최대한 유리한 포지션에서 버티고 있다가 BA조에 탑승만 하면 게임 끝.
일단 첫 번째 깔딱에서 BA 친 그룹이 1랩 끝나기 전까지 10초 이상만 벌려놓으면 한 두 명은 더 합류할 수 있을지
몰라도 남은 거리는 이제 BA조끼리의 포디엄 다툼으로 끝날 거란 계산. 게다가 자랑스러운 Made in Korea
인간 추진 발사체 죠다님이 바로 내 옆에 있다니!! 그래 오늘이구나. 드디어 그날이 왔구나. 어떡해 엄마 나 떨려!!
그날이 오기는 개뿔. 오늘따라 유난히 단합이 잘 된 그룹 때문에 BA는 똥망 ㅠㅠ
2랩 절반이 넘도록 BA를 용납하지 않는 선두그룹. 죠다님도 선뜻 나서질 못한 채 시간만 흐르고
분명 1랩에서 BA 시도가 있기는 했는데, 화력이 너무 약했습니다. 뭔가 거리를 벌리겠다는 강력한 의지가 느껴지지
않는 블러핑 같은. 깔딱이 시작되자마자 일찌감치 쭉정이들을 털어낸 선두그룹은 차츰차츰 BA를 압박해 나갑니다.
1랩이 채 끝나기도 전에 자연스럽게 BA는 흡수되고 그대로 2랩까지 우르르 몰려 가는 참치떼. 이러면 나가린데 ㅠㅠ
마지막 3랩. 덩어리들은 쪼개질 기미가 없고, 이대로 스프린트까지 가면 포디엄 가능성은 제로
2랩에서도 BA 시도는 있었지만 서두르지 않고 여유있게 무력화 시켜버리는 참치떼. 뭉쳐서 가는 거까진 좋은데
덩어리가 너무 큽니다 ㅠㅠ 이 많은 참치들 사이에서 멸치 한 마리의 몸부림은 귀여운 반항일 뿐. 겨우 붙어가곤
있지만 하나 남은 성냥도 반쪼가리. 포디엄은커녕 TOP 10도 힘들어 보였습니다.
피니시를 800미터 남기고 터진 죠다님의 롱스프린트! 뒤를 쫓는 참치떼. 그리고 애처로운 멸치 한 마리
200미터 남기고 안간힘을 써봤지만 롱스프린트 따라잡느라 반쪼가리 성냥은 꺼진 지 오래
이대로 얌전히 골인할 죠다님이 아닐 거란 예상은 했습니다. 분명 한방을 노리고 있을 줄은 알았지만 설마 그게
800미터 롱스프린트일 거라곤 생각 못 했죠. 어쩔 수 없습니다. 그대로 보고만 있다간 줄줄이 따일 게 뻔하니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악착같이 따라가는 수밖에. 그렇게 600미터쯤 가니까 다리가 잠겨서 겨우겨우 골인 ㅠㅠ
Zwiftpower 리더보드에선 죠다님과 나란히 TOP 10 진입에 성공
몸무게와 절대파워에서 차이가 나니까 한 주도 편하게 달릴 수 있는 날이 없네요. 그나마 꾸준히 20~30분 레이스에서
4점대 w/kg를 유지하고 있음을 위안 삼습니다. 요새 체중 원상복귀시키려고 야식도 마다하지 않는 중이라 아주 조금씩,
살이 붙고 있는 중이고요. 근데 장거리 한 번 갔다오면 훅 빠져나갈 카드값 같은 몸무게라서 큰 의미는 없...
어쨌든 더 이상 빠지지 않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다행한 일이니까요. 차차 나아질 거라 기대해 봅니다. 오랜만에 레이스
참가해 같이 달린 죠다님께 감사드리고요. (월간)레이스 4월호는 다음 주 스테이지 5까지 이어집니다. 마무리 회복(?)
차원에서 16.5km, 2랩짜리 짧은 런던 시티투어가 기다리고 있네요 ^^ 오늘 하루도 모두 수고 많으셨습니다!! 😊
요런 깔딱 있는 뺑뺑이 랩이 제일 힘들죠. 30초, 1분 파워에 집중 안 하면 순식간에 쭉쭉 거리가 벌어지기 땜시롱 ㅠㅠ
담주는 짧은 런던 시티투어니까 한 번 더 도전해 보시죠!
아우 800미터 롱스프린트에서 숨 넘어갈 뻔 했슴다 ㅠㅠ 힘도 좋으셔라 ㅎㅎ